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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배워가는 ‘같이’의 가치
오감프로젝트 대인마켓 in 요리 美
통신원 이서정
새벽시장이 끝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는 시간, 오전 열 시.
시장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울려 퍼진다. ‘작은 도서관 숲’ 에서 펼쳐지는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대인마켓 in 요리 美’에 참여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시장 내 상인 장인 및 시장 예술인으로부터 요리로 표현하는 예술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시장에서 요리의 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통시장에 대한 애정과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요리로 표현한 예술작품을 통해 문화 예술적 잠재능력을 표출해내는 것이다. 또 아이들만의 참여가 아니라 학부모, 시장 상인들이 프로그램의 구성원이 된, 참여자가 주인이 되는, 참여자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난로에 손을 녹이는 나에게 새콤달콤한 레몬티를 한 잔 건넨다. 저번 주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레몬청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담겨서일까? 맛이 제법 좋다. 오늘은 석고 방향제를 만든다고 한다.
[키워드1. 공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가장 큰 고민, 공간.
복합문화공간인 ‘작은 도서관 숲’은 그 공간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 끝에 답을 찾은 공간이다. 이 공간은 오롯이 토요문화학교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아담한 카페 같은 ‘작은 도서관 숲’ 은 토요문화학교 진행을 위한 책과, 요리 재료를 보관할 공간,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기자재들이 한 데 모여 있어 아이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그리고 벽 한 켠 에는 4년차 계속하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결과물들이 전시관의 한 부분처럼 ‘작은 도서관 숲’ 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한 구석에 숨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다락방 계단.
그 계단을 조심조심 타고 올라가면 아담한 창고 같은 다락방이 나온다. 그 다락방은 말 그대로 도서관이다. 기증받은 책들, 구입한 책들, 오래되어 낡은 책들, 신간 책, 시집, 동화책, 소설 등,, 장르 불문 책들이 아늑한 작은 방을 빼곡하게 채운다. 거기에 오래 된 책 냄새가 추억의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그런 공간이다. 오늘은 석고 방향제를 만들었는데, 방향제가 마를 동안 아이들은 시장 한 바퀴 마실을 나간다. ‘작은 도서관 숲’ 뿐만 아니라 대인시장 전체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위한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충장동 주민자치센터의 협력으로 대인예술시장 내 전시 체험 및 마을 공동체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키워드2. 프로그램]
그럴 듯한 공간이 준비되었으면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바로 다양하고 탄탄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진행하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대인마켓 in 요리 美’프로그램은 요리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요리를 하기 위한 거의 대부분의 재료들은 대인시장에서 구입한다. 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상인들과 흥정을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며 전통시장만 가지고 있는 문화를 체득한다. 경제관념이 형성되는 것은 덤이라고 한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재료들을 만지고 맛보고 관찰하며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관찰하며, 우리 주변을 에워싼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갖게 된다. 요리를 한 후에는 결과물들은 주변 상인, 부모님,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며 품평회를 한다. 서로 소통을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을 깨우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가 메인이지만 요리가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예절. 인성교육도 함께한다. 작은도서관 숲은 재미있는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활동적인 초등학생 아이들은 싫증낼 수도 있을 법. 그래서 밖으로 콧바람을 쐬러 나간다. 예절교육을 하실 줄 아는 시장 상인 분을 초청하여 예절·인성교육 특강을 받기도 하고, 다음 주에는 미술관 탐방을 간다고 한다. 책과 예술 그리고 요리. 삼박자가 어우러진 다양한 맛과 멋을 갖춘 프로그램이다.
[키워드3. 소통, 홍보]
만나는 장소가 자주 바뀌고, 체험의 주제가 바뀌다 보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수업 후에는 늘 밴드에 수업 사진과 결과물을 올리며 학부모,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대인시장에서 요리 재료를 사는 과정, 요리나 예술작품 들 결과물을 보며 이야기하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소통이라고 한다. 소통이 결여된 이 세상. 이렇게 소통거리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진행하는 단체의 복병이다. 참여자 모집.
하지만 작은도서관 숲은 고민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일까? 그것도 있지만 광주 시내의 모든 동사무소에 홍보 리플렛을 비치하고,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대인예술시장 내에서 상인 대상으로 홍보를 하니, 대인시장 상인의 자녀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기획자와 강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넘치는 애정 때문에
참여학생 인터뷰(산정초등학교 5학년 박형진 학생)
Q. 매번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 게 힘들거나 귀찮지 않나요? 집에서 멀어서 힘들다거나...
A. 전혀요. 여기 오지 않으면 집에서 TV보고, 게임하고 뒹굴거리는데 여기서 제가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먹는거요. 아, 버스 타고 오는 건 정말 신나요. 이렇게 집 밖으로 멀리까지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일이 꿈다락 말고는 잘 없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콧바람 쐬는 거죠.
Q. 매 주 토요일에 여기 오면서, 어떤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샐러드를 만들고, 떡꼬지를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직접 만든 간식을 친구들과 나눠 먹고, 누가 만든 것이 맛있나 평가도 하고. 솔직히 제가 만든 음식이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요.
Q. 학교 미술시간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활동의 차이점이 있다면?
A. 비교가 안 되죠. 이 곳이 오백만배 더 재미있죠. 학교에서는 아무리 미술 체육 시간이라고 해도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그대로 해야 해요. 그렇지만 이 곳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하기 싫은 것을 시키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말라고 안 해요. 월화수목금 학교에 가면서 토요일만 기다려요. 여기 오려고요. 재밌어요. 정말 노는 것 같은데 보람도 있고, 부모님도 제가 다른 곳에서 노는 것 보다는 여기 와서 노는 것을 좋아하셔요. 예전에는 같이 오셔서 김치도 담고 그랬어요.
오늘은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석고와 물을 적절하게 넣고 잘 섞어준 다음 경화제와 향수를 몇 방울 뿌린 후 틀에 넣는다. 틀에 넣고 20분 이상 굳힌 다음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해 준다. 여기서 핵심은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데 욕심 부리지 않는 것. 아크릴 물감을 많이 칠하면 제습 효과가 있는 석고가 제습 기능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방에 놓아둘 생각,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할 생각에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한 친구는 산타클로스 모양의 방향제를 만들었는데,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동생에게 크리스마스 때 선물할 것이라고 한다. 그 친구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방향제를 완성하고 사진을 찍는데 다른 친구 한 명이, “벌써 끝난 거예요? 하나 더 만들고 싶어요! 하나 더 만들어요! 저도 하나 갖고, 다음 주에 생일인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요!” 라며 말한다. 다들, “저도요! 또 하나 더 만들어요!” 라며 외친다. 아이들의 그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끝나는 시간’ 을 기다리는 수업이 아닌, ‘시작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꿈다락이다.
주강사 차수미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항상 끝날 시간이면 아이들은 더 체험하고 싶어해요. 저번에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했던 문화예술교육 축제에서도 저희 프로그램을 다들 체험하시고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꿈다락 학생들을 부러워 하시더라구요.”
토요일 아침에 아이들이 지각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는 필자에게 차수미 선생님은,
“아이들은 부지런합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주말에 늦잠 자며 쉬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어른들이죠.”
오늘 했던 과정들을 아이들은 하나하나 공책에 새겨 적는다. 표지부터 아이들의 개성대로 알록달록 디자인한 ‘나만의 공책’ 이다. 노트에 적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오늘의 의미 있는 활동들을 잊지 않는다. 했던 것, 시장에서 겪었던 것을 되새기며 주변 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을 갖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스스로 뒷정리를 한다. 먼저 정리를 한 친구들은 조금 느린 친구들을 돕는다.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필자는 또 이 프로그램에 감탄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 이 곳은 ‘같이’ 의 가치를 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정성들여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다.
직접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다.
행복은 이런 데 있지 않을까?
내 정성이 담긴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
함께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과 나누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그게 사랑과 애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