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OLUMN]
청년 문화 일꾼을 키우는 일
문화기획자, 시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곽규호 광주문화재단 문화관광콘텐츠팀장
1.
2014년 광주문화재단은 새로운, 어쩌면 실험적인 두 가지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하나는 「문화예술거점 운영 및 전문가 양성 교육」이고, 「찾아가는 문화컨설팅을 위한 문화동네 기획인력 양성사업」이 다른 하나다.
광주문화재단은 2011년 창설 이래 다양한 강좌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특히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교육프로그램과 운영은 전국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이라는 영예를 갖고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은 오늘날 여러 차원에서 의미와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새삼 지면을 통해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한 마디만 더 덧붙인다면 무엇보다 문화도시의 시민에게 문화예술을 향수할 수 있는 권리를 전달하고, 이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기고 만들어내는 일원으로 성장할 때 내외가 갖춰진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광주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마당에 가장 강조되어야 할 문화정책의 한 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2.
올해 시작된 이 두 가지 인력양성 사업이 새로운 것은 그것이 광주문화재단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해왔던 기존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은 교육, 인력양성이라는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육생을 문화현장의 일꾼으로 키워 실제 일을 할 수 있도록 즉,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광주광역시와 남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지만 광주문화재단이 고용노동부의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의 영역을 문화예술분야로 확대시켰단 점에서 향후 주목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두 인력양성 사업에는 각각 20~25명이 수강신청을 했고,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60~80% 가량의 과정을 마친 상태다. 「문화동네 기획인력 양성사업」은 이론교육과 기초적 수요조사 교육 등의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실습단계에 접어들었다. 10월이면 교육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민 속으로 파고드는 젊은 기획자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의 마을예술제(축제)가 탄생할 예정이다. 광산구 지역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 거점 기획 및 운영전문가 양성 사업」 역시 8월 말부터 현장 멘토링이 진행되며 9~10월이면 광산구 소촌공단 내에 세워질 「소촌아트팩토리」의 여러 문화프로그램을 교육생들이 기획 운영하게 할 예정이다. 주민과 공장노동자, 이주민 등을 불러 모아 주민이 직접 간여하고 참여의 기회를 높이는, 그간 광주에서 보기 어려웠던 주민주도형 문화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3.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인문학, 문화예술이론 교육이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뭔가 부자연스럽다. 인문학이 먹고 살기 위한 학문인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 같은 정신적이고 근원적인 가치관에 치중해야할 인문학 강좌가 아니던가.
또한 기획자 양성교육을 문화판의 일자리와 연계하겠다는 계획은, 멋진 구상 기획서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지역 내 문화전문대학원을 비롯한 전문교육기관이 석박사 학위를 가진 수많은 학생들을 배출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가진 학위증명서가 자격증처럼 일자리를 보증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6개월여의 짧은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을 현장으로 다 내보내겠다는 것은 애초에 과욕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역 내의 문화 현장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10여년 동안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광주에서 진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부문에서 공급되는 인력에 비해 인력 수요가 적다. 그나마 문화전당 등 양질의 일자리에는 해외 유학파, 수도권 출신에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채용되고 있다. 지역 출신 일꾼들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4.
다행히 민선 6기 광주시정의 첫 번째 시정철학이 ‘시민을 위한 사람 존중 생명도시’요, 두 번째가 ‘더불어 사는 광주’다. 새 시장은 시민 소통의 한 방법으로 시민혁신센터를 통해 청년층의 적극적은 행정 개입을 유도할 모양이다. 또한 공동체 정신 구현을 위해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시 내 각 마을에서 활동할 마을 활동가 육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청년일자리 허브 형태의 기구와 프로그램도 운영할 생각이라는 게 ‘6기 민선시장직 수행을 위한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청년층을 바라보는 희망광주준비위원회의 바람이 엿보여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마을공동체 회복의 중요한 중심 축은 주민이요, 주민의 삶이 담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초로 움직일 것이 당연한 것이고 보면 광주문화재단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두 개의 인력양성 프로그램 교육생은 매우 적절한 현장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더 기쁜 소식은 이 보고서에 청년층 문화예술일자리 확충을 위한 일자리 정보 플랫폼 운영 계획도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마을 청년예술 활동가를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5.
내년이면 문화전당이 공식 개관하는 등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 시작된지 10여년이지만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라는 목표를 위해 착실히 그간 걸어왔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시민에게, 특히 문화 현장의 청년 인력에게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의력(Creativity)이 강조되는 이 세기에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 자라나는 우리 광주의 아이들에게 예술적 상상력 문화적 상상력을 키우게 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놓치고 있는 철학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목표를 제대로 짚어내고 현장을 지켜 간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일자리와 연계하는 광주문화재단의 두 가지 교육프로그램은 문화중심도시의 아주 미미한 부분일 수도 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자는 조금은 어설픈 계획이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받아들이고 싶다. 새로 들어선 지방정부의 비전과 희망이 광주문화재단의 교육프로그램과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 기대하면서.
지면을 통해 지역의 청년 문화 일꾼들에게 하나만 더 강조하고 싶다. 뛰어난 기획 아이디어보다 시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일꾼이 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