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호] 딸에게 '엄마'라는 삶을 건네다-김한경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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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6-05 조회수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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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딸에게 ‘엄마’라는 을 건네다

 

김한경_8기 모담지기

 

최근 들어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를 부탁해>와 같이 육아에 소원해진 아빠들을 가정으로 소환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TV 프로그램 덕분인지 많은 아빠들이 데면데면하던 자녀들과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엄마는? 아빠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엄마와 우리는 잘 지내는 걸까. 엄마와의 관계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애미가 물려주는 삶살이>를 찾아가 보았다.

 

“엄마하면 다 울어요.”

<애미가 물려주는 삶살이>는 엄마들이 모여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딸들에게 여자이자 엄마로서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시작 전부터 오늘은 울지 않겠다며 엄마들은 서로 다짐을 하면서도 눈가가 촉촉했다. ‘엄마’하면 자신이 딸이었을 때, 자신도 엄마가 있었을 때, 엄마와 있었던 일을 자주 회상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딸과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다가도 자연스레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Q. 지금까지 수업을 하시면서 느낀 것 좀 말해주세요. 

A. 우선 20대 선생님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도 안 들어주는데, 얼마나 고마워요. 옛날에는 얘들이 힘들게 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구한테라도 하고 싶어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썼어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가계부에 적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고 또 책도 만들어서 딸한테 줄 수 좋아요.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딸한테 말 안했어요. 목요일은 이 수업 때문에 기대 돼요. 

 

감정 인형을 통해 돌아본 지난주


수업을 시작하면서 휴지심과 색종이를 이용해 지난 한 주 자신의 감정을 그려보기로 했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을 돌아보아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아들이 아파서, 딸이 상을 받아서, 딸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보내서, 집에 돌아온 딸의 표정이 지쳐보여서 엄마도 아프고, 기쁘고, 힘들었다. 엄마들은 사춘기 소녀만큼 예민하고 감수성이 깊었다.

 

“4살, 5살 아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어요. 아들의 하루에 따라 제 기분도 정해졌어요. 

엄마한테 갈 일이 있어서, 엄마한테 ”나는 어렸을 때 어땠어?“하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보고 왔어요.”

  

숨겨온 엄마의 꿈

이번 수업 주제는 ‘꿈’이었다. 엄마들은 꿈이 많은 여자였다. 제빵사, 대통령, 문화인류학자, 간호사, 군인 등이 되고 싶었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자신의 꿈을 숨겨왔던 엄마의 꿈이 하나 둘씩 터져 나왔다. 

  

 


“어렸을 때는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생활도 어려웠지만 능력이나 의지도 따라주지 않아서 회사에 바로 취직했어요.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고, 다 크니까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100세 시대잖아요. 내 능력에 맞는 걸 이제 찾고 있어요. 나는 지금도 꿈을 찾는 중이에요.”

 

“어쩌다 가게 된 해외여행이 좋아서 여행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한땐 대통령이 꿈이었는데,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았어요. 

크든 작든 내 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국엔 하고 있더라고요.”

 

“산골 시댁 생활 15년, 고지식한 남편과 함께 살면서 내 꿈을 너무 잊고 살았어요. 

나는 사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애미가 물려주는 삶살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렇게 엄마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는 걸까. 20대 청년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원래 제가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전문가 교육을 듣고, 자기주도 프로젝트를 기획할 기회가 있었어요. 기획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막연하더라고요. 그 때 멘토 선생님께서 본인의 삶에서 먼저 시작해보라고 하셨어요. 저를 생각해보니,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옆에 계신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딸 관계가 애증의 관계잖아요. 그래서 엄마의 삶을 저한테 푸시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저도 엄마를 보면서 왜 그렇게 사시나, 자기 좀 챙기면서 살지 생각 들었어요. 엄마가 여자이자, 딸이자,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책으로 묶고, 엄마 주변 분들과 함께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다니시는 공방 친구들과 함께 책을 엮게 됐어요. 그게 여기까지 왔어요.

  

Q. 단체 이름이 ‘한올’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A. ‘한올지다’라는 동사에서 따온 거예요. ‘사람 관계가 한 가닥의 실처럼 치밀하다’라는 의미인데, 사람들과의 관계,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한올이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요?

A. 저희도 배워가는 입장으로, 교육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머니들께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저희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조력자 또는 촉진자)로만 역할을 해요. 함부로 참여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드는 문화기획을 하고 싶어요. 그게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문화는 삶과 맞닿아 있잖아요. 허리띠를 매일 차고 다니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데, 작용은 하고 있는 허리띠처럼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게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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