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호] 바느질을 하며 먹고, 배우고, 사랑하라!_임우정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7-04 조회수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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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바느질을 하며 먹고, 배우고, 사랑하라!

광산구 ‘우리집 편한집’에서 함께 삶을 만들어가는 어린엄마들

 

임우정_9기 모담지기

 

 

▲아직 미완인 인형도 있지만 한땀한땀 소중히 만들어낸 인형

 

  장마를 앞두고 습도 높은 더위에 지친 채 ‘편한집’에 도착했다. 작년에 와봤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날이 더워 즐길 수 없었지만 쉽게 보기 힘든 잔디 깔린 정원에 세워진 나무그네가 더위 속에서 반짝인다.

 

  더위를 피해 얼른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년에는 2층에서 진행하는 요리수업에 참여해 따끈한 떡을 얻어먹었는데 올해는 어떤 활동이 진행되는지 기대됐다. 1층 복도를 따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넓은 방으로 들어섰다. 저마다 자리에 앉아 분주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무엇을 하나 봤더니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인형들이 보였다. 

 

  빨강머리, 회색머리, 노랑머리, 갈색머리, 긴 생머리, 양 갈래로 땋은 머리, 단발머리, 짧은 머리, 초록색 꽃무늬 옷, 체크무늬 치마, 물방울무늬 옷 등 제 각각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밝게 웃는 인형들이었다.

▲인형의 머리카락을 만들고 있는 모습

 

  5주라는 시간동안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인형들. 인형의 모델이 된 아이와 똑 닮은 머리를 지닌 인형과 수줍은 듯 보이는 아이 사진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한쪽에서는 인형 만들기를 끝내고 손주머니 만들기에 들어갔다. 다양한 천들을 살펴보며 직접 겉감과 안감을 고르고 설명에 따라 사각사각 가위를 움직여 천을 잘라낸다. 천을 재단하는 가위의 적당한 무게감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본을 따라 재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재단을 마친 천은 겉감 안감 그리고 끈을 넣을 입구부분까지 순서대로 차곡차곡 놓는다. 가끔 헷갈리지만 그럴 때는 얼른 선생님을 부른다.

 

  5주간 인형을 만들기는 했지만 아직은 손바느질이 익숙하지 않고 박음질이니 홈질이니 하는 용어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인형도 만들었는데 이런 주머니쯤이야, 얼른 완성된 주머니를 보고 싶어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서로서로 물어가며 재단을 하고 바느질을 하다가 누군가 말한다. 

  “왜 핸드메이드 주머니를 비싸게 파는지 알겠네!!”

  그 말에 모두 ‘와 하하 호호’ 공감의 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 안에 든 천과 바늘을 조심히 움직여 주머니를 완성해나갔다. 

 

  나는 바느질이 참 좋다. 하고나면 늘 목도 어깨도 등도 아프지만 그 시간에는 온전히 집중해서 모든 골치 아픈 것들을 잊어버릴 수 있고 그 시간이 끝나면 내 손안에 멋진 무언가가 완성되어 가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쉽게 싸게 살 수 있는 인형, 주머니라도 내가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어떤 비싼 물건보다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던가.

  

▲직접 만들어 더욱 소중한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

 

  내가 직접 만들어 간다는 것, 그것은 삶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미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내리고 그에 따른 삶을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미 어른인 어린엄마들과 함께 하고 있는 여디디야의 이은나 대표로부터 그들과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된 이유와 그것이 가진 힘에 대해 들어보았다.

 

14년 전, 비혼모들의 자립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자립의 문제를 문화예술교육으로 접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여디디야는 2005년부터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10대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2015년부터는 싱글맘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했고, 청소년을 넘어 미혼양육모, 소위 ‘싱글맘’을 대상으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립과 문화예술교육이 무슨 큰 상관이 있나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프로그램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자립을 위한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립의 당위성과 과정에서 필요한 싱글맘들의 마음의 자세, 즉 태도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한 인간이 궁극의 성장을 한다는 건 ‘홀로 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을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와 생각해 본다면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은 한 인간의 삶의 대한 사유와 그것에 대한 표현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싱글맘들에게도 그러한 사유와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하거나 자립한 참여자들이 있었을 텐데 그런 시간 속에서 대표님이 느낀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무엇이었나요? 

  자립에는 정신적, 경제적 두 가지가 있습니다. 두 날개의 조화가 건전한 인간의 표본일 것입니다. 자립이라는 것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되는 게 아니고 선택의 문제라는 걸 여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회 분위기 즉, 문화 트렌드도 선택하는 개인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사회구조와 문화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어린엄마(대한사회복지회에서 미혼모와 미혼양육모를 칭하는 용어)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여 그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회복지 정책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SNS가 그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입니다. 특히 ‘호모 루덴스’ 즉, ‘무엇으로 노는가?’라는 질문, 각 개인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사회에서 중요시 되면서 어린엄마들은 생계 그 이상의 공동체 생활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4년 전 어린엄마들에게 시설의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식사당번이었습니다. 아직은 엄마가 해 주는 밥, 혹은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나이의 어린엄마에게 스스로 밥을 하고 어린 아기의 이유식을 만드는 일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친구도 아닌 생면부지의 다른 엄마와 아기의 한 끼를 책임진다니, 그 무게는 너무 늘었습니다. 그렇게 진행되는 교육시간에 오고가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면서 보다 무거워 아기의 분유와 기저귀를 주는 복지혜택마저 포기하고 퇴소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들의 요구로 요리 수업에서 공예수업으로 프로그램을 바꾸었고, 어린엄마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함께 해나가며 이들의 편한집 거주기간도 나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자존감과 하나의 작품을 완선하면서 느끼는 만족감 등은 어린엄마들에게 앞으로의 살아야하는 삶에 대한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동시에 존재하듯 같은 공간과 시간 안에서 행해지는 교육임에도 참여자가 각기 다르게 느낀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에게 있어 매시간, 혹은 매순간 다른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인 것입니다. 

  이런 만감이 교차하는 예술 행위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인지하게 하고 결국 이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이어지고 스스로의 자존감 향상시킵니다. 

  또한 작품의 완성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 것들로 작품은 만들어집니다. 이런 경험들이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 삶의 시간에서 어린엄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어엿한 바리스타가 되어 활동하는 ‘카페마망’ 관련 홍보물

 

  이은나 대표의 답변을 들으니 <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의 이야기가 떠올랐따. 저자는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코스를 개설했다. 밥을 주고 숙서를 제공하고 도늘 주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던 노숙자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모든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물질적 지원에도 변함이 없던 노숙자들은 이 코스에 참여하며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직업을 찾았으며, 또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되기도 하였다.

  이 이야기가 긍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큼 우리가 문화의 향유, 개인의 사유와 정신적인 성장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믿으며 뒤에서 묵묵히 수고하시는 여디디야 강사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평범한 일상을 우리 모두와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며 스스로의 삶을 바느질을 하는 어린엄마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임우정(9기 모담지기)                                                                                                                          미술교육을 전공하였고 여전히 미술을 사랑하며, 생활 속에서 계속 예술과 함께 하며 살고 싶다. 나이 든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고 있고, 돌고래가 살기 좋은 환경을 꿈꾼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통해 궁핍함을 잊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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