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호] 동심으로 두드리는 못, 어린이들의 비밀 아지트_최류빈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9-10 조회수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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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두드리는 못, 어린이들의 비밀 아지트

- 예술캠프 어린이놀이도시 ‘어린이 목수축제’  

 

최류빈 모담지기

  

 ▲ 이재호 예술가와 어린이 목수들의 모습

 

  이불로 둘러싼 탁자 밑을 기어 다니던 유년이 어렴풋하다. 순수했던 그 시절, 나무의자나 탁자 따위는 줄곧 나만의 비밀기지가 되어 주곤 했었다. 후덥지근하고 작은 공간 속에서 어떤 날은 꿈의 열풍을 살고 어떤 날은 작은 묘목이 되었던 날들…… 나무와 천으로 된 아지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건 미처 꿈꾸지 못했었다. 그건 사뭇 낭만적이지만 너무 요원하고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지난 2일, 광주문화재단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가 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협력한 ‘어린이 목수축제’가 광주시립미술관 잔디밭 일대에서 성료했다. 7인의 지역예술가 함께하는 이 행사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어쩌면 ‘위험한 것’의 표상이던 목공을 친숙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직접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망치와 못으로 아지트를 만들어 냈다. 또 단순히 설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해체까지 스스로의 손으로 도맡아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 또한 보여줬다. 아이들은 어릴 적 꿈을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실현시키며, 지역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렵게 만들었던 아지트를 해체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서로 앞장서서 망치질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단순히 해체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내기도 했는데 놀았던 나무를 이용해서 간직할 목공 작품 만들기를 그 목표로 뒀다. 분명 뼈대를 드러내는 목공 구조물에 아이들의 웃음이 걸리는 것 같았다. 

 


   ▲ 행사장 전경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정이다. 지난 이틀 동안 저녁까지 아지트를 만들며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피곤했을 법도 한데 다들 웃는 얼굴이라 신기했다. 이미 지어진 미끄럼틀 등에 올라 피동적으로 놀이하던 아이들이 건설의 주체가 되는 색다른 경험,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파레트 지붕 아래 그늘에서 저마다 행복했다. 

 

  프로그램의 진의는 단순히 목조 건축물을 만들고 부수는 데에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팀을 구성하게 되는데 타인과의 연대에서 오는 더 큰 효용을 체득할 수 있다. 혼자서는 절대 세울 수 없던 무거운 나무기둥도, 새막집도, 나무과학상자도 더불어 노력한다면 만들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협력의 가치를 가장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건축’의 특장이라 생각하는데, 조금 고될지라도 뚜렷한 성과물이 보이니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임했다. 또한 아직 건축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이재호 주작가를 비롯한 7인의 지역예술인들의 노력도 한 몫을 했다. 고사리 손들을 당겨주고 밀어주며 밑그림을 그리고 전체 프로젝트에 큰 기둥이 되어주는 그들은 행사장 방방곡곡에 있었다. 특히 해체를 하는 작업은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것만큼이나 위험요소를 수반했는데,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보호자나 응급처치 예비가 잘 되어 있어 참가자들이 마음 놓고 목공에 임할 수 있었다. 


▲ 목수축제에 참가한 어린이의 모습

 

  행사는 간단한 폐막식과 더불어 행사장 정리로 마무리되었다. 작품을 설치하는 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철거작업, 작가들과 아이들이 땀방울 흘리는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목조 건물들이 사라진 그곳에는 다시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고 아이들이 뛰놀겠지만 달라진 것이 있었다. 나무 의자 밑을 기어다니던 아이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흔치 않은 경험을 쌓아갔다는 점, 나무토막을 나눠들고 톱질을 하던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 멋진 모습으로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꿈을 마름질하는 어린이 목수축제는 폐막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일지 모른다.

 

 

최류빈 (9기 모담지기)                                                                                                                             내가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면 좋을 텐데, 만약 그런다면 나는 하얗게 밤을 새우면서라도 무슨 말이든 해줄 거다. 단 한 사람과 공진하기 위해서라도 자꾸만 활자들을 내뱉는 지독한 버릇, 나는 단어로 언어적 문신을 그려댄다. 그렇지, 언어라는 건 정말 재밌다 내 앞에 잔뜩 차려진 재료들 같아. 나는 여기선 한철 모담지기라는 이름을 살 예정이고, 분명 또 우린 활자로 언제 어디선가 만날 거다. 이렇게 짧은 소개가 될는지- 모든 건 이름 모를 활자 밖 당신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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