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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예기치 못한 기쁨> ‘청년인문살롱’ 남구 양림동의 청년인문공간 Love And Free
마민주 모담지기
알미트라가 말했다.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잠시 침묵이 내렸다. 그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그에게 온몸을 내맡기라. 비록 그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면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그 음성이 그대의 꿈을 뒤흔들지라도.” (칼릴 지브란 「예언자」 中)
어느 책에서 칼릴 지브란은 신전의 두 기둥처럼 사랑하라고 말했다. 신전의 두 기둥은 나란히 서 있다. 그 사이로는 자유로운 바람이 오고 간다. 기둥이 가까워지다 못해 하나로 포개진다면 신전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랑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또,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들은 너무나도 섬세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얼마나 섬세하면서도 변덕스러운가. 우리는 그런 사랑을 매일 떠안고 산다.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 부성애, 집착과 사랑, 꿈과 이상에 대한 갈망, 자기애까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속을 알 수 없는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니 우리가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청년인문공간 love and free
▲ 청년인문살롱 포스터
사랑이 어렵고, 사랑에 대해 배우고 싶어 모인 이들이 있다. 양림동의 청년인문공간 Love And Free에서 열린 ‘청년인문살롱’에 참여한 청년들이다. 청년인문살롱 은 2018년 8월 30일부터 3개월 동안 매주 목요일 7시에 청년인문공간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다.
이번 회차 수업은 신화 속 사랑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사랑은 지금 우리에게도 있지만, 옛날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존재했을 것이다. 아폴론과 다프네, 아킬레우스와 아버지, 피그말리온의 조각, 나르키소스, 에로스와 프시케 등 앞서 말했듯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 부성애, 집착과 사랑, 꿈과 이상에 대한 갈망, 자기애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형태와 종류로 존재했던 신화 속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 청년인문살롱 수업 자료/ 청년인문살롱의 청년들
그리스 신화는 서양문화의 근원이다. 원래 신화는 인간의 집단 무의식의 총체로, 이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면면히 표출되어 여러 변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유럽문화의 뿌리가 되는 그리스 신화의 이해는 유럽문화를 이해하는 첩경이며, 특히 그 신화 속의 사랑은 인간 삶의 원형질인 셈이다. 수업은 신화 속 신들과 영웅들, 인간 사이에서(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조각상 사이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그 결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신화의 생성과 진화는 사랑을 매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보편적 정서인 사랑에 대해 고찰하였다.
▲ 자화상 그리기 수업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언급하면서 청년인문살롱 수업은 팝아트 자화상 그리기 시간으로 이어졌다. 셀카를 덧대어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물감으로 칠하는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자화상이 탄생한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일반적이진 않을 수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그림을 채워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그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던 청년들도 자신의 얼굴을 스케치하고 색을 덧대면서 자화상 그리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자화상 그리기 수업
▲청년들이 그린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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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주(9기 모담지기)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고통은 불완전한 형태로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그런 형태 없는 것들에 윤곽선을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가 그 윤곽선을 들고 ‘내 말 좀 들어주오’하며 심각히 나서주는 게 좋고, ‘그럼 그럴까요’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우리가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면 이 역시 하나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된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