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성문화의집.JPG [size : 20.5 KB] [다운로드 : 46]
[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는 낙엽도 아름답지 않던가
- 어른신과 함께한 문화예술교육 10년, 황혼을 장식하다
송은호_8기 모담지기
우리는 삶의 황혼기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생각해 보았나
겨울의 초입문을 들어서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새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과 낙엽은 항상 지나치던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인생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떨어지는 가을의 낙엽은 삶의 황혼기를 상징하지 않을까? 인생의 끝에 다다르는 가을의 시기, 누군가는 인생의 끝을 기다리는 저물음의 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는 노을처럼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시기이기도 하다. ‘은퇴계획’, ‘실버라이프’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할 것인지 관심이 많아졌다.
서구농성문화의 집에서는 10년간의 긴 시간동안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필자는 11월 14일 화요일 서구농성문화의 집, 어른신과 함께한 문화예술교육 10년 ‘황혼을 장식하다’의 결과발표회를 다녀왔다.
서구농성문화의 집은 서구동사무소 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문화의 집 조성사업’으로 2004년부터 운영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은 동사무소의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되었던 사업은 점차 주민들의 문화 예술 서비스와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발전해 나갔고 2007년에는 본격적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문화의 집 운영은 광주광역시 서구청의 지원을 받으며 광주흥사단이 총괄하여 운영하고 있다. 광주흥사단은 191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힘기르기, 인물기르기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로서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교육과 이를 통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
광주 서구 농성동, 양동, 광천동은 타 지역보다도 특히 저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은 고고령화 지역이다.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노인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예술 교육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농성문화의 집 노인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그런 노인분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애착, 배우고자하는 욕구, 자존감 향상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여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마을신문제작, 나만의 이야기로 자서전 만들기, 시를 지어서 시집을 내기도 하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혜안과 감정을 문학의 형태로 표현한 시는 젊은 사람들이 낼 수 없는 깊은 멋과 향을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지었던 시들은 문학집으로 엮어서 어느새 두 권이나 출판이 되어있었다.
2013년부터 15년까지 연극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과연 이 나이에 연극무대에 설 수 있을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데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처음에는 망설이던 어르신들도 어느새 적극적으로 연극에 참여하면서 무대를 성공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자신들만의 연극으로만 끝내기에는 아까웠던 걸까? 2016년부터는 광주의 경로당을 찾아가서 또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자그마치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여러 활동들이 진행되었고 그 날은 10년간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하고 함께 정리하는 시기였다. 이쯤 되면 10년간 꾸준히 참여해오신 어르신들도 대단하시지만 오랜 시간동안을 문화예술교육 진행에 몸바쳐오신 선생님들 또한 궁금하였다. 다음은 본 프로그램의 기획자 이주영 선생님과 강사님이신 박미옥 선생님, 그리고 이혜경 선생님과의 인터뷰이다.
Q. 오늘 진행되었던 ‘어른신과 함께한 문화예술교육 10년, 황혼을 장식하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서구농성문화의 집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문화예술교육이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을 만났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그들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광주에 힘들고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계셨고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많이 부족한 점도 있었고 그만큼 뿌듯한 점도 많았습니다. ‘10년간의 문화 예술 교육이 어르신들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10년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어르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노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과 그간의 활동들 중 베스트를 선정하고 선정 이유를 조사, 정리함으로써 다음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좋은 자료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Q. 올해에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나요?
A. 4월 18일 화요일부터 시작하여 2주마다 총 25회차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나의 인생그래프 그려보기’,‘다시 가고 싶었던 현장학습 장소로 추억의 소풍 떠나보기.’ ‘사진 찍기 배우기’ ‘추억의 시 써보기’,‘연극, 레크레이션’등 10년간의 프로그램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Q.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신 강사님들의 소감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A. 총 29분의 어르신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10년 넘게 함께 해오신 분들이 10분정도 되십니다. 사실 처음에는 어르신들과 마음을 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부대끼고 웃으며 열심히 활동을 하니 이제는 친정어머니 같은, 가족 같은 분들처럼 느껴집니다. 어르신들께 교육을 하는 입장이지만 강사인 저희도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어울림이라던가, 대화하는 태도 같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Q. 프로그램 참가자분들도 많이 달라지셨나요?
A, 무엇보다도 본인들이 직접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연극 무대에 오르시는 등 삶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자존감이 크게 늘어나셨습니다. 게다가 연극 대본을 다 외우실 수 있으실 정도로 굉장히 똑똑해 지셨습니다. 무엇가를 외우기 위해 애쓰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시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에 치매나 부고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고령자분들이시다 보니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족처럼 가슴이 아팠죠. 본 프로그램을 10년의 과정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이유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취미교실이나 소규모 공부 프로그램으로 동네 어르신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