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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동네예술배움터 광주Re
예술 경험과 공동체
마음놀이터 <엄마꽃 마을예술학교>
통신원 마민주
특정한 날씨, 이를테면 기온과 습도, 바람의 세기와 하늘의 색, 아침의 쌀쌀함과 하루 중 낮의 길이 같은 것들이 어떤 레시피를 충족하면, 우리는 어느 순간 느끼게 된다. 아, 또 시월이구나. 이렇듯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따뜻한 볕과 쌀쌀한 바람을 느낀다.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근처 우리 주변에 놀 거리나 즐길 거리가 있을까? 집에만 있기 아까운 계절,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10월 12일, 연꽃들로 가득 한 북구 양산호수공원에서 <제2회 따순마을 양산 한마음 축제-양산마을 예술꽃이 피었습니다>가 열렸다. 마을 축제답게 이 쪽에는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큰 무대가, 저 쪽에는 사람들이 어울려 문화예술을 논하는 장이, 다른 쪽에는 벼룩시장과 플리마켓, 사회단체의 부스 그리고 음식을 파는 천막들로 넓은 호수 공원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서도 단체 ‘마을 놀이터’에서 주관한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살펴봤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하는 단체 ‘마음 놀이터’는 <엄마꽃 예술학교> 라는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통해 폭넓고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용기와 치유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공동체 의식에 집중하는데, 이를 통해 결속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마을교육공동체 추진단이나 문화거리 추진단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이나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놀 거리, 즐길 거리, 배울 거리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한 네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길 원하며, 그런 과정을 문화예술교육이 도울 수 있다고 믿는다.
동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공간이 있었다. 동시에 아트 플리마켓도 진행되었는데 이는 전시부터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 효과적인 부분이었다. 아트 플리마켓에서는 단지 물건을 파는 게 아닌, 물건마다 담긴 이야기를 함께 팔고 있었다. 동네 예술가집에선 여태까지 단체에서 예술을 향유하며 배운 것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공유하며 함께 어울렸다. 이들은 축제에 참여한 여러 주민들과도 함께 소통하며 마을 공동체를 확대해 나갔다.
그중 인상 깊었던 곳은 중고책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었다. 혹한 통신원도 이곳에서 여러 권을 구매했는데 신간은 없었지만 ‘어, 이거 어렸을 때 봤던 건데.’, ‘이 책이 있다니.’ 등 감탄을 감출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책을 고르는 게 힘들 때 조언을 건넸다. 그 책이 어떤 책인지, 누구에게 추천해주면 좋을지 등의 정보를 줬다. 그 정보는 책을 구매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책의 내력을 듣는 재미도 있어서 동화책은 500원, 소설이나 시집 등은 1000원이라는 싼 금액에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한 곳에서는 차를 시음해볼 수 있는 부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예쁜 병과 잔으로 맛있는 황차를 마실 수 있었다. 뜨거운 황차를 천천히 호호 불어 마시면서 부스 운영자에게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녹차는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열처리를 하고 찻잎을 기름 없이 볶는 덖음차로, 우려냈을 때 푸른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황차는 녹차 단계에서 발효를 거쳐 우려냈을 때 주황빛과 황토 빛의 색상을 띠게 된다고 한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찻잔이 비워져 있었다. 초등학생 남자 아이 두 명이 뛰어 놀다가 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스로 다가왔다. 뜨거운 차를 받아들고 차 이야기를 들으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너무 써요. 그래도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다 마셔볼게요. 기다려주세요.”
더운 날씨에도 이야기를 들려준 상대를 위해 끝까지 마시려고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체험을 통해 즐거움만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았다.
예술 경험이 공동체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평범하고 무난한 일상에서부터 예술이 시작되는 경험은 우리의 일상을 탄력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같은 동네, 같은 마을, 같은 공동체에서 나타나는 예술 경험은 개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나아가 지역을 들썩이게 만들고 마을공동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10월 12일, <제2회 따순마을 양산 한마음 축제>를 통해 그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마민주 (10기 통신원) 예술과 함께 있다보면, 잠깐 우울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비록 다시 찾아올지라도 우울이 떠난 잠시동안, 저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위안을 얻습니다. 그렇게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그런 예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됩니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