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호] Video Kill the Radio Star? (사)광주시민방송_ 송은호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7-12-04 조회수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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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Video Kill the Radio Star?

-(사)광주시민방송. 여성결혼이민자가 만드는 마을라디오

송은호_8기 모담지기

 

우리는 낡아버린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났지

당신은 오래전에 녹음된 음악을 듣고 있었지

아마도 예전에 유행했었던 음악을 기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여버렸어.

[출처] The Buggles = Video kill the radio stat

  

영국 밴드 버글스가 1979년 ‘Video kill the radio star’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은 공감했다. 컬러 티비가 보급되었던 그 시기, 누가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를 듣는다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라디오는 건재하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출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며 자기들의 비밀스러운 사연들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낸다. 게스트들과 진행자들의 입담에 울고 웃으며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라디오를 아직까지도 살아남게 해주는 것일까? 

 

우리가 라디오와 티비 같은 대중매체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외롭기에 우리는 세상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하며 라디오와 티비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티비와 라디오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티비는 인간의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그리고 공간을 제약한다. 티비 앞에 앉아있으면 즐겁지만 동시에 티비가 없는 곳으로 갈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구속, 시각과 청각의 구속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디오는 티비에 비해 자유롭다.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어디든 갈 수 있고 소리만 듣고 있기에 외로움에 대한 갈증과 자유로움 2가지를 적절히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직도 라디오를 즐겨듣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여기 조금 특별한 라디오 방송이 있다. JTBC 방송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비정상회담’처럼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디오가 있었다. 필자는 11월 21일 화요일 광주 광산구 어린이문화의집 야호센터에 있는 광주시민방송 ‘여성결혼이민자가 만드는 마을라디오 프로그램’ 녹음현장에 다녀왔다.

   

'1년 전 야호센터를 방문하였을 때는 이런 공간이 없었는데......'

3층으로 가니 어느새 작은 라디오 방송 녹음실이 생겨있었다.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담는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복잡한 녹음장치와 방음실은 어엿한 하나의 방송국이었다. 그곳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2005년 12월 법무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광주에만 1194명의 여성결혼이민자가 있다고 한다. 타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성격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이나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관심과 편견은 아직 많이 모자란 수준이다. 광주시민방송은 그런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그들이 한국 생활에 대해 느꼈던 점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라디오 방송으로 제작하여 시민들의 관심과 의식발전을 위해 제작되었다.

 

흔히 다문화 게스트들의 이야기라고 하면은 비정상회담처럼 ‘인권’, ‘환경’, ‘경제’, ‘정치’ 같은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여기서 이야기 되는 것들은 한국의 아주머니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의 아주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이다. ‘다문화’를 주제로 각 문화권마다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주제가 무겁다기보다는 가벼운 이야기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내가 한국에 좋아하는 드리마 이야기’, ‘한국에서 자녀를 기른다는 것.’,‘명절에 내가 하는 일들’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화주제는 어떻게 정하는 걸까? 각 참여자들이 생각해두었다가 만나서 ‘이런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의견을 내면 그것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와중에 생각이 나서 정해지기도 한다. 매주 화요일에 참가자들이 모이면 1시간 정도 그간의 안부나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그 때 정해진 주제들로 녹음을 1시간 반 정도 진행하게 된다. 녹음된 내용은 편집 과정을 거쳐서 목요일에 광주시민방송을 통하여 송출되게 된다. 스마트폰  어플을 깔면 폰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광주시민방송 프로그램은 총 12차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1주일에 화요일 1번씩 진행된다. 

  

프로그램 기획자이신 양지혜 선생님은 여성결혼이민자뿐만 아니라 타국적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함께 기획. 운영하고 계신다. 원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일을 진행해오다가 JTBC의 ‘비정상회담’을 보고 일반인 게스트들이 출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본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다고 한다. 

  

처음부터 광주의 여성결혼이민자분들과 연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광산구 ‘명예통장단’과 연이 닿아서 어머님들과 연결이 되었고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등 여러 국적의 결혼이민자분들과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첫 멘토링 때 어머니들께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라고 물으니 ‘같은 국적 어머님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거기서 ‘국적은 달라도 한국에서의 생활은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이를 토대로 무겁지 않고 일상적은 주제로 대화를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란 포맷을 정하셨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그 분야에 특화된 기술자 양성에 치중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개개인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양지혜 선생님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람들이 외국인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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