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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문화예술작은도서관 문화프로그램 :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산책
마음의 기록을 쓰는 과정 “시(時) 이야기”
-모두가 시를 쓸 수 있게 되는 시간
통신원 정연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시(Poetry, 2010)>에서 주인공 미자는 늘 이렇게 질문한다.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삶에서 무언가 답을 찾고자했던 미자는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한 줄 한줄 써보지만 쉽게 써지는 문장은 없다. 시를 쓰면서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혹은 내 마음이 가는대로 연필을 끄적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시는 즐기면 된다. 서늘한 독서의 계절, 가을. 광주지역주민 모두가 각자 원하는 시를 쓰기 위해 작은 도서관에 모였기 때문이다. 2017년도의 <영화로 떠나는 시(詩)의 세계> 강좌에서는 곽성숙 시인과 함께 시낭송, 영화를 통한 문학적 배경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총 4회 진행되었다. 올해 2019년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산책> 강좌에서는 정윤천 시인과 함께 시 입문자를 위한 창작법, 시적 언어의 개념 정리와 형상화 과정 등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시(詩)’에 대한 집중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 강의보다 2회가 늘어나 총 6회로 시를 알아갈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 곽규호 문화사업실장이 인사말로 정윤천 시인의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을 낭송하고 있다
첫 시간 곽규호 문화사업실장이 참석하여 인사말을 나눴다. 인사말과 함께 정윤천 시인의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을 낭송했다. 다음으로 정윤천 시인의 소개 및 강의가 진행되었다. 공간이 꽉 차서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모여 놀라웠다. 다들 노트를 하나씩 들고 정윤천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첫 시간의 주제는 “시의 언어 : 감동과 공감을 통한 시적 언어의 개념 정리”로 창작자로서 시 작성하는 법을 자세히 배우게 된다. 앞으로 시적 경험 정의와 해석, 시에서 말하는 ‘화자’의 개념, 시의 운율과 리듬, 시의 이미지, 생활 속의 시적 사유 등의 순서대로 강의를 나아갈 예정이다. 정윤천 시인은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도록 여러 예시를 들어가며 시민들에게 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시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과정을 우리가 코끼리 다리를 만지려는 노력처럼 필요하다며 빗대어 말하셨다.
▲ 시를 감상하는 법에 대한 설명 중인 정윤천 시인
▲ 광주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윤천 시인
우리의 모든 언어는 시가 될 수 있다
정윤천 시인이 첫 시간 시민들에게 굉장히 강조한 말이 있다. 바로 “모든 언어는 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시가 된다는 것이 아닌 될 수 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제목’ 때문이다. 시에서 무엇을 빗대어 말하는 것을 ‘은유’라고 한다. 은유는 가장 적은 말로 가장 많은 말을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시는 막연하게 접근할 게 아니고, 언어적으로 풀어서 접근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시에서 작동되는 일차적인 언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좋은 순간이었다. 자기 자신을 창작자로 생각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텍스트가 있어야 연구할 수 있고 평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창작에서 의미부여를 하고 창작물에 대해 냉혹한 점검을 통해야 비로소 시가 완성된다. 누구나 처음엔 시를 쓰는데 실패의 과정을 겪게 되어있다. 답답한 마음을 무릅쓰고 시가 언어 속으로 오게 바라보아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시를 쓸 수 도 없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소중히 다뤄야한다. 바라보다보면 점점 큰 화산이 생기고 그 화산은 나중에 폭발하게 될 것이다.
▲ 시를 ‘달걀’에 빗대어 설명 중인 정윤천 시인
강의 중 독특한 내용이 있었다. 시를 ‘달걀’로 빗대어 설명해주셨는데 달걀을 위, 가운데, 아래로 나누어서 위의 10%는 시를 쓰는 기술, 아래의 10%는 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 적인 것들, 가운데 80% 나머지는 전부 시의 관계에 대한 정신이라고 한다. 창작자들은 오로지 시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다음은 강의를 들으며 궁금했던 내용을 정윤천 시인에게 질문하고 함께 나눈 대화이다.
Q1. 작가님, 안녕하세요. 대부분 사람들은 시의 한 구절마다 의미가 있을 것이고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를 쉽게 감상하는, 시 감상법이 따로 있을까요?
A. 시는 너무 고정된 시각으로 읽을 필요가 없어요. 예를 들어, 내가 암에 걸린 사람에 대한 시를 썼어요. 근데 읽는 사람은 마음이 고장난 사람으로 읽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에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전부 도식적으로 가둬서 무늬를 지어 주입식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근데 시는 그게 아니에요. 굉장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의미가 없는 무의미의 시까지 있어요. 시는 일차적으로 시를 쓴 시인의 입장에서 읽을 필요가 없어요. 자기가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되요. 이렇게 읽는 힘을 기르다 보면 나름대로 음이 생기죠.
Q2. 작가님은 시를 어떤 마음으로 쓰시는지요?
A. 시는 일차적으로 자기 내면의 표현이죠. 세상과 말을 걸기 위해서 시를 쓰고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도 쓰고 있어요. 이렇게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하다보면 제가 살고 있는 사회, 당대 이런 것을 돌아보게도 되고, 또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뭔가, 이런 미학적인 관점에서도 보게 돼요. 또 시는 처음에 1인칭의 시를 많이 써요. 그러다보면 남을 위로하기 위해서 시를 쓰기도 해요.
Q3. 작가님, 시를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시는 마음의 기록인 측면이 많아요. 사람이 굉장히 행복한 순간에도 시와 가까워질 수 있어요. 또한 시는 상처의 기록이라고도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삶이 너무 버겁고 힘들 때 시를 만났어요. 시를 통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그랬어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었는데 살다보니까 초년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래서 무엇을 생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읽게 되니 저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굉장히 고독한 상태에서 문학이 내게 찾아왔어요. 덕분에 내가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Q4. 작가님,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시집이 있을까요?
A. 제게 가장 감동을 준 시집인 신경림 시인의 ’농무’라는 시집을 추천해요. 그 시집을 가장 잘 읽었고, 다음은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요. 요즘에 제가 읽고 있는 시집은 송재학 시인의 ‘슬프다 풀 끗혜 이슬’이에요. 제목이 조금 독특하죠? 일제강점기 시절, 세창서관에서 발간된 딱지본 『미남자의 루』에 수록된 옛 소설의 제목을 가져온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읽은 시 중에 가장 강렬했어요.
▲ 정윤천 시인의 새로운 시집이자 수업 자료로 쓰일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시를 잊어버린 人間에게
우리는 진정한 시를 쓰는 것에 대해 전환점을 갖게 되고 우리를 둘러 싼 삶에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된다. 시를 쓰면서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저 시를 온 몸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시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 또한 시는 기본적으로 낭독의 문제 보다 어떻게 하면 모두들 시하고 좀 더 친숙해지고 시로 생활이 될 수 있을지, 시적인 생각을 하고 시로 살 것 인가 이런 것이 좀 더 중요한 것 같다. 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기도하고 반대로 저항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이제 광주 시민들은 예술의 관점에서 시를 바라볼 수 있는, 혹은 작성할 수 있는 길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날씨라던데 아직까지는 구름이 많다.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보고 가을 냄새를 맡으며 시적인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인의 눈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
| 정연이 (10기 통신원)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 깊이 빠져들고 싶어 문화예술기획으로 한 번 더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발로 뛰어 문화예술의 현장과 친해지고 진실한 마음과 생각으로 글을 쓰겠다. 또한 모양새가 그리 곱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취재하는 통신원이 되겠다. 나는 내가 더욱이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자신을 정갈하게 다듬을 줄 아는 지혜를 맛보며 행복해 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 의미 있는 삶은 온전히 나만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