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호] 누군가의 기억은 훗날 역사가 된다_김수영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6-05 조회수 653
첨부파일

창의예술학교

누군가의 기억은 훗날 역사가 된다
'달할매와 달줌마' - 문화점방

통신원 김수영

 우리는 수백 가지 아니 수만 가지, 셀 수 없을 만큼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수 많은 경험들은 과거가 되어 기억이라 칭해진다. 기억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시간적 측면에서 불필요하면 잊게 되는 단기기억과, 장시간, 때로는 평생 동안 유지되는 장기기억이 있다. 또한 본인의 추억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기억과 사회 공동체로서의 기억, 집단기억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개인기억 중, 학창시절 자주 다니던 문구점이나 서점, 음식점은 학창시절 기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시간이 지나 그 공간을 가본다면, 타임캡슐을 타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마저 들 것이다. 반대로 이런 공간들이 사라져버렸다면, 얼마나 슬프고 아쉬울까? 그 시절의 다양한 추억과 다시는 맛 볼 수 없는 음식의 맛까지... 괜스레 서러울 것이다. 이렇게 학창시절 기억 속 공간이 없어져도 서글픈데, 오랫동안 나의 보금자리였던 곳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달님을 닮았다는 덕림산 덕분에 월산이란 예쁜 이름을 갖게 된 광주 월산동은, 70-80년대 주택가가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한 평생 이 동네에 거주하신 분들부터 시집와서 몇 십년간 이 곳에 가정을 꾸린 분까지 이곳과 오랜 기간 함께한 분들이 많다. 이 동네와 함께 한 세월이 긴 만큼 이들에게 월산동은 한 평생 희로애락이 담긴 기억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곳이 재계발로 인해 주거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여졌다. 삶의 기본요건 중 하나인 주거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신경이 계속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그들에게 문화가 지닌 치유의 힘을 빌려 생활에 대한 새로움, 자극, 작은 울림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불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할머니와 아줌마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분들을 달할매와 달줌마라는 애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시간에는 문화 공간 탐방시간으로 이강하 미술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전 수업시간에 이강하 미술관에서 기획한 518명의 광주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한 <5월, 평화의 꽃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무등산 화가’ 이강하 작품 속 우리 민족의 선(線), 혼(魂), 맥(脈)이 담긴 오방색과 비단길을 현대적 5월의 꽃길‘로 표현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이강하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였고, 그래서 이번 수업은 작품에 직접 참여한 작가로서 전시된 작품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 이강하 미술관의 전시 풍경 (빨간색 표시 부분이 달할매 작품)


▲ 작품 확대한 모습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현재에도 5.18민주화운동의 청산작업에서 발생한 오류와 미흡한 점들을 바로잡기 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1980년대 광주시민들이 함께 겪은 애통한 집단기억이자, 개인기억이다. 또한 각자의 역사이기도, 광주전체의 역사이기도,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한 5.18 민주화운동은 앞으로도 기억되어야할 중요한 우리의 기억이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광주에서는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 및 전시를 진행한다. 역사와 예술의 만남으로 매 년 감사함을 느끼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이렇듯 5월 광주를 재조명한 많은 예술작품들이 5.18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예술을 통해 5.18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치유의 역할을 하고, 직접 겪지는 못한 새로운 세대에게는 광주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달할매와 달줌마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이강하 미술관 역시 예술로 기억되는 5월의 광주, 나아가 자유∙평화의 꽃길이 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오월 민주 여성회 작가, 정순임 강사님과 함께한 이번 수업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얼굴을 표현하고, 자신의 기억 속 5.18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의 시간이 마련되었다.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읽어보고, 불러보는 시간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다시 상기시켰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달할매, 달줌마도 계셨다. 아직도 우리들에겐 아물지 않은 상처라는 것을 보여준다. 거기에 정순임 강사님은 비통하고 원통한 마음을 춤사위로 표현하기도 하셨다. 역사와 예술의 만남이 주는 말하지 못한 감동과 벅참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후 각자 앞에 주어진 재료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 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옆에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 임의행진곡을 부르는 달할매와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고있는 달할매

▲ 작품을 만들고있는 달할매와 달줌마  

                                                                                                                 
“ 광주사람이 아니라서, 5.18에 대해 큰 관심도 지식도 없었어요.
광주로 이사를 왔어도 십년 정도는 그저 남의 이야기, 역사적인 사실뿐 이였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점점 5.18때 희생당한 아이들의 나이쯤 된 세월이 지나자
이 어린아이들의 격렬하고... 몸부림치며 지켜 왔던 이 광주, 그 사건 5.18에 대해
느끼며 제대로 공부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5.18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이렇게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

- 달줌마 중 한 분의 이야기 -

“ 5.18 당시 나는 우리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어, 우리 애 아빠는 싸우러 나갔지.
우리 엄마가 임신한 내가 잘못 될까봐 어디도 못나가게 했었어, 그래도 그냥 그렇게 있을 수 없어가지고 주먹밥을 만들고, 돌을 모아둔다던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도우며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밖에 없었지,,,
5.18에 대해서는 말로 다 못해... 얼마나 무서웠는지“  

- 달할매 중 한 분의 이야기 -


▲ 이강하 미술관에서의 수업을 마무리하며 

 그 시대를 직접 겪었던 세대와 그렇지 않았던 세대의 개인기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었고, 아픔과 공포를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필자는 개인적인 기억이지만, 달할매들의 생생한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기억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달할매와 달줌마의 문화 공간 탐방시간은 5월을 맞이하여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5.18민주화운동을 예술로써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본인들만 가지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우리의 고장 광주에 대한 아픔과 나,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슬픔까지 어루만져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예술은 꺼내놓기 힘든 감정, 기억을 표현함으로써 편안하고 지속적인 울림을 주는 역할을 한다. 달할매∙달줌마에게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힘든 감정, 기억도 있지만 현재 재계발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왔던 정든 동네의 모습들이 점차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슬픔, 안타까움, 아쉬움의 감정이 가득할 것이다. 이번 수업시간을 통해 개개인의 기억들이 하나의 큰 역사 속에 모두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배운 듯이 이 기억들은 훗날 월산동의 역사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수업시간처럼 5.18민주화운동과 월산동과 같은 개개인의 아픈 기억들은 문화가 지닌 치유의 힘을 빌려 이들에게 안식과 평안을 주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그 기억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수영 (10기 통신원)
나에게 삶이란 다시없을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즐거움을 찾으러 무던히 노력하며 살아가고자한다. 즉 나에게 즐거움은 삶의 목표이자 이유가 된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을 통해 내가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듯 많은 사람들도 예술과 함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다. 이번 통신원을 통해 많은 분들이 예술 옆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갈 것이다. 예술과 함께∙∙∙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