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호] 노는 게 아니라 손으로 배우는 중이에요!_이하영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6-05 조회수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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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예술학교

노는 게 아니라 손으로 배우는 중이에요!
노작을 통해 경험을 배우는 어린이 예술학교 ‘바퀴달린 학교’에 가다

통신원 이하영

일자 드라이버 좀 줘봐

                                              “그거 손으로 하면 안 들어가! 전동 드릴로 해

                     “아무래도 망치 가져와야겠는데?”

정비소나 건설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문흥동에 위치한 북구문화의 집은 토요일마다 각종 공구를 찾는 초등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신체활동을 통해 체화하는 노작학교 바퀴달린 학교학생들의 목소리다. 취재 전 비밀 기지와 장난감 제작 수업이라는 설명을 듣고 D.I.Y 키트를 책상 위에 올린 채 얌전히 둘러앉아 있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예상과 달리 교실에 도착해 마주하게 된 건 커다란 자전거를 분해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자전거를 절단하느라 사방으로 불꽃이 튀고 연기가 자욱해진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 교실에 들어가길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들은 익숙하게 공구를 들고 각자가 맡은 일에 열심이다. 

 얘들아 불꽃 튀면 망막 손상될 수 있으니까 가까이 가지 말고 조심해!” 서로를 살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걱정을 잠시 접어 두고 수업이 열리고 있는 교실로 들어가 보았다.


▲자동차 제작을 위해 자전거를 분해 중인 아이들

장난감공장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전거를 분해해 자동차를 만드는 중이었다. 작년에도 자동차를 만들어 문화의 집 앞에 위치한 공원을 몇 바퀴나 돌았다며 들뜬 목소리로 자랑을 한다. “두다닥카라고 이름도 지어줬어요라며 오늘 만들 자동차도 기대하는 눈치다. 비교적 조용한 옆 교실, 건축 반에서는 비밀기지를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이 한창이다. 크기와 용도별로 정리된 수많은 공구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찾아내 못을 박고, 톱질을 한다.

 바퀴달린 학교는 매주 토요일에 운영되는 학교 밖 학교로주말건축반과 장난감공장’ ‘땅과 예술세 개 반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예술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땅과 예술반은 담양의 수북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는 주말건축반과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을 펼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장난감공장수업은 북구문화의 집에서 진행된다. 어디든지 움직이는 바퀴달린 학교답게 아이들은 교실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비밀 기지를 짓고, 자전거를 분해해 자동차를 만드는 중이었다.

 

▲비밀 기지를 준비중인 건축반 아이들의 모습

 직접 탈 수 있는 자동차와 비밀기지 등 혼자 힘으로는 만들 수 없는 큰 규모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만큼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하나둘 셋 하면 일으켜 세워” “못 박는 동안 여기 잡고 있어 줘힘을 합치거나, “이 드릴은 크니까 내가 할게 너는 좀 더 작은 거 써라며 동생을 챙기기도 한다. 이처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배워나가는 것은 바퀴달린 학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바퀴달린 학교프로그램을 수년째 담당하고 있는 박우주 선생님은 수업에 1학년부터 6학년의 학생들이 섞여 있다 보니 아이들이 수업 안에서 관계를 배워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여러 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어린 친구들이나 처음 오는 친구들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선생님의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함께 어울리고 도우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관계를 배운다는 것이다. 

 수업을 지켜보다 보니 선생님을 도와 익숙하게 어린 친구들을 통솔하는 아이가 눈에 띈다. 여기저기 불꽃도 튀고 기계도 뾰족한데 무섭지 않냐고 물었더니 무서울 것 같은데 해보시면 하나도 안 무서워요라는 씩씩한 대답이 돌아온다. 지한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박지민 학생이다. ‘장난감 공장참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박지민 학생은 수업 덕분에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는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장래 희망 역시 의사 아니면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을 꿈꾸고 있다. ‘바퀴달린 학교를 다니며 상상력이 늘어난 것 같아 뿌듯하다는 박지민 학생은 수업이 재미있어 계속 참여했는데 내년에는 중학생이 되어 오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바퀴달린 학교를 다시 찾아 주는 아이들과 이들의 성장은 선생님들에게 보람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한 해만 참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2, 3년 프로그램에 연달아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처음에는 선생님의 도움이 없으면 못질 하나, 톱질 한 번 하는 것도 무서워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자유자재로 뭔가를 만들고, 동생들을 돕기도 합니다. 그런 친구들을 볼 때 전라도 말로 정말 오진다는 표현이 나오죠. (웃음)

 첫해에는 혼자만 왔다가 재미있었는지 다음 해에 자기 동생이나 언니, 형같이 가족을 데려오거나 친구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박우주 선생님은 말한다 

 
▲ 자동차 제작 모습
                                 ▲ 자동차를 완성한 아이들

 어느새 자동차가 완성됐는지 아이들이 공구를 정리하고 공원으로 향한다. 조금 투박하고 단순해보이는 자동차지만, 차 위에 올라타 신나게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부모님이 사준 장난감이나 놀이공원에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아닌 내가 직접 만든 놀이기구를 타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직접 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제작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북구문화의집과 같은 공간이나 바퀴달린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박우주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북구문화의집에는 낮은 작업장이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칸칸이 재료장안에 들어가 있고, 도구나 부재료들이 비치돼있어 아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걸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 핸드폰 거치대가 필요하다 싶으면 실제로 만들어 가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의 경우 총이나 칼같이 장난감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게임 세계에서 마주한 것들을 현실 세계에서도 만들어 보려는 것 같아요. (웃음) 정리도 잘 안 되고 관리하기 제일 힘든 공간이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만들기에 대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구나, 이러한 욕구들이 정형화된 키트나 정해진 결과물을 요구하는 수업에 가려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단순히 기능을 배우고 선생님이 시킨 일을 수행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 걸 가지고 자발적으로 무언갈 창조해내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들을 직접 해본다는 것. 그동안 위험하다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 예를 들어 칼을 다루거나 톱질, 심지어 용접과 같은 기술들을 접하면서 일상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바퀴달린 학교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우주 선생님의 말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아이들이 를 분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이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내 마침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내가 원했던 물건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만들기를 통해 사물과 세계를 정형화된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으로 스스로 이해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껏 상상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결과물을 완성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서양 속담을 떠올려 본다. ‘바퀴달린 학교의 아이들은 지금 신나게 놀며 손으로 배우는 중이다.

 

이하영 (10기 통신원)
미술대학 큐레이터학과를 졸업했다. 큐레이터가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 아세요?'라고 되묻는다. 예술작품을 전시라는 형태로 잘 꿰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좋아한다. 모든 일의 끝에는 사람이 있다고 믿으며 예술작품 너머의 사람을 보려고 애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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