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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세워라! 내가 만드는 미래도시 광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과 함께 작품으로서의 ‘광주’만들기
7기 통신원 김다령
때 이른 초겨울 비가 광주를 덮쳤다. 차가운 바람과 오랜만에 빗물을 들이마신 땅의 서늘함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문화 예술의 싹은 곳곳에 틔워진다. 광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에서는, 광주의 유‧무형 문화자산을 활용한 지역특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내가 상상하고 디자인하는 2050년 문화도시 광주, 광주읍성 흔적을 통해 미래 문화유산 남기기’. 초등학생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광주읍성 등 광주 문화자원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함으로써 미래 광주의 모습을 상상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여기서 특별한 점은 바로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본다는 것! 보통 문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인문과 예술을 결합한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인문과 예술에 ‘과학’을 추가하여 아이들이 직접 3D 프린팅을 해본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다. 오늘은 바로 그 활동들을 마무리하는 결과 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과연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광주의 문화유산을 상상하고 만들었는지, 그 모습을 확인할 시간이다!
3D 프린트에 칠해보는 상상력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삼호센터 건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왔다. 일렬로 배치된 책상과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이곳이 아이들이 몇 달간 상상력을 펼쳤던 공간인 듯 했다. 프로그램 시작 시간인 2시가 되자 부모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사회자인 김민정 강사님이 등장하자 책상 앞에 앉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앞 쪽에 위치한 스크린에 눈을 고정시켰다. 곧이어 결과 발표회를 알리는 영상이 떠올랐다. 지난 시간동안 아이들이 활동했던 것들을 찍어놓은 사진들과 작품들이 흥겨운 배경음악과 함께 스크린 위에 스쳐갔다. 화면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냥 즐겁고 밝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영상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지난 시간이 새삼스러운 듯하다. 영상이 끝나자 박수소리와 함께 그 동안의 활동에 대한 김민정 강사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같이 수고해주신 강사님들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출석률이 높았던 3명의 학생에게 선물과 상장을 증정하는 시간도 가졌다. 상을 받은 친구들은 강사님들과 가볍게 포옹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몇 달 동안 같이 프로그램을 했던 강사님들이라도 포옹은 어색한지 아이들은 수줍게 웃었다.
오늘은 결과 발표회인 동시에, 3D 프린팅한 아이들의 작품에 색을 입혀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간단한 증정식을 마치자 크레파스와 사인펜이 아이들의 책상 앞에 놓여졌다.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3D 결과물이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색연필을 이용해 거침없이 색칠해나가기 시작했다. 광주에 있는 절을 만든 친구도 있었고, 작은 강아지, 혹은 엄마가 화내는 시간 게이지라는 독특한 발상에서 탄생한 시계를 만든 친구도 있었다. 아이들다운 순수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3D 프린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되었다. 아이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던 도중, 혹시 이런 3D 프린팅 과정을 아이들이 어렵게 느끼거나, 낯설어 하지는 않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활동 이외에, 광주읍성이나 읍성 폴리, 광주 읍성 스탬프 도장 등 3D 프린팅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만드는 활동을 많이 해왔다고 하니, 괜한 걱정이었던 듯싶다. 학교나 실생활에서 3D 프린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아이들에게는 3D프린터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다. 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수업을 받고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선희 강사 인터뷰>
Q. 결과 발표 영상을 보고 광주읍성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볼 수 있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아이들에게 ‘광주’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고, 광주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직접 체험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 주제가 ‘광주읍성 흔적을 통해 미래 문화유산 남기기’ 인만큼, 읍성의 흔적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해보고, 3~40년 후 쯤에 남아있을 문화유산을 상상해서 그것을 3D 프린팅을 이용해 표현해보도록 했습니다.
Q. 다른 문화 예술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 프로그램에서는 과학을 접목시킨다는 점이 차별화된다고 느꼈습니다. 3D 프린터를 아이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았나요?
A. 3D 프린터는 과학에만 접목되는 것이 아니고 산업이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융합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어려워 했지만 예전에 비해 3D 프린터가 많이 알려지고 노출되다 보니 아이들도 알고 흥미롭게 보는 것 같아요.
Q. 3D 프린터를 접목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접목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단순히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그림이나 이론적 표현만 생각할 수 있는데, 3D프린터를 접목 하면 수업에 좀 더 적극성이 생기고, 아이들이 만드는 작품이 특색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제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이런 기술을 가지고 만들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요, 현재 초등학교 과정에서도 이런 기술을 이용한 수업을 하고 있나요?
A. 정규 교육과정에는 없지만 체험학습 프로그램에서는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는 상당히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봅니다.
Q.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으시다면?
A. 3D 프린터는 어른들도 생소하고 어려워하는 것인 만큼 아이들도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3D프린팅 활동을 이해하고 체험했어야 하는데, 기간이 짧다보니 아이들이 3D프린터에 대해 완벽히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따라와 준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부모님과 함께한 결과 발표회
1부가 선물 증정식과 색칠하기 시간이었다면 2부는 삼호센터의 별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었다. 별관 내부로 들어가니, 이때까지 아이들이 3D 프린터로 만든 광주의 문화유산, 그리고 상상력으로 그려낸 미래의 문화유산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 부모님들을 위한 떡과 커피까지, 한 상 푸짐한 다과는 보너스다.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별관 안에서 마지막 작품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1부와 달리,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 앞에 나와 발표하는 게 쑥스러운 듯 엄마의 품에 꼭 안겨 떨어지지 않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떨려도 씩씩한 목소리로 당찬 소감을 발표하는 친구도 있었다. 소감 발표 시간은 부모님들도 피할 수 없었는데, 출석률이 가장 높았던 친구들의 부모님이 대표로 앞으로 나와 지난 시간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셨다.
“처음 이 센터에 왔을 때, 대체 여기서 무슨 수업을 할까 싶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들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고, 또 실내 수업뿐만 아니라 실외에서 하는 수업들도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광주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궂은 날씨, 안 좋은 교통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 늘 토요일 오후 차를 몰고 삼호센터에 오셨던 부모님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들의 노력 덕분에 광주읍성의 3D 프린터 작품부터, 광주의 문화유산 지도를 그린 작품,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찍힌 사진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의 흔적들이 신기한 듯 아이들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작품보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는 부모님과 강사님들의 얼굴에는 편안한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바야흐로, ‘역사’가 대세가 된 시대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역사다. 더구나 이 시국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은 너무도 중요해지고 있다.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는 어떤 문화유산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먼저 아는 것이 ‘ 지키는 것’의 첫 단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주읍성 흔적을 통해 미래 문화유산 남기기’ 프로그램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금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그 문화유산이 우리의 정체성이자, 미래라는 것을 훗날 아이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지켜보고 지지해주는 부모님과 강사님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 지역의 미래는 희망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