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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배움터
한 칸 한 칸 나를 담는 거야
은암미술관 토요문화학교 ‘오늘 점심은 누구누구 도시락’
통신원 김수환
고시생, 미대입시생, 토익 공부하는 학생들이 바쁘게 오가는 동구 대의동은 소위 ‘학원가’라고 불린다. 그 분주한 사람들 틈에 엉뚱하게 미술관 하나가 있다. ‘예향 전통의 맥을 이어 다양한 예술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을 바탕으로 2010년 설립된 ‘은암미술관’이다. 요즘 미술관들은 전시회와 함께 인문학 강좌 및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미술관의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들이 미술관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어떤 예술재료가 모인 도시락을 먹을까?” 듣기만 해도 궁금증이 마구마구 생기는 캐치프레이즈다. 은암미술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인 ‘오늘 점심은 누구누구 도시락’에서는 매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담은 예술도시락을 만든다. 또래 아이들은 작업을 진행하며 여러 사람과 ‘나’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 사이 정체성 탐구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은 ‘반찬’이 된다. 작품이 담기는 ‘도시락 통’은 아카이빙 수단으로 존재하며 그 자체가 독립적인 작품으로써 관람객과 상호작용한다, 대표적으로, 프로그램 대상자의 보호자가 작가인 아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또한 예술 전문가와 함께 활동하며 아이들이 본인의 관심사를 직접 체감한다. 다른 분야와 융합된 체험을 진행하기에 예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들 또한 미술에 대해 편협적인 극복하고 확산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프로그램 다섯 번째를 맞는 오늘은 미술적 표현방법이 아닌 음악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손으로 만들고 창작하는 활동의 쉬어가면서 음악을 이용해 자신감을 키우는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오늘 배우는 민요는 한 사람이 매기면(선창) 나머지 사람들이 받는(후렴) 형식으로 되어있어 ‘너와 나,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특징 덕분에 기존 가락에 자신의 이야기를 넣어 부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배울 <개 타령>은 경상남도 민요 통영 지방에서 전래된 개를 주제로 빠르고 재미난 장난에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로 표현했다. 여러 종류의 개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개야 개야 검둥개야, 개야 개야 백설개야, 짖지를 마라 멍멍 멍멍, 짖지를 마라.”라는 등 익살스러운 가사들이 각 절의 끝에 반복 된다.
개야 개야 검둥개야 개야 개야 검둥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청사초롱(靑紗草籠) 불 밝혀라
우리 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검둥개야 개야 개야 검둥개야
짖지를 마라 멍멍 멍멍 짖지를 마라
“해보니까 어때요? 우리나라 음악이 배우면 재미있는데, 친구들이 자주 듣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잘 배우지 않다보니까, 못 부르는 일이 많죠? 또 많은 사람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노래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친구들은 특히 목소리를 크게 내야해요! 자기 목소리가 자기 귀에 들려야 노래가 빨리 외워지고 음이 정확해지거든요. 여러분! 그거 아세요? 음을 잘 잡지 못하는 사람들을 음치라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 머리에 양동이를 써요. 귀에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는 음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런답니다! 여기에는 양동이가 없으니까, 친구들 사이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게 크게 다시 한 번 개 타령을 불러봅시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북소리에 발을 굴리며 미술관이 떠나갈 듯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신명이 붙었다. 아이들은 ‘개야~’에 자신의 이름, 집에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이름을 넣어서 부르기도 하고 ‘우리 님이 오시거든~’에 친구 이름을 넣어 부르기도 하며 개 타령을 자신만의 곡으로 자연스럽게 재창작했다.
두 번째 곡은 <진도아리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며 대표적인 전라도 민요다. 향토민요의 메기는 소리와 같은 음악적 특성이나 구조가 전통적인 남도 지역 민요의 특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통영 개 타령>처럼 메기고 받는 형식이지만, 한 사람이 줄곧 부르는 경우가 많다. 또 독창이나 제창으로 노래할 때에는 받는 소리를 후렴으로 볼 수도 있다. 메기는 소리에는 사랑이나 이별, 노골적인 표현이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데, 때로 상황에 맞게 가사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붙이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안지수 학생은 “학교친구들 중에서 개 타령을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상한 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입에 착착 붙어요.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며 소감을 전했다. 안지수 학생이 말한 ‘이상한 음’이라는 것은 사실 중요한 음의 앞이나 뒤를 꾸며주는 ‘시김새’다. 이 말은 '식음(飾 : 꾸밀 식, 音 : 소리 음)'에서 유래했다. 화려함이나 멋을 더하기 위해서 음을 꾸며내는 모양새를 뜻하는 말로서, 음과 음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기도 하고, 단순한 가락을 화려하게 꾸며주기도 한다. 시김새는 음을 내는 방법에 따라 '떠는 소리, 흘러 내리는 소리, 밀어 올리는 소리, 구르는 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떠는 소리'는 음을 흔들어서 내는 소리로 <진도아리랑>에서서는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 네-’에서 사용된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난 뒤 아이들이 시김새를 넣어 부르자 개 타령과 진도아리랑이 제법 소리꾼이 내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임이 그리워 운단다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고요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참사랑이로구나
이어 배운 마지막 곡인 <너영 나영>은 ‘너영나영’은 ‘너하고 나하고’라는 의미의 제주어로 ‘함께 어울린다.’라는 의미가 강한 말이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이따금 인생무상이나 제주도의 자연 경관을 노래하기도 하는 제주지역의 민요다. 전반적인 창법이 앞서 배운 경기민요인 <개 타령> 와 비슷해 몇 번 연습하지도 않았는데도 아이들 스스로 음을 떨기도 하고 꺾기도 했다. 덕분에 노래가 더욱 더 역동적으로 들렸다.
은암미술관 조아라 선생님은 “기존에는 미술관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제작하거나 만드는 위주의 수업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용히 작품을 감상해야하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활동적인 수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악기가 되는 판소리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죠.”라며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가사의 반복, 강조하고 싶은 낱말의 음 높이 등 클라이맥스가 되는 부분의 특징에 대해서 노래를 직접 배우면서 익히고 나면, 4명이 팀원이 되어 육하원칙을 통해 노랫말을 만들 예정이에요. 그렇게 녹음된 노래파일은 자료화(CD, USB 등)하여 도시락 한 칸에 넣을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은암미술관 ‘오늘 점심은 누구누구 도시락’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단순한 그림그리기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스스로 상호 교감을 나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융·복합적인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아이들 개개인별 특성을 수집하여 제작되기에 아이들의 보호자는 이를 통해 아이의 특성을 객관화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아이의 진로방향을 보조할 수도 있어 활용도도 높다. 특히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토요문화학교 ‘오늘 점심은 누구누구 도시락’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적성분야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아이들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민요도 가요 못지않게 흥겹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악에서도 가요에서 바이브레이션을 넣듯이 음을 흔들기도 하고, 흘려 내렸다가 밀어 올리기도 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오늘 이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음악의 맛을 알게 된 거 같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
또한,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흥미를 찾는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매 차시마다 작가로써 도시락 한 칸씩 채워나간다는 성취감이 엿보였다. 성인인 나도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다를 리 없다. 자아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래, 그림, 만들기를 이용한 다양한 주제를 기반으로 자신에 대해,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다름을 경험하며 프로그램 마지막 회차까지 자신을 찾는 여정이 순탄하길 기원한다.
김수환 (10기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