✉[아뜨르릉] 바퀴 달린 학교, 10년 후 도반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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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학교, 10년 후 도반

청년이 된 어린이 열 명이 들려준 그때 그 시간

글 : 이정숙 / 광주대학교 대학원 평생교육학과 교수


『10년 후, 예술 도반』은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십 년이 훌쩍 지난 현재,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으며 그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예술 경험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지속하는지 고민하면서 연구는 시작되었다.

〈바퀴달린학교〉 운영자들이 연구자로 나서다

‘북구문화의집’에서 〈바퀴달린학교〉 운영을 맡았던 우리 셋, 임선이, 이정숙(2012-2015) 그리고 박우주(2016-2023)는 올 6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거창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참여자들을 회상하며 십 년 전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현재 삶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청년이 된 지금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바퀴달린학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환으로, 광주형 ‘창의예술학교’ 모델에서 출발했다. 광주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꾸준히 이어진 드문 사례다. 예술가와 부담임 선생님 중심으로 무학년 초등학생 참여자 서너 개 반을 꾸려 대지미술 · 건축 · 여행 등 노작 예술교육을 계속해왔다.

학교 첫해였던 2012년, 〈바퀴달린학교〉 아이들은 토요일마다 리어카에 물통을 싣고 다녔고 나무를 깎았고 놀다 젖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번 『10년 후 예술 도반』 연구 덕분에 우리 삼인방은 청년이 된 그들과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지난 10년간 바퀴달린학교를 맡았던 임선이 씨, 이정숙 씨, 박우주 씨 ⓒ청춘기획라이브온

십 년 후, 청년이 된 이들을 인터뷰하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이들 중에서 두 해 이상 참여한 학생을 중심으로 열여덟 명을 선정했다. 그러고 나서 오래전 받아두었던 학부모 연락처로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그 사이 전화번호가 바뀐 집도 있었지만, 그대로일 경우엔 전화기 건너 들려오는 낯익은 부모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잊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시니 유독 감사함이 컸다. 스무 살 넘어 훌쩍 자란 아이들은 군 복무 중이거나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등, 각자 자기 삶을 살고 있었다. 최종 인터뷰 대상자를 열 명으로 추렸고, 전화 인터뷰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토요일마다 리어카에 물통을 싣고 다녔고 나무를 깎았고 놀다 젖어도 불평하지 않았다. 사진은 북구문화의집에 걸려있는 간판들. ⓒ청춘기획라이브온

한여름 밤의 꿈 같이, 때론 상상력으로, 배움이자 쉼이었다

재인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린 여동생 손을 잡고 〈바퀴달린학교〉 ‘물건의 재구성’에 참여했다. 유난히 키가 작았는데 어린 동생과 오는 재인이에겐 교육보다 돌봄이 우선 필요했다. 그래서 곁에는 늘 선생님이 있었고 수업뿐만 아니라 간식을 먹을 때 캠프 가서 식사할 때도 늘 함께여야 했다. 재인이 어머니는 “주말마다 아이 둘을 혼자 돌보는 게 힘들었는데 〈바퀴달린학교〉 덕분에 잠시 숨 쉴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는 배움이었고, 저에게는 쉼이었죠.”라고 했다. 참여한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의 삶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깊이 다가왔다.

담양 수북에 살고 있는 승유는 무려 육 년 동안 〈바퀴달린학교〉 ‘땅과 예술’ 수업을 함께 했다. 담양으로 버스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오는 토요일이 그렇게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에게 그림은 덤이었어요. 흙을 파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연 속에서 노는 게 먼저였죠.” 결과물이 아닌 과정, 작품이 아닌 경험이 남았다는 말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

마찬가지로 ‘땅과 예술’에 참여한 수연이는 당시 경험을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어렴풋하지만, 대학 생활하며 힘들 때마다 그때 기억이 자신을 지탱해 주었다고 했다. ‘여행인문학’에 참여한 재현이는 무궁화호 기차 여행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찍으며 사진에 눈을 떴는데, 이후에 사진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고 대학에선 관광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강이는 ‘주말 건축’ 경험 덕분에, 언어치료학을 배울 때도 건축적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들이 지닌 기억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삶의 자산이 되어 있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협력하고 배려하면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고 했다. 〈바퀴달린학교〉는 어린이들에게 허락된 자유와 놀이였다. 젖은 옷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시간은 곧 배움이었다.

수연이는 당시 경험을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어렴풋하지만, 대학 생활하며 힘들 때마다 그때 기억이 자신을 지탱해 주었다고 했다.

ⓒ청춘기획라이브온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여백이다

인터뷰에 참여자들은 스물에서 스물다섯 살이다. 전공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하려고 준비하거나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힐링, 독서, 여행 등등….” 속내를 살펴보면 결국,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바퀴달린학교〉가 어린 시절 자유의 공간이었다면, 청년기에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여백이었다.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이 그 여백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참여 학생들의 이야기를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미술, 사진, 무용예술을 통해 지역 속에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구성했고, 오는 11월까지 ‘북구문화의집’에서 운영하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박우주 씨(현, 문화기획자)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의 길에 들어선 계기를 떠올렸다. 그는 2006년 ‘북구문화의집’에서 했던 산수동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들은 전공도 다르고 문화예술 경험도 다양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저는 몇 달간의 경험이 전공이나 직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되고, 훗날 삶의 큰 힘이 될 수도 있지요.” 결국, 짧은 경험일지라도 그것이 남긴 기억이 시시때때로 휘청이는 삶을 지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는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되고, 훗날 삶의 큰 힘이 될 수도 있지요. ⓒ북구문화의집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삶에 스며들며 아이들과 기획자 모두가 함께 성장했다

〈바퀴달린학교〉는 아이들에게 놀이였고 우리에게는 교육이었으며 지역에선 십 년을 이어온 대표적 문화예술교육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구문화의집’ 세 명의 기획자를 성장시켰다.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니라 지역과 사람을 잇고 성장을 지원하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자리매김하였음을 확인했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우리도 함께 자란 것이다.

임선이 씨(현, 문화기획자)는 당시 ‘북구문화의집’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기획자로서 가졌던 마음가짐에 대해 말했다.

“‘북구문화의집’하면 문화예술교육을 지역에 정착시킨 작은 거점, 문화 거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이곳에서 내가 뭔가 가치를 만들고 있구나. 조금이라도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면 좋겠다. 아이들한테 뭔가 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마음들이 앞섰어요.” 맞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행정가가 아니라 지역, 예술, 교육을 연결하는 문화적 실천가여야 한다는 점도 이번 연구를 하면서 다시금 살필 수 있었다.

한편,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은 대표 사업이 없다고 평가받곤 한다. 나는 이번에 오히려 답을 찾았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는 평가표에 적는 숫자가 아니라 십 년 뒤에도 삶을 지탱하는 경험으로 남는 데 있다. 그렇기에 오래오래 이어진 〈바퀴달린학교〉는 대표 사업이자 지역 문화예술교육 정체성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짧고 굵은 성과가 아닌 사람의 삶에 스며든 흔적이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인 성과가 아닐까.


흑백사진에 홀려 사진을 전공하고, 북구문화의집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운영하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광주대학교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려는 사람들과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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