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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배움터
조물조물, 아이들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고물의 비상!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 생활디자인 프로젝트 “고물의 재탄생"
통신원 김수환
다들 그런 기억 하나 쯤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재활용품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했던 그런 기억. 필자는 ‘만들기’라는 것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특히 창의적이고 아름답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것에는 더욱 취약했다. 그래서 만들기 숙제가 생길 때 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방학 숙제와 관련 없는 어른이 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만들기와 점점 더 멀어졌다.
그런 나에게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 생활디자인 프로젝트 “고물의 재탄생” 취재라니. 그렇게 밀어냈던 만들기가 “안녕? 우리 너무 멀어져 있었지?”라며 갑자기 튀어나온 기분이었다. ‘만들기’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활용으로 만드는 창작물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때의 나로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근본적인 물음들과 함께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서구 시소 센터를 찾았다.
▲ 수업 시작 전 아이들과 오늘 할일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선생님들
뒤편에 넓은 잔디 마당이 있는 시소센터는 막 하교한 아이들과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로 북적거렸다. 수업하는 공간에는 이미 도착한 아이들이 이름표 스티커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알록달록 꾸미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광주문화재단이라는 곳에서 통신원 선생님이 여러분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나, 또 어디까지 작품을 만들었나, 구경하러 왔어요!”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이자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실 구석에 우뚝 서있는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한 아이는 부끄러운 듯 눈을 돌렸고, 또 어떤 아이는 활짝 웃으며 반겨주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한 반 이룬 생활디자인 프로젝트 “고물의 재탄생”반은 아이들 스스로 목수로 변신해 수레도 직접 만들고, 그 수레에 버려진 물건들을 수집하고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하는 수업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들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고 엉뚱한 상상력을 더하여 작품을 완성해 가며 아이들은 창의력을 구체화 시킬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인근은 1995년 상무대가 장성으로 이전함에 따라 계획된 도시로, 95%이상이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어 주민들 간의 소통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동네이다. 그런 공간에 아이들이 버려진 물건을 수집하기 위해 마을을 탐험하는 행위 자체가 마을과 사람 사이에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 이름표도 꾸미고, 작품 계획안도 살펴보는 아이들 ▲ 글루건을 이용해 수레를 마무리 하는 모습
오늘은 저번 시간에 이어, 자신이 무엇을 만들지 계획안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그린 계획안은 자유로워 마치 피카소가 그린 그림들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느꼈다. 어린 시절 내가 무엇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처음부터 완벽하려 했기 때문에 계획안을 그릴 때에도 한 번에 ‘짠’ 하고 완성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내가 생각났다. 계획이라는 것은 원래 고치고 또 고쳐가면서 완성되는 것인데 말이다.
계획안을 점검하는 시간이 끝나고, 지난 시간동안 만들었던 수레를 좀 더 손보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는지! 어른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수레가 정말 탄탄해 보였다. 몇몇의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글루건을 사용하여 못이 튀어나온 부분을 안전하게 손보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오늘은 어떤 동네를 탐험할 것인지, 또 어떤 고물들을 주워와야 작품에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 하며 아이들 모두가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직접 만든 수레를 가지고 동네탐험 시작!
“아까 오면서 금호대우 아파트에 커다란 인형 봤어요!”, “저는 바퀴가 필요한데요?” 라며 선생님에게 기대에 찬 목소리로 여러 의견들을 전달하는 모습에 ‘작품’이란 단어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어렵고 생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만든 수레를 가지고 직접 버려진 물건들을 주우러 가는 역사적인 첫 날! 아이들은 아파트 한 곳 한 곳 자세히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캠코더, 거울, 여행용 캐리어 가방, 토스트기. 생각보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많은 물건들이 버려져 있었고, 아이들은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수레에 담았다. 수레에 담긴 양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는지 재잘재잘 웃고 떠들며 마을 탐험을 계속했다. 이 물건들이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의 작품에 사용이 될지 궁금해졌다.
▲어떤 버려진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아이들
현재 시소 센터 생활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계신 박혜진 선생님에게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는지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 ‘다양한 경험을 통한 내적 성장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공교육의 범위 내에서 하기 힘든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의 역할을 수행하자!’라는 것이 시소 센터의 목적이에요. 창작물을 창조해보는 경험을 통해서 일상의 재미와 활력을 찾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힘을 키웠으면 해요. 또 아이들이 ‘고물의 재탄생’ 프로젝트에 참여해 삶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혜, 태도를 손과 몸으로 익히고,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서 물건을 소비하는 삶이 아닌, 생산자로서 물건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라고 답해주셨다.
다채로운 경험이 그리고 창작활동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영양분이 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왜 그토록 초등학교 방학 숙제에 ‘만들기’가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만들기를 ‘창작활동’이 아닌 ‘숙제’로 인식한 나에게 문제가 있었으리라. 필자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이토록 재미있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며, 버려진 물건들이 아이들 손에서 멋진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공원에서 전시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수환 (10기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