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호] 7080의 유쾌한 반란! 인생, 지금부터 시작인디?_김수환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9-06 조회수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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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동네예술배움터

7080의 유쾌한 반란! 인생, 지금부터 시작인디?
봉다리콘텐츠연구회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축제>

​통신원 김수환 

 광주광역시 임곡동은 주민의 47%가 40~60대의 장년층이다. 20~30대 못지않게 다양한 욕구와 자아실현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지리적·경제적 이유로 지속적인 문화예술교육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 시골이라 부르기도 도시라고 부르기도 애매모호한 ‘임곡’. 이 지역에 주민들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모임이 생겼다. 바로 ‘임곡 봉다리 밴드’다.
 ‘임곡 봉다리 밴드’가 축제를 열다는 소식에 지난 4월 임곡동을 방문했다. 마을 주변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고, 내 또래의 20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광역시라는 중소도시의 광주에 익숙한 나에게는 드넓게 펼쳐진 논밭과 산등선이가 훤히 보이는 한적한 임곡이 광주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축제가 열리는 간이역 마당만은 활기가 넘쳤다. 과일과 수육, 막걸리와 떡 냄새가 고소하게 풍겼고 마을 주민들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서로 음식을 권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윽고 밴드 ‘모달’ 이 연주를 시작했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축제 당일, 밴드 모달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사업의 지원을 받은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축제>라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임곡의 주민들이 마음에 드는 악기를 점찍어 앞으로 약 7개월 간 꾸준히 배우게 된다. 전문가의 공연을 보며 악기를 처음 배우는 마을 분들이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하나가 스물스물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악기를 배우고 여러 사람들과 합을 맞춰 연주하고 공연을 여는 것이 몇 달만에 이루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40~60대 분들이 드럼, 기타, 건반을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나로서는 잘 그려지지않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편협한 생각은 8월 두 번째 공연을 관람 후 모두 사라졌다.
 황룡강 다리 밑에서 열린 두 번째 축제는 참여한 마을 주민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애를 썼는지 느낄 수 있었다. 축제의 오프닝은 서울대학교 자율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수현 학생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알라딘 수록곡인 ‘Speechless’와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이어졌다. 임곡동에 살고 있는 부모님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며 계속해서 ‘임곡 봉다리 밴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건투를 빈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수현 학생의 축하공연으로 두 번째 축제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다

 축제에서 대미를 장식한 것은 당연히 ‘임곡 봉다리 밴드’다. 지난 4개월간 주민들과 함께 연습한 권준희 강사는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여 연습했고, 한 땀 한 땀 장인이 바느질하듯 곡을 바느질하여 준비한 자리다. 그만큼 관객 여러분들의 힘찬 함성과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공연을 소개하며, ‘연가’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첫 곡으로 연주되었다. 올해 초봄부터 이어지는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매주 월요일마다 공을 들여 연습해서 그런지 모두들 매끄럽게 악기를 다루고 있었다. 잠깐 연주자들의 소개와 무대에 오른 소감을 말하는 자리를 가진 후, 산울림의 ‘개구쟁이’에 이어 마지막 곡인 ‘여행을 떠나요’까지 총 3곡을 안정적으로 연주하며 무대를 마쳤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석에 앉아 있는 마을 주민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즐겼다.
 어머니와 함께 임곡 봉다리 밴드에 참여하고 있는 박정원씨는 “임곡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엄마와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밝히고, “처음에는 제가 음치여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참여하시는 분들과 선생님이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그만두지 않고 계속 연습할 수 있었다.(웃음) 이번 공연을 보고 막내 동생도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고 말하며 공연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임곡 봉다리 밴드의 첫 무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광주 중심이나 장성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하여 교육에 참여하는 장년층이 많았던 임곡동 주민이었기에 남다른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빠른 실력 향상이 있었던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임곡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대도시 외곽지역에 사는 많은 주민들 또한 문화예술교육에 갈증을 느끼고 있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임곡 봉다리 밴드가 마지막 곡인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며 마무리 하고 있다

 현재 임곡에서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축제>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권준희 선생님은 “40~60대를 타겟으로 장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점점 늙어가고 침체되어 있는 마을에 활력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하며 “중년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타인의 삶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개개인의 자아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임곡 봉다리 밴드’는 계속적인 연습을 통해 실력을 높이고 개인의 일상,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작곡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10월경에 임곡마을에서 개최하는 백우축제 무대에 올라 마을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즐거움을 드릴 계획이다. ​

 

김수환 (10기 통신원)
다이내믹한 뉴욕 생활을 마치고 잠시 쉬어간다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마루에 누워 강아지와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것과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멍 때리는 것이 즐겁다. 간단함, 재미, 그리고 솔직함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싶다. 나아가서 간결하면서 핵심을 찌르고, 뼈를 때리는 문장으로 독자들이 통쾌함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깊은 사유로 사람들의 내면에 편안을 주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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