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호] 갈증에 목마를 때? 인문학 책을 읽는다._정두리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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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5-08 조회수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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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갈증에 목마를 때? 인문학 책을 읽는다

 

정두리_8기 모담지기  

 

2011년 어느 늦은 밤 충장로 주점. 몇몇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공부를 작당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떨까?” 이렇게 시작한 공부모임에 사람이 모여들고 년 수가 늘어갈수록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2015년 이 공간이 청년들에게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페인트칠하고 도배하고 청소하여 만든 공간이다. 공간을 만들면서 기금마련을 위한 후원파티 ‘집들이’도 하였다. 이 공간이 너무 아늑해서 나만의 아지트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그들은 술 마시고 놀기 위해 모인 청년들이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7년 4월 26일 1강부터 시작해서 매주 수요일 7시에 진행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기쁨의 시작  

청년인문살롱’이 시작되는 날. 맛있는 음식과 아담하지만 운치 있는 공간에서 새로 올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따듯한 공간, 음식, 사람 그리고 강의였다. 이전 기수, 신입 등 모두 모여서 얼굴도 보고 ‘삶’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들이 직접 마련한 공간에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키워가는 노력과 정성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청년들이 있다.

  

‘삶을 위한 앎’을 위해 청년이 인문학을 공부해야하는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20여명의 청춘남녀가 모여앉아 철학/예술/문학에 대해서 토론도 나누고 강의도 들으면서 저마다의 분야를 관심 있게 공부해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청년들은 에세이 단편집도 출판한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만든 책이 벌써 4권 째다. 곧 독립책방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첫 번째 시간 청년들의 인문학을 들여다보았다. 김천응선생님과 함께하는 ‘우리가 왜 공부해야하는가?’라는 주제로 2시간가량의 강의 및 토론 및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청년실업률 9.8%를 찍은 2017년, 우리는 왜 공부해야하고 왜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지 청년들은 알고 싶었다. 그만큼 목말라있었고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표현이 사무치도록 공감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선택한 돌파구는 인문학이었다. 독일 철학자는 요즘 사람들의 삶을 이끄는 동력을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 세상 사람들의 잡담.

둘째, 맹목적 유행과 호기심. 

  

놀랍게도 이는 110년 전에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에 쓰인 문구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삶의 비극이 되는 원인이 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 자본과 소비에 얽매이는 삶, 모든 걸 공급받는 삶이 청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매일 음식사진, 일상사진을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의식을 거쳐야만 안도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분명 휴대폰을 바꾼 지 1년이 되지도 않아서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꾸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클릭 한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고 1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달려왔을까?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이 일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삶의 지혜는 어디서 어떻게 배워온 것일까? 책에서 배웠을까, 부모님께 배웠을까, 친구에게 배웠을까, SNS 속 익명의 사람들에게서 배웠을까.  

살아가는 지혜는 해가 바뀌면 바뀔수록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첨단의 시대에 살면서 고독감, 외로움은 더욱 커져간다. 인문학은 멀리 있지 않다. 수완중학교 학부모가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지은 <영수증> 이라는 시는 영수증에 나라는 인물의 심정을 투여하여 ‘반복되는 삶에 새로울 것이 없구나.’와 ‘가득 한 묶음 손에 쥐어져 또다시 버려졌다. 나도 버려졌다.’ 라는 시구를 사용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왜 인문학인가? 

베드포드힐스 교도소에 수감된 19살의 비니스 워커는 “사람들이 왜 가난할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라는 얼 쇼리스의 질문에 공연관람, 박물관 견학 등의 조금은 생뚱맞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녀의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노숙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돈, 잠자리, 식사 등의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삶에 관해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프로젝트다. 이 코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노숙자가 일자리를 얻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손 안에 쥐어진 물건은 하루지만 마음의 영혼을 채우면 평생 갈 수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삶을 위한 앎을 위한 도약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 시간은 강의형식이지만 이 후 선택강좌 3개 분야에서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하며 모두가 스승과 벗이 되어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삶을 나누는 청년인문공동체가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청년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 청년들은 강의 이후 더욱 뜨겁게 각자의 의견을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표현해보고 서로 반응해주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관련링크: facebook.com/yeg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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