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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학교
놀이요점빵 '달려라, 서창이네 작은 농부'
내 땀과 정성으로 자란 자연 놀이터
통신원 송진주
“쌀은 쌀나무에서 자라는 거 아닌가요?”
너무나 어이없는 질문일 수 있지만, 하루에 쌀밥보다 빵이나 스파게티를 더 자주 먹는 아이들에게 있어 이와 같은 질문은 남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의 몸과 마음을 이루는 것인지 알게 된다면, 과연 쉽사리 편식할 수 있을까? 설사 좋아하지 않는 채소가 있더라도, 아마 무의식적으로 스치듯 채소가 자라는 인내의 과정이 떠오른다면 매 끼니마다 신성한 식사시간을 가질 것이다. 직접 기름진 땅을 일구고 씨를 심고, 물을 주며 싹이 틀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땀과 정성, 애정, 인내 등 여러 요구사항들이 존재한다. 부모님이 언제나 아이들을 향해 쏟아지는 애정만큼이나 농부들 역시 자신이 직접 키운 채소들에 대한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여 새싹이 뿌리내리지 않았을까, 잡초가 많이 생겼을까, 흙은 메말라 있는 건 아닐까 등 하나의 생명으로서 식물을 대하는 자세와 삶의 지혜는 그저 학교 안에서만 배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 아이들이 직접 만든서창이네 작은농부 플래카드
▲ 서창이네 작은 농부들의 팻말
그 가운데 광주 서구에 위치한 서창향토문화마을에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달려라, 서창이네 작은 농부>에서 8세부터 14세에 이르는 어린 농부들이 탄생하였다. ‘놀이요 점빵’에서 기획·운영 중인 본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느리지만 바르게 식재료를 만들고, 건강하게 이웃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서창마을 식구를 구성하고자 한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총 25차시에 이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먼저 땅을 일구고 수확하며, 음식을 요리해서 먹고, 직접 기른 채소를 판매하는 등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자연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땅 위에서 호미와 삽을 쥐고 일구기 시작한 농사일은 시간이 지나 차츰 푸릇푸릇한 식물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그들만의 자연 놀이터가 설계된 것이다.
▲ 서창이네 농부 여학생팀
▲ 서창이네 농부 남학생팀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오후에 비 온다는 염려와 달리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다소 더웠던 햇빛 가득한 가을날, 하나, 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서창이네 작은 농부들은 그 날의 미션수행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월 5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 날라리’행사 때 채소판매를 위한 나무상자 제작과 2주 후 삼겹살 파티에서 먹을 쌈채소 심기를 계획했다. 각자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여 지도강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주로 남학생들이 솔선수범하여 바로 다음 주 행사 때 쓰일 나무상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무의 길이를 재고, 톱질 및 못질을 하는 등 상자 제작에 주력했다. 처음 해보는 상자제작에 아이들은 어려워하기보다는 도전적인 자세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진행하였다. 힘만 가지고서 톱질을 하다 울퉁불퉁한 거친 나무합판이 되기도 하고, 각도를 제대로 보지 않고 망치질을 하다가 못이 꺾이기도 했다. 이렇게 어설픈 시도 가운데서도 결국엔 나무 상자를 완성한 아이들은 그 성취감을 이루 말하지 못한다.
▲ 수확한 작물들을 팔기 위해 수반할 나무상자 제작
▲ 나무상자에다가 직접 못질 해보는 아이들
또한 당일에는 2주 후에 수확할 쌈채소를 위해 새롭게 땅을 일구었다. 단단한 흙 상태였던 논밭을 호미질로 뒤집으면서 비료도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는 등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그 가운데 지네와 지렁이 친구들이 꿈틀거리며 등장하면서, 다소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고, 이미 능숙한 아이는 어린 농부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연륜에 따라서 지혜의 깊이가 다르듯, 아이들 역시 여러 번 농기구를 손에 쥐어 본 애들은 그 기술이 남다르다. 적정한 힘의 조절과 심는 자리의 간격 등 5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그 속도와 기술은 다 큰 어른도 무시 못 할 만큼 상당하다.
▲ 어른만큼이나 능숙하게 척척 잘해내는 아이
▲ 쌈채소 모종을 심는 서창이네 농부들
그렇게 순식간에 쌈채소 모종을 심고, 이제는 전에 심어 놓은 고구마를 확인해 볼 타이밍이다. 일주일 후면 판매할 고구마 상태가 어떤 지 알아보기 위해 땅 속 보물을 캐듯 조심스럽게 파기 시작했다. 둥글둥글 큼지막한 고구마를 찾아서 깊이 허리 숙여 온 손의 감각을 발휘했다. 신나게 그 속을 드러내자마자, 아름다운 자색의 고구마가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저기 덩이째로 보이는 고구마들은 직접 생으로 맛본 결과, 잘 자라서 다음 주에 수확하기로 확정했다. 아이들은 수확한 고구마들을 가지고 많이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직접 키운 채소를 팔아 번 우리의 자산이기에, 이를 통해 2주 후 입 속으로 맛있게 먹을 삼겹살을 사고, 키운 쌈채소로 맛있게 냠냠 쩝쩝 먹을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뿌듯해했다.
▲ 고구마가 덩이째로 열려있는 서창이네 밭
▲ 서창이네 고구마 수확 인증샷
이렇게 지난 5개월간 키운 오이, 가지, 배추, 토마토, 고구마, 고추, 호박, 콩 등 수많은 채소들. 아이들은 채소를 직접 가꾸면서 어른 못지않게 농사일을 하면서, 점차 큰 농부가 되어간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그저 쉽게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란 걸 알기에, 더욱 그 열매가 달디 달게 느껴진다. 직접 캔 고구마 순을 다듬어서 김치를 담그고, 나물반찬을 해먹으며, 어느덧 손바닥만 하게 자란 상추를 싸먹으니, 정직하게 흘린 땀만큼 그 기쁨으로 크게 보상받은 느낌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게임하다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닌, 흙 범벅이 되면서 땀을 흘리고 애정을 쏟으며,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일군 결실이기 때문이다.
▲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아이들
<달려라, 서창이네 작은 농부>에서는 아이들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진정한 서창향토문화마을의 농부로서 꾸준히 달릴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하루 이틀 체험해보는 방식의 농사일이 아닌, 땅을 일구는 것부터 채소 수확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고 요리하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다. 혼자서만 살아 갈 수 없는 공동체사회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르며 오감으로 즐기는 진정한 종합예술인 것이다. 도심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있어 낯설고 체험하기 힘든 농사일은 어쩌면 오직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기에, 자유롭게 땅을 밟고 뛰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은 참으로 소중하다. <달려라, 서창이네 작은 농부>를 통해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생에 서창이네 작은 농부시절의 과정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크나큰 지혜로 발휘될 것이다. 뜨겁게 흘린 땀과 정성으로 일군 땅의 온기를 기억하며...
▲ 쌈채소를 심는 조그마한 아이 손
송진주 (10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