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예술교육기획자양성과정 첫 번째 수업
모여서 이야기하며 배우는 모담모담
박고운 통신원
문화예술교육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 찾아가보았다. 광주문화재단은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해보는 기획자 양성과정을 매해 추진해오고 있다. 20명 정도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모여 9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주 월,목요일에 3시간씩 연수를 받는다. 그 첫걸음을 뗀 모담모담의 오리엔테이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보통 기획자 양성과정은 저녁 시간대에 이루어지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햇살이 환히 비추는 오후 3시에 모담모담은 시작되었다. 먼저, 센터 팀장님께서 운영과정과 일정 등을 소개해주셨다. 눈길을 끈 것은 세분의 멘토 선생님이셨다. 문화예술교육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멘토 세 분이 있고, 20명의 참가자들이 원하는 멘토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멘토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생각을 각각 30분정도씩 이야기해주신다고 하셨다. 강의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쪽지에 자신이 배우고 싶은 멘토의 이름을 적어내는 형식이었다.
다음 시간에 멘토가 정해지면, 각 팀별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중간 점검으로 기획안을 발표하고, 상호피드백 시간을 갖는다. 보통의 기획자 양성과정은 기획만 하고 끝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자신이 기획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짜 실행해보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10월에 예정된 문화예술교육 체험축제인 ‘아트날라리’에서 실제로 부스를 운영해본다고 하니, 얼마나 리얼한 배움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뒤, 프로그램 실행결과를 발표하고 피드백까지 함께 하고 나면 마지막 졸업식이 기다리고 있다. 12차시로 알차게 짜여진 모담모담 기획자 양성과정! 너도 나도 ‘좋아요‘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멘토를 선정하는 일. 나 또한 세 분 중에 한명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멘토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들어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분을 만나보기로 한다.
첫 번째 강의는 문화공간 “싹”을 운영하고 계시며 전주에서 20년 동안이나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계신 최성태 선생님이 해주셨다. 최성태 선생님께서는 기획에 관한 원론적인 물음을 던져주셨다. 기획이란 무엇이고, 왜 하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셨다. 위대한 스승이란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자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고 하였던가. 우리의 가슴속에 사람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게 만드는 내용의 강의였다.
최성태 선생님께서는 요즘 기획하는 문화예술교육이 현시대의 포장지와 같다고 꼬집으셨다.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그 정책만을 위해 겉으로만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정책은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피력하셨다. 그러면서 기획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키울 것을 강조하셨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과 취지를 분명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논리에 흔들리지 말 것,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심지와 자존심을 지킬 것을 요구하셨다.
한 사례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주인이 계속 바뀌는 섬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이러한 섬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틈만 나면 섬에 들어가 사셨다고 한다. 그 때 한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이는 함께 물놀이를 하던 형이 사고로 죽게 되고 그 뒤 관계가 단절된 생활을 하였다. 이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 섬의 곳곳을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놀 수 있게 해주어 지금은 스스로 공부하며 잘 지낸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아이와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하시며 문화예술교육에서 대상과의 관계 단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셨다. 보통 문화예술교육은 공모 사업을 따내어 진행하기 때문에 그 사업이 끝나면 그냥 아이들과의 관계도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기 보다는, 좀 더 사람들과 오래 소통하고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에는 빛깔 있는 기획자, 자신의 기획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성과 소망을 지닌 기획자, 지역에 대한 시각과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획자를 키워내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며 강의를 마무리하셨다. 강의를 듣고나니, 나는 최성태 선생님의 멘티로 들어가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두 번째 강의를 들으니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두 번째 바턴은 광산구 신가동에서 ‘마당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하정호 선생님이 이어받았다. 시작은 소탈하게 자신의 마당집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재개발이 되기 전이라 허름한 집이 대부분인 신가동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 장소를 임대받아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만드셨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몇 회기를 마치고 나면 끝이고, 강사는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끝내기 위해 아등바등 하다보면 진짜 ’너와 나‘의 관계는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없앴단다. 그냥 아이들이 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와서 그 안에서 놀이기구도 만들고,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유공간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이 놀러오면 같이 마을 청소도 하고, 그러다 보면 마을 어른들께 칭찬도 받게 되고, 그러면서 자존감도 높아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문화예술교육이다.
뒤이어 아주 흥미로운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셨다. 테오얀센이 만든 설치미술작품이었다. 오직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아주 거대한 작품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해변을 왔다 갔다 하는데 정말 신기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 또한 작품에 바닷가의 물이 닿으면 알아서 멀어진다고 하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동일한 원리가 무한 반복되면서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도 이와 똑같다. 아주 단순한 논리로 사회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혹시 잘못된 게 있다면 이 논리의 맹점을 짚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 된다. 내가 하는 문화예술교육기획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게 하는 기획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강의를 마무리 지으면서 하셨던 말씀이 와닿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 같은 사람이 행복하다. 이러한 행복을 주는 문화예술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 번째 멘토는 문화행동 샾의 대표 정민기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지금까지 진행했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보여주셨다. 첫 번째는 ‘휠체어면허시험장’이다. 장애이해교육과 놀이를 접목하여 시민들에게 좀더 쉽고 재미있게 복지의 개념을 인식시킬 수 있었던 기획이었다. 두 번째는 ‘리어카놀이터’이다. 전자기기만 혼자 갖고 노는데 에 익숙한 아이들이 리어카를 끌고다니며 아이들을 불러내어 함께 골목에서 노는 프로젝트였다. 뒤이어 멀티미디어 동화만들기, 아시아 요리교실, 소셜디자인 등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보여주셨다. 여러 분야에서의 경험이 축적된 좋은 멘토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렇게 멘토들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멘티들은 진지하게 귀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열심히 펜을 들고 노트에 중요한 내용을 써내려가는 모습에서 좋은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세분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한 보여지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서를 쓰기보다는, 진짜 우리지역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여 쓰는 기획서를 써보고 싶어진다. 멘티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오늘 마음에서 지펴진 진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열정을 양성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잊지 마시길 바란다. 또한 진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싶다면 모담모담으로 모이는 건 어떨까. 앞으로도 우리 지역 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이 꽃피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