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마술여행 떠나볼까?
평범한 ‘학생’이 아닌 특별한 ‘마술사’가 되기, ‘나도 마술사가 될래요!’
통신원 조은혜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리포터 책의 수준과 상관없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발간 직후 그에 열광했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잠 못 이루기도 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 그랬다. 당시 초등학생, 중학생 등 청소년들은 교실 곳곳마다 해리포터에 관련된 이야기꽃을 피웠고, 책에 소개된 뜻 모르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책속 해리포터가 마법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그 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스포츠, 탐험 등은 항상 신기하게 다가왔다.
사실 청소년들의 마음을 뒤흔들어온 게 어디 ‘해리포터’뿐이겠는가. 돌이켜보면 항상 아이들이 즐겨 찾거나 관심을 가졌던 건 대부분 ‘마법’과 연관돼 있었다. 만화영화 대부분, 평범한 주인공이 어떤 증표나 물건을 통해 요술을 부릴 수 있는 캐릭터로 변신해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스토리다. 그들은 영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무나 못하는 마법을 쓸 수 있기에, 특별하고 대단한 존재다. 만화영화든,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든, 누구나 한번쯤은 ‘나도 저렇게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인 만큼, 아무도 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술’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술’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물론 엄연히 말하면 ‘마법’과 ‘마술’은 다르다지만, (실제로 해리포터와 같은 마법사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마술은 우리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인 셈이다.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배우는 재미가 있고, 그 원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카드마술’,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 등 눈속임이라는 걸 다들 인지하지만, 그 원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과 같은 것이다.
‘평범한’ 학생에서 ‘특별한’ 마술사로 거듭날래요!
“마술 보고 가세요!”
매주 토요일 저녁의 대인시장은 활기차다. 대인예술 야시장 덕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인시장의 거리를 밝힌다. 그런 데 유난히 더 사람이 붐비는 데가 있다. 바로 ‘마술여행’이다. 대인시장에 들어서니, 흰 셔츠를 입은 세 명의 청소년들이 ‘마술 공연을 보고 가라’며 외쳤다. 그러자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간단한 카드마술부터 주사위를 굴리는 마술… 눈앞에서 펼쳐진 신기한 마술에 사람들 얼굴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웃음꽃이 핀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수업을 통해 마술을 배운 아이들이 대인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마술, 하는 이와 보는 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다.
11월 19일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수업 ‘나도 마술사가 될래요’의 최종 발표회 날이었다. 발표회 시간보다 앞선 6시 50분 남짓, 사람들이 삼삼오오 손을 잡고 마술여행 공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부터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 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으로 꽉 찼다. 더 잘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맨 뒷줄의 꼬마들은 부모의 목마를 타고서 마술 구경을 했다.
첫 번째 순서는 수업 주강사 선생님의 마술 공연이었다. 주강사 선생님의 마술은 산만했던 어린 아이들조차 공연에 집중시켰다. 이에 이어, 마술 수업을 수강했던 아이들이 마술을 선보였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 마술을 한다고?’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구성된 어린이 마술 단은 이런 의문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 보여주었다.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빈 접시에서 장미 꽃 한 송이가 나오고, 비둘기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그림책에선 살아있는 비둘기가 나왔다. 불타던 책은 알록달록한 천 뭉치로 변했다. 마술이 아닌, 마법사의 마법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여러분도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마술을 하나씩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마술 공연에 온 사람들은, 마술을 보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마술을 배우는 체험의 시간도 가졌다. 모든 사람들이 마술봉을 하나씩 들고, 기다란 마술봉의 길이를 작게 만들며 기초 마술을 익혔다.
마술 발표회에 출연하는 형을 보러 놀러온 한 꼬마가 마술 도우미로 나서기도 했다. 마술 강사와 함께 춤을 추다가, 빈종이 백에 바람을 불어넣었더니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가 나왔다. 휴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입에 물었다가 그 끝을 잡아당겼더니 휴지가 끝도 없이 나오기도 했다. 본인조차도 놀란, 신기한 표정이었다.
‘마술여행’ 프로그램은 호응도가 꽤 높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부모는 “프로그램 수강 후, 우리아들의 내성적인 성격이 변했다”고 했다. “어디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마술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들 앞에서 보여주면서 성격이 더 적극적으로 됐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 역시 “주말에 무료하게 집에만 있지 않고, 마술을 배우면서 아들이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내 눈에 아직 귀엽고 어리게 보이지만, 마술을 배워와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걸 보면 애가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술 공연이 끝난 이후 부모들은 마술 강사를 찾아 ‘아쉽다’, ‘내년에 또 마술을 배울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술 프로그램을 대인시장에 뿌리내린 김영재 기획자를 만나봤다.
Q. 마술사로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결심한 계기는.
A. 마술을 시작한 건 12년 쯤 됐다. 처음 마술을 시작할 때, 청소년 수련관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청소년들과 어울리고, 청소년 프로그램 만들고, 청소년 관련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Q. 광주 대인시장에서 마술여행을 진행하는 소감은.
A. 마술을 상업 활동이 아닌 ‘예술 활동’으로도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작년에 처음 대인시장에서 마술샵 개념으로 청년몰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하나씩 늘려나가고 있다.
대인시장에 있는 상인 분들 대상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수업이 있는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과 돌아다니며 마술을 보여드린다. 공연을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손자 같은 아이들이 와서 마술 보여주니깐 무척 신기해하시고 또 좋아하신다.
Q. 수강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A. 아이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배우는 재미가 있고, 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즐거워한다. 마술은 하면 반응이 오고, 아무나 알지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신기해한다. 배울수록, 보여줄수록 신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아이들도 많다.
Q. 앞으로의 진행 계획이 있다면.
A.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좀 더 확장시켜보았으면 좋겠다. 이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게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같은 경우에 기수당 10명씩, 총 두 기수를 진행했는데 1기수에 참여했던 아이들 2명이 2기수로 와서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가르쳐줬다. 올해 수강했던 친구들은 내년에 반(클래스)을 올리고 새롭게 기초반을 만들어 받으면, 기존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또 다른 걸 만들어 나가고 할 것이다. 하나의 어린이 극단 같은 느낌으로 마술여행을 꾸며보고 싶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들도 성숙해가는 모습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내년에는 더 수월해지고 수강생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학생들이 계속 가면, 숫자가 많아도 새로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그걸 바라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발전되어 자체적으로 축제도 기획하는 것이 가능 할 것이다.
마술에는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없기에, 더욱 신기하고 인기를 끄는 것이다. 기획자의 바람처럼, 그리고 실제로 올해 마술 수업을 들었던 모든 수강생들이 ‘마술을 계속 배우고 싶다’, ‘진짜 마술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처럼, 내년엔 ‘어린이 마술 극단’이 마법처럼 멋지게 꾸며져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