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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내 안의 나’를 만나서 내뿜는 소리의 향연
-평화예술교육센터
정두리_8기 모담지기
“슈욱 – 슈욱 -” , “짹짹짹”, “똑, 똑, 똑” .
소리가 전달해주는 힘은 대단하다. 소리만으로 내 감정을 표현해보고 자연의 소리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평화예술교육센터의 ‘사운드 스케이프’ 프로그램 현장에 다녀왔다.
사운드 스케이프(soundscape) : 건축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활동. 교육, 예술, 문학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고 소리풍경으로 범칭되는 사운드 스케이프는 사운드(소리)와 스케이프(조망ㆍ경관)가 결합된 용어이며, 사운드스케이프 이론은 음향학의 요소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의미론적 환경관에 입각하여 ‘의미가 부여 된 소리 환경’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생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을 울렸던 영화 ‘워낭소리’를 기억한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의 코에 걸어서 소가 어디에 있던지 ‘워낭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게 한 단순한 코걸이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의미로 소와 주인할아버지의 관계형성을 나타내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한 영화의 내용처럼 소리로 느껴지는 의미를 느끼고 분석하고 재해석해서 나의 개성을 가미해서 표현하는 작업들을 통해서 생소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평화예술교육센터는 어느 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모든 소리들을 채집하고 이 채집과정에서 느껴졌던 감정들을 공유하며 가장 크게 느껴지는 소리, 가장 인상깊었던 소리, 가장 기분 좋게 느껴졌던 소리들을 찾으면서 이것들을 분석하고 색채, 소리파일 등으로 새롭게 창조해낸다.
20~30대 참가자들이 모여서 24주간 주 1회 프로그램에 참여해본다. 청년들의 일상속에 녹아나게하는 세계관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큰 목표는 이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다면 설명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사운드의 세계. 나는 이 경험을 ‘내 안의 나’를 만난다.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한 회차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소리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느꼈다. 첫 스트레칭부터 독특하다. 정해진 스트레칭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한명씩 돌아가면서 본인에게 필요한 스트레칭을 다같이 해보는 방식이다. 이어서 둘씩 짝을 지어서 소리를 통해 느껴지는 나의 감정, 직장상사에게 이유없이 혼난 상황이나 로또 당첨된 기쁨, 화가 무지 났을 때를 생각해보면서 깊이 내 생각속에 빠져들어 파트너와 나눠보면서 나를 뛰어넘어 너, 우리를 생각해본다.
앉아서 정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말하는 거울놀이를 통해서 사람이 되어보고 거울이 되어보면서 내가 표현하는 몸의 흐름이나 행동표현들이 다른사람에게 전달되어 정확한 의미전달을 해보는 공감의 경험을 했다면 이 짜릿함에 살짝 미소 띌 것이다.
투명 공 놀이를 통해 더욱 심화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투명공을 가지고 번갈아가면서 공을 가지고 노는 데 다른 사람들이 공의 소리를 내주는 형태이다.
그리고 숲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편안한 숲의 소리를 입을 통해서 6~7명의 사람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오롯이 본인이 생각하는 숲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소리를 찾아서 실제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풀을 가르는 소리 등 제한은 없다.
명상하듯이 눈을 감고 내가 편안한 숲을 떠올려보자. 풀이 우거진 곳에 발을 디디니 길쭉길쭉한 나무들이 곳곳에 푸릇푸릇하게 피어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나무들 사이를 오고가면서 물안개가 짙지만 아직 해는 쨍쨍한 이 곳에서 이름모를 풀을 만져봤다. 풀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내가 지나갈 때마다 풀들이 나를 스쳐가면서 소리를 낸다. 물안개에 이슬이 맺혀 고여있는 물가에 똑똑 떨어진다. 그 물가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겨보니 절벽 끝에 폭포가 쏴 – 내리고 있는 모습도 장관이다. 가만히 구경하다보면 새가 한 마리씩 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내가 이방인이라서 경계하는 소리일까? 눈을 떠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감으니 바람이 지나가며 나무를 가르고 풀을 가르며 내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가 내는 소리에 집중해서 만들어진 숲을 들어보니 어떤 사람은 아마존을 생각하면서 원숭이 소리를 못내어 아쉬워하고 빗방울 하나에도 서로다른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었다. 밤에 울리는 소리이고 큰 바람소리 등 대체적으로 고요해서 큰소리를 못냈다고도 했다. 또한 나는 벌레소리를 생각했는 데 입으로 소리를 못내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런 소리에 빠져있을 때, 입으로 내는 것 말고 캔버스 위에 색을 칠하는 과정을 거쳐서 소리를 입체화해보기도 했다. 각자가 원하는 색과 공간, 형태로 음악에 맞춰 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완성작은 마지막회차 11월 경에 전시도 될 예정이다. 사운드 스케이프라는 생소할 것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서울에서는 이미 음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눈뜨고 있고 광주권에서도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막상 한회차만 경험해봐도 편안하면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 같아 다음회차가 기대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