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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체기획사업 방학예술캠프
뚝딱뚝딱 어린이 목수 탐방기
곽주영 모담지기
살면서 모두들 한번 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 중에 아직도 인상 깊은 책들이 있는데, 그 중에 곰곰이 시리즈의 ‘나는 집을 지을 거야’라는 책이 생각난다. 곰곰이라는 주인공이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상자, 쿠션 등 여러 가지를 활용하며 씨름하던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 것이다.
어린 날의 나에게도 그런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나만의 비밀공간을 만드는 것.
그래서 그 시절의 나는 자꾸만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했다. 이불을 펼쳐 천막처럼 만들어보기도 하고, 큰 상자가 생기면 어떻게든 들어가 잘라보고, 눈이 오면 이글루를 만들었던 추억들. 이 모든 기억들이 아직까지 내게 아지트에 대한 판타지로 남아있다. 어린이 목수축제는 이런 친구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200% 이해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직접 글씨를 쓴 목수축제 플래카드
어린이들에게 망치와 톱을 쥐어주고, 3일 동안 자신들의 아지트 마을을 만들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은 신양호, 박문종, 이재문, 박성완, 이재호, 정다운, 배수민 7명의 지역예술가에게 목공기술을 배우고 함께 아지트 공간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8월 18일 첫 번째 만남에서는 한명의 예술가와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한 팀이 되어 어떤 공간을 만들지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 8월 31일(금)부터 9월 2일(일), 3일 동안 예술가와 어린이들이 실제 공간을 건설하고 그 공간들을 연결하여 아지트 마을을 탄생시키게 된다. 캠프 2일째 저녁에는 완성된 공간에서 목수가든파티도 열린다.
▲멀리서 본 목수축제의 장
9 월 1일 토요일 늦은 오후, 취재를 위해 광주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어제 한차례 비가 쏟아진 터라 날이 꽤 선선해졌다. 우리 어린이 목수들은 아지트를 얼마나 완성했을까? 그렇게 설레는 발걸음으로 찾아간 시립미술관의 어느 공터.
큰 규모의 건축물들이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쉬는 시간인지 친구들이 안전모를 벗고 주변에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휴식 시간에도 망치와 톱을 놓지 못하고 계속 작업을 하는 친구들, 옹기종기 모여 떠들고 있는 친구들, 물놀이를 하는 친구들. 다양한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컨트롤 타워와 진행요원들은 필수적이다.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해보기 위해 먼저 본부를 찾아보았다.
▲본부 앞에 걸려있는 출석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출석부이다. 색깔별로 팀을 구분하고,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출석여부를 체크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기존의 딱딱한 종이 출석부와는 다르게 목수축제의 컨셉을 잘 살린 나무 출석부가 참 인상 깊다. 출석부를 확인하니 팀별로 어떤 색을 가졌는지. 안전모의 색이 왜 다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팀별 아지트공간을 탐색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제일 높은 기지를 만들 거야>
쉬는 시간이 한창인 가운데, 손에서 사포를 놓지 못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제일 높은 아지트, 조막만한 몸집으로 사다리를 오르고 쉴새없이 사포질을 한다. 작은 손, 제일 작은 사이즈를 입었어도 헐렁한 티가 한눈에 보아도 제일 어린 친구라는 걸 알려준다.
▲사포질을 하고 있는 친구, 우진이
“안녕? 선생님이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너무 열중하고 있는 터라 잔뜩 긴장한 채로 다가갔다. 친구는 사포질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등판에 크게 써진 김우진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Q. 우진이는 사포질을 잘하네! 오늘 목수 축제 참여한 소감이 어때?
A. 목수 체험을 해서 목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어요.
Q. 뭐가 제일 힘들었어?
A. 톱질이랑 무거운거 옮기는 거요.
Q. 지금은 뭐하는 중이예요?
A. 4층으로 기지를 만들고 있어요.
힘들다면서도 손에서 사포를 놓지 않는 끈기가 기특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일이기에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빈 통을 씻는 어린이들
▲ 점차 완성되어가는 파란팀의 기지
한편에서는 빈 깡통을 열심히 씻고 있다. 대체 어디다 쓰려고 저렇게 열심히 많은 깡통을 나르고 헹구는지 궁금해졌다. 친구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다가 기지를 꾸미는데 쓰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레카! 왜인지 그들만의 비밀을 알아낸 것 같은 기분에 나까지 덩달아 유쾌해진다.
저기 줄줄이 매달린 빈 깡통이 보인다. 아이들이 열심히 씻어온 깡통이 저렇게 변한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신명나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마치 오늘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파란팀의 기지는 오늘 목수축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담당하고 있다. 바닥과 간판에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 한층 멋을 더했다.
<더위는 워터슬라이드로 잊어버리기!>
목수 마을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이 있다. 워터파크를 개장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란 안전모를 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있다.
▲워터 슬라이드의 매력에 흠뻑 빠진 친구들
호스를 연결했는지 워터슬라이드에서는 쉴새없이 물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오는 물길을 가르고 아이들이 풀장에 풍덩 빠진다.
가까이 있다가는 물벼락을 맞기 십상이니, 다들 피하도록 하자. 슬라이드의 아래 공간에는 해먹도 있다. 물놀이에 지친 친구들이 쉬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잠시 쉬고 있는 노란팀 친구들
막 물놀이를 끝마치고 제 옷에 물기를 털고 있는 황선호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Q. 안녕? 너무 재밌어 보인다. 목수축제 참여해서 어떤지 물어봐도 될까?
A. 친구들이랑 물싸움도 하고 뭘 만드는게 재미있어요.
Q. 다음에도 목수축제 참여할 거야?
A. 모르겠어요. 엄마가 시켜주지 않을 것 같아요.
Q. 왜?
A. 이렇게 물 맞고 오면 엄마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웃음)
어머니의 허락을 맡아야한다며 웃는 선호 어린이는 왠지 다음 년도에도 참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즐거운 표정을 본다면, 어머니도 당연히 허락하시지 않을까?
<우리 함께 인디언이 되어볼까?!>
조금 시선을 돌리면 또 하나의 새로운 아지트가 보인다. 목수축제에 귀여운 인디언 친구들이 떴다! 한눈에 보아도 여기는 아, 인디언들이 모여 살겠구나 했던 공간이다. 색색의 페인트를 칠하고 가랜드, 인디언 풍의 천막까지. 동화책에서나 보았을 법한 인디언 집이 툭 튀어나왔다.
▲하늘팀의 인디언 기지
미끄럼틀과 천막, 가랜드, 1층 내부의 창문과 창틀(마치 음료 바를 연상시킨다)이 조화롭게 연결되며 경쾌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은 페인트 붓을 들고 색을 칠하거나 무언가를 나르며 즐거워했다.
▲ 어린이와 함께 에어소파에 누워보는 재단 김세령 선생님
말 그대로 축제다, 축제. 진행 스태프와 참여자,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늘팀 친구가 에어소파를 옮기다 말고 함께 앉아보자 권유한다. 문화재단의 김세령 선생님이 누워보더니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에어소파의 촉감이 재밌기도 했다고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는 즐거운 웃음에 현장을 취재하던 나마저도 미소가 지어졌다.
<2층 나무집,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으로!>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여유롭게 해먹, 정원을 노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바로 초록팀의 기지이다. 곳곳에 걸린 가랜드가 발랄한 느낌을 준다. 또 여러 공간을 천으로 연결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 덕에 안락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초록팀의 아지트
앞쪽에는 함께 모여 이야기 할 수 있는 티테이블의 느낌, 뒤쪽으로는 해먹이 여러 개 자리해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밀조밀하게 잘 구성된 내부 공간이 궁금해졌다. 아쉽게도 성인에게는 조금 낮은 높이라 들어가기가 미안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밖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다. 해먹에 누워 핸드폰을 보는 친구, 앞 쪽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친구. 각양각색의 모습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하나의 카페를 만든 것 같달까? 지금 당장 개인 카페로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멋진 초록팀의 기지였다.
<뚝딱뚝딱, 과학상자처럼 만들어지는 기지>
▲빨간팀의 미끄럼틀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다른 기지에도 미끄럼틀이 있다지만 빨간팀의 미끄럼틀이 특별한 점은 나름의 과학적 지식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나무, 볼트의 연결과 결합을 통해 보다 안전한 미끄럼틀을 만들고, 바퀴를 단 판자로 더 빠른 속도를 냈다.
판자에 달린 바퀴 때문에 내려올 때는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엄청난 속도다. 아마 모든 아지트가 완성되면, 마을에서 롤러코스터를 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한창 미끄럼틀을 타려고 기다리는 가운데, 미끄럼틀 아래 서 있던 김아름 친구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보았다.
▲미끄럼틀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
Q. 안녕? 미끄럼틀이 멋지네! 목수축제 참여해서 어떤지 물어봐도 될까?
A. 처음엔 무척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어요.
Q. 어떤게 제일 재미있었어?
A. 망치질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Q. 힘든 점은 있었어?
A. 망치 두드리다가 손을 찧었던 게 아팠어요. 다른 건 힘들지 않았어요.
나무 판자를 조립하듯 엮어 만든 모양새가 인상 깊다. 매끄럽지는 않아도 꺾이는 직선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여기로~!>
주황팀의 친구들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1층에는 탁구대, 옆면에는 클라이밍, 미끄럼틀 등. 활동적인 요소들로 꽉 채워진 공간이 참 재미있다.
▲주황팀의 재미있는 기지
이 기지를 구상한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이렇게나 많았던 모양이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 공간에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들어찼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나무기둥을 엮은 공간으로 요리조리 매달려 올라간다. 초등학교 시절 놀이터에 꼭 하나씩은 있었던 정글짐을 보는 기분이다. 천막이 드리워진 2층의 해먹에서 쉬기도 하고, 1층 탁구장에서 운영강사님과 탁구를 치기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을이 완성되면, 주황팀의 기지는 복합체육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완성된 후에는 다른 친구들이 놀러와 함께 체육대회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렇게 여섯 개 팀 각기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팀별로 톡톡튀는 개성이 완성된 마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는 한쪽에서는 즉석 바디페인팅 부스도 생겼다. 양세미 운영강사가 붓을 들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시작되었다. 너도나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나도 한번 참여해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최애진 친구를 만났다. 반짝이는 눈으로 물감을 바라보기에 한번 그려주겠냐고 제안을 했다. 다짜고짜 소매를 걷어 애진 어린이에게 손등을 들이밀었다.
“예쁘게 그려줘.”
그러자 금세 손등에 친구의 웃음만큼이나 예쁜 하트가 새겨졌다. 손등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따뜻한 하트가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애진 친구가 그려준 하트
축체의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나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인터뷰에 즐겁게 응해주어 기뻤다. 더욱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조금 더 덧붙여본다.
▲토템화분을 만드는 정다은 김해원 어린이
정다은·김해원 어린이
Q. 안녕? 지금 뭐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A. 그냥 블루베리 나무를 심고 있어요. 이건 토템화분이에요.
Q. 목수 축제는 어떤 것 같아?
A.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Q. 그럼 혹시 아쉬운 점도 있어?
A.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워요.
Q. 어제는 비가 왔는데, 참여하는데 힘들지는 않았어?
A. 실내에 있다가 나왔을 때는 비가 안와서 괜찮았어요.
최은준 어린이
Q. 친구야, 안녕? 목수 축제 해보니까 어때요? 재밌어요?
A. 네. 톱질이 제일 재미있어요. 톱이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않고요.
Q. 쉬는 시간이라 친구들은 다 노는데, 힘들지 않아?
A. 만드는 게 재밌어요. 내년에도 또 오고 싶어요.
이현성 어린이
Q. 친구야, 안녕? 목수 축제 참여해서 어떤지 물어봐도 될까?
A. 네. 저는 친구들이랑 많이 놀아서 재미있어요.
Q. 어떤게 제일 재미있는데?
A. 기지만들고 수영하는 거요. 친구들이랑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가는 게 좋아요.
장윤 어린이
인터뷰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네는 친구도 있었다. 자신감에 가득차서는 제게 물어보라고 한다.
Q. 인터뷰 하고 싶었구나? 뭐가 그렇게 즐거워?
A. 저는 톱질, 망치질하는 소리가 참 재밌어요. 저는 힘든 점은 없어요.
Q. 그렇구나. 그럼 내년에도 참여할 거야?
A. 음...내년에는 중학생이라 못해요. 그렇지만 저는 작년에도 참여했어요.
Q. 그래? 그럼 작년에 비해 이번 년도는 어떤 것 같아?
A. 이번 년도에는 만들 수 있는 규모도 커지고 재료도 다양해져서 정말 좋아요. 하지만 작년처럼 친구들하고 같이 합숙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워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아이들은 어리다. 그래서 날카로운 톱과 무거운 망치를 다룰 수 없다고 판단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과잉보호 가운데 아이들은 모험심과 자유로움을 잃고 울타리 안에 갇힌, 마치 순종족인 양처럼 자라온다. 그러나 막상 들판에 풀어진 아이들은 생각보다 주체적이고 용감하며, 다재다능하다.
일전에 어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것에 학교와 학원을 외쳐대던 모습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학교와 학원은 어떤 공간일까? 분명한 것은 그 곳에는 없는 것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순간, 아이들은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 협업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며, 내가 오늘 흘리는 땀 한 방울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목수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데 있지 않을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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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영(9기 모담지기)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현재 경영정보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금융기관에 적을 두었다가 또 지금은 박물관에서 일을 한다. 가끔씩 인생을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학문 사이에서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세워가는 것, 어긋난 박자 속에서 제 고유의 선율을 만들어 가는 것, 속도는 다르지만 정 방향으로 향해가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