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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창작집단 유유자적 <우리 마을 아티스트, 광주 Re에 빛담다>
김한경_8기 모담지기
한국사회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여 2017년 고령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2026년에는 초고령화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령화사회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고, 생산보다 소비가 많아지면서 국가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것을 문제로 삼는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 소외’ 문제이다. 모든 사회 문제를 고령화 탓을 하며, 노인을 우리사회 밖으로 내몰고 있진 않은가 생각해본다. 창작집단 유유자적은 광산구 더불어樂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미디어를 이용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란 제목으로, 영화 촬영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에 들어가니 지난주에 쓴 대본을 보면서 역할을 나누고, 각자 맡은 연기연습을 하고 계셨다. 최경희, 오선숙님이 속한 팀은 ‘배우는 기쁨’이란 소재로 영화를 찍었다. 무료한 일상생활에 약간의 짜증을 갖고 살던 주인공이 친구의 소개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삶의 활기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또 다른 한 팀은 ‘죽음’을 영화 소재로 삼았다.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 죽고 난 후, 남아서 살아가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아야 된다고 말한다. 짐짓 무거운 소재인 죽음을 바둑이나 장기와 같은 게임을 하면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받아드리고 있다.
배우는 기쁨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최경희, 오선숙 참여자
Q. 직접 대본도 쓰시고, 촬영 및 연기를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A. 우리 같은 주부들은 살림만하고 애들 키우는 것밖에 몰랐죠. 요즘은 놀거리도 많지만 우리는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다 커서 떠나고 나니까 할 일이 없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영화 찍는 것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늘 직접 촬영하고 연기해보면서 영화감독이나 스텝이나 배우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한 컷이라도 참여하고 보니까 어색하고 어렵더라고요. 이제부터는 극장가면 돈 비싸다는 생각 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봐야겠어요.
“애들도 크면 자기 갈 길 가는데, 우리 인생도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배우려고요.”
A. 살다보니까 이 나이 먹도록 아무것도 한 게 없이 느껴지고, 허무했어요. 이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우다보니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어요. 애들도 크면 자기 갈 길 가는데, 우리 인생도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배우려고요.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건강하게 활동하려고요.
Q. 오늘 촬영 하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진짜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에요. 오늘 주연도 하고 조연도 했는데, 나도 새로워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저희 드라마 내용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슴으로, 마음으로, 표정으로 표현해야 하죠. 이런 충만감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나도 감독이 될 수 있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기획자 인터뷰: 창작집단 유유자적
창작집단 유유자적은 영화 미디어 전공자들이다. 예술이란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전공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이란 당연히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수업이 끝나면 어르신들과 함께 실버극단을 꾸려 참여자도, 관람자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화려한 무대를 야침차게 준비중이다.
Q. <우리 마을 아티스트, 광주 Re에 빛담다>라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저희는 문화예술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예술을 특별히 전공하지 않고, 배우지 않았어도, 일반인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교육자이자 철학자인 존 듀이에 따르면 예술은 일상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어요. 우리의 일상이 예술적인 삶이고, 우리 경험이 예술과 연결이 된다고요. 저희도 이런 생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여기 광산구 더불어락노인복지 센터에 계시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여기 참여하시는 분들이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수업을 통해서 본인들이 살아오셨던 삶 자체를 예술로 받아들이고, 본인 스스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기획의도죠.
Q. 문화예술교육에 이런 미디어를 이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저희 단체의 기본 베이스가 영화 미디어 전공자들이에요. 그리고 영화는 그 안에 미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합쳐 있기 때문에 종합예술매체라고 하죠. 일반인들이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했을 때, 영화는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 예술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오늘 수업에서도 카메라도 다루고, 대본과 같은 글도 직접 쓰고, 연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Q.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하셨는데, 점점 돈독해지는 팀워크를 볼 수 있어요. 요즘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죠.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는 이기적 사회로 변해가죠. 문화예술교육 수업은 본인 자신의 삶부터 폭넓게 바라보게 되고, 옆 사람과 함께 협동 작업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요. 알고 보니 같은 마을 주민이거나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것을 발견해요. 수업 이후 집으로 돌아가셔서도 동네에서 마주치고, 만나죠. 이런 것을 통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봐요.
Q.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세요?
A. 어르신 분들도 의외로 낯가림이 심하셔서 마음을 여시기까지 노력이 필요하죠.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높으셔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시는데 느리긴 하지만 정말 하지만 열심히 하세요. 딱히 어렵거나 힘든 건 없는데, 수업 오시는 것도 미리 연락드려야 하고, 하나하나 챙겨드려야 해요.
Q. 앞으로 남은 뮤지컬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되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실버극단이고, 실버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도 작고, 부끄러워하시거나 많이 피하실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오늘 수업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으쌰으쌰 하시고 활기 넘치세요. 처음에는 소박한 본인의 이야기를 모노드라마나 낭독극 형식으로 해볼까 생각했는데, 그걸로 성이 안차실 것 같아요. 그래서 스케일도 크고, 한바탕 보여줄 수 있는, 연기하시는 분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는 공연을 하려는 계획이에요.
Q.창작집단 유유자적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A. 일상에서의 예술을 지향합니다.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예술이다. 그런 것을 알려드리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