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삶의 기술로 배우는 요리
-화월주, pop-up school 친구네집
송은호_8기 모담지기
옛날부터 인류는 친한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먼 길을 찾아온 손님들한테 가장 먼저 제공했던 것은 따뜻한 밥이었고, 처음만나 어색한 사람들도 밥 한 끼 하고 나면 가까워지곤 했다. 그만큼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강한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상징적 행위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누군가 깊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다면 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함께 요리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타인과 함께 먹을 음식을 함께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식사의 준비’와 ‘음미’, 두 가지 과정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는 꽤나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식자재’라는 재료를 썰고, 볶고, 삶고, 굽고하는 수많은 가공과정을 거쳐서 ‘음식’이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제법 값싼 재료를 통해 가성비 좋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아주 재미있고 창의적인 공작이다.
여기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놀이터 같은 주방이 있다. 필자는 7월 15일, 광주광역시 남구 금호평생교육관에서 진행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 공유주방프로그램 팝업스쿨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처음 교육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 어디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그 때 유난히 눈에 띄는 문이 보였다. 공공기관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미건조한 흰색 벽면과 문들 사이로 유난히 예쁘게 꾸며진 공간. 마치 오래된 카페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벽돌 무늬들과 깔끔한 내부, 아기자기한 의자들과 식탁 그리고 책 가득한 서랍장. 구석에 마련된 2층 침대는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하였다.
그 옆에는 거대한 냉장고와 주방기구들이 모여 있었지만, 고소한 마늘 볶음 냄새를 맡은 후에야 필자는 그곳이 주방으로 쓰이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간 옆에는 ‘친구네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는데, 말 그대로 친구네 집처럼 그곳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선생님, 이거 다 익었어요?”
“선생님, 이것 좀 봐주세요.”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강사 선생님은 정신도 못 차리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싱크대에서는 쌓여있는 그릇들이 덜거덕 거리며 씻기고 있었고, 주방 가운데에서는 각종 야채들이 아이들 손에 가지런히 깎여나가고 있었다. 냄비에서는 물이 끓어 넘치고 프라이팬에서는 사방으로 기름이 튀었다. 노련하지는 않지만 다들 익숙한 솜씨로 재료들을 다듬는 모습이 주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늘 요리의 주제는 ‘누군가를 위한 생일상 차리기’였다. 우리는 살면서 생일상을 받아보기만 했지, 내가 직접 누군가를 위해 생일상을 만들어 보았던 적이 있었을까? 아이들은 각자 생일상에 어떤 음식을 올릴지 고민하고, 어떤 재료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한 후에 요리를 한다. 오이와 당근을 채 썰고, 고기를 다듬어 주물럭을 만들고 있었다. 재료를 선정하고 음식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요리는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야만 하는 활동이다. 내가 직접 만들고 그것을 또 타인과 나누고 함께 그것을 즐기는 과정, 이곳에서 배우는 요리는 단순한 스킬로서의 요리가 아니라 삶의 기술로서의 요리였다.
단체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한 모임인 화월주는 아이들의 성장과 돌봄에 관심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네트워크 모임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되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무한 경쟁과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건강한 성장을 위협 받지 않도록 학교, 지역, 가정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 지역, 가정의 연결 고리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꿈을 안내 받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운동도 하며, 잔치도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다음은 프로그램의 기획자이신 김유정 선생님과의 인터뷰이다.
Q. 프로그램 대한 소개와 기획의도를 알려주세요.
A.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 프로그램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의 기술로서의 요리’를 익히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밥을 먹을 때도, 단순히 돈을 내고 해결을 하죠. 우리 의식주의 많은 부분이 단순한 소비의 과정으로써 행해지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Q. 주방 공간이 굉장히 예쁜데요. 소개 좀 해주세요.
A. 이 공간은 처음부터 학생들이 요리를 할 수 있고 놀 수 있는 ‘요리하는 카페’라는 컨셉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제작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만들었습니다. ‘친구네 집’이라는 이름도 아이들이 카페이름을 투표를 통해 직접 정하였습니다. 만들어진지는 2년 정도 되었구요. 교육관 문을 닫는 날 빼고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아이들이 항상 와서 책을 읽고 놀고, 요리하며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Q. 앞으로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오전에는 이곳 공간에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요. 오후에는 전문가분을 초청해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그리기와 사진 찍기 수업을 진행합니다. 소비만 하는 삶,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의,식,주의 기술들을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배우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