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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내 마음 속 색깔을 찾아서>
오색빛깔 마음여행 _ 주안미술관
모담지기_곽주영
색(色)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잿빛 거리, 무성영화에서나 보던 흑백 세상, 명암으로만 구분해야하는 단조로운 물건들. 색이 없다면 아마도 영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이처럼 색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시각을 자극 시켜 욕망을 끌어내거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등 효용이 다양하다. 매일 아침 우리는 조화로운 색을 맞춰 옷을 입으려하고, 장식품 하나를 고를 때도 두어야 할 장소와의 색 조화를 고려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색이 가진 효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색은 저마다의 의미와 이야기도 가지고 있다.
빨간색을 예로 살펴보자.
빨간색은 안전을 뜻하며, 정지나 금지, 위험, 경고와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자극적이고 강렬한 색으로 사랑이나 정열 등을 표현하는데 쓰이며, 태양, 불, 피, 혁명을 상징한다. 심리적으로는 부정적인 사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며, 활기와 야망을 갖게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빨간색을 보면 위와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열정과 투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마치 축구를 응원하는 붉은악마가 빨간색 도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색은 우리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에서 색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매주 색으로 마음여행을 하는 주안 미술관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오색빛깔 마음여행 현수막
6월 2일 토요일 오전 10시, 대인시장 쪽에 위치한 주안미술관을 찾았다. 따뜻한 볕과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2018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었다. 거기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주안미술관의 입구가 보인다.
1층에는 커피숍이 자리해있고, 계단을 이용하면 지하에 자리한 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따스한 햇살과 은은한 커피향이 더해져 도심 속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주안미술관 입구
프로그램은 이론 수업 후에 본격적인 만들기가 진행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오늘 아이들은 보라색을 주제로 꽃다발을 만들게 된다. 척 보기에도 조그마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눈을 반짝이는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선생님이 한마디를 하면 여기저기서 두 마디, 세 마디가 터져 나온다.
보라색은 햇빛에 두어도 변하지 않는 색이예요. 그래서 예전에는 권력의 색이자 영원을 상징하는 색이었어요.
강사선생님의 설명에 아이들이 보라색을 두고 저들끼리 이야기하기 바쁘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쭉쭉 뻗어나간다. 마치 마인드맵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 이론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곧바로 기우가 되었다. 보라색이 왕의 색이라고 하니, 곧바로 누군가가 다른 계급이 보라색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왔다.
잡혀가겠죠? 라는 선생님의 대답에 누가 잡아가는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경찰부터 시작해서 호위대까지. 어린 아이들의 언어구사력에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론 수업이 끝나자 짧은 간식타임이 이어졌다. 갓 구워 나온 토스트와 음료수에 아이들은 즐거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론 수업 내내 쉬지 않았던 입은 아직도 지칠 줄 몰랐다. 간식을 오물오물 거리다가도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났는지 수업이야기를 꺼내고 질문을 하는 등 아이들의 꺼지지 않는 에너지가 보기 좋았다.
그리고 수업이 쉬는 동안, 주안 미술관의 공간을 더 탐구해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 주안미술관의 일면을 담아보았다
주안미술관은 작지만 생동감 있는 공간이다. 모든 것들이 밀도 있게 제 자리에 놓여있으면서도 러프하게 느껴진다. 개성이 뚜렷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캔버스에 그려진 거친 선들 하나하나가 제 이야기를 엮어내며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특히나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니, 분출되는 에너지에 작은 공간이 팽창하는 느낌마저 든다.
얼마 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착석해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꽃다발을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꽃과 이파리 그리기 – 색칠하기 - 가위로 오리기 – 오린 꽃을 예쁘게 레이어드하기 – 생화와 잘 섞어서 꽃다발 포장하기
▲열심히 꽃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꽃을 그려보겠다고 움직인다. 튤립을 그렸다며 뽐내기도 하고 도와달라며 강사선생님에게 SOS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제각각 다른 꽃에 색까지 입혀졌다. 그 후에 가위를 드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가위를 사용할 때는 손 조심!”
선생님의 주의와 함께 여기저기서 종이 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걱서걱, 종이를 가로지르는 가위소리가 듣기 좋다.
▲가위질이 한창이다.
그 후에는 각양각색의 종이꽃을 들고 생화와 함께 잘 포장하면, 오늘의 수업이 끝이 난다. 아이들이 마지막 마무리에 박차를 가할 때쯤, 주안미술관의 학예실장을 맡고 있는 김소현 실장님에게 물었다.
Q. 아직도 아이들이 성별에 따라 색에 대한 선호가 나뉘나요?
아니오. 많이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아직은 선입견이 있긴 하죠. 기본적으로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을 좋아하는 것 말이에요.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색이 정해져있지 않은데, 커가면서 또래 애들과 어울리고 자연스레 그걸 따라가는 것 같아요.
원래는 다양한 색을 좋아했어도 집단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Q. 그러면 이런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선입견을 넘어서는데도 도움이 되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아이들이 자꾸 같은 색을 고르면 선생님들이 다양한 색을 고를 수 있게끔 유도하거든요.
Q. 방금 전에 이론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너무 잘 따라오더라구요. 그래서 더 기대할 것이 많을 것 같아요. 향후에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요?
노출이죠. 노출이 지속적으로 되면 무의식적으로 확 오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림을 많이 보여줘서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술관에 오게 되면서 작품도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다가가는 게 더 쉽잖아요. 아이들이 미래에 꿈을 정할 때도 보던 것에서 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미래에 기대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교육대상이 아이들인데, 아이들을 선정하게 된 이유가 있으시다면.
사실 아이들 같은 경우 교육이 정말 많아요. 저희는 미술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되, 조금 흐트러지고 자연스러운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사실 전에는 조금 더 러프하게 했었거든요.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이긴 한데, 어렸을 때 어떤 사람한테 무엇을 배우냐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수업으로 인생이 특별해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어렸을 때 어떤 찰나의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커 가는데 좋은 역할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 교육이 그런 점에서 보람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마무리 과정과 완성된 작품들
실장님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오늘은 찰나의 순간이 되었을까?
지난 인생을 되돌아볼 때,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은 누구나에게 있기 마련이다. 삶에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 찰나의 순간은 용기와 추진력을 피워내는 밑거름이 된다.
또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력한 힘은 풍부한 색채에 있다. 오색빛깔 마음여행이라는 이름처럼 프로그램은 많은 색을 다룬다. 일상의 다양한 색을 심리적으로 접근해서 교육하고, 작품을 만듦으로써 정서적 불안감을 분출,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색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고유의 색 마다 다른 감성과 에너지가 깃들어있고, 어느 때는 나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색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치유라는 것은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한다. 내면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오늘은 괜찮은지, 다친 곳은 없는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다독여 줄 수 있어야한다. 그런 맥락에서 색이란, 내면의 나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런 깊은 이야기까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완성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보살피는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 공간안내: 광주 동구 제봉로 197
Tel. 062-222-2083
* 관련링크 : https://www.facebook.com/juanmoa14
* 프로그램정보 : 오색빛깔 마음여행 (4.21~10.20) 매주 토요일 10~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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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영(9기 모담지기)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경영정보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금융기관에 적을 두었다가 또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을 한다. 가끔씩 인생을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 사이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세워가는 것, 어긋난 박자 속에서 제 고유의 선율을 만들어 가는 것, 속도는 다르지만 정 방향으로 향해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