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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오월의 시골도시락
생활문화 일상 창의예술학교 입학식
마민주 통신원
▲ 완성된 도시락
소금 간을 한 흰 쌀밥을 김으로 감싸면 완성되는 주먹밥. 쉽고 빠르게 만들어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이 간단한 음식에 광주의 오월정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신군부 세력에 맞섰던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될 당시, 도로가 통제되면서 고립된 광주는 당장 먹을 음식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때 광주의 상인과 주부들이 저마다 쌀을 가지고 나와 커다란 솥에 밥을 짓기 시작합니다. 소금 간을 한 흰 쌀밥을 손으로 꾹꾹 뭉쳐 만든 주먹밥은 시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작고 동그란 이 주먹밥에는 고난을 함께 나눴던 그들의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 담장의 포스터 사진
지난 5월 23일, 이러한 아픔의 역사를 가진 광주의 5월을 맞이하며 2020 창의예술학교 입학식에서는 오월정신이 담긴 도시락을 만들기 프로그램인 “시골도시락 예술학교”를 진행하였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일대에서 진행된 참의예술학교 입학식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초등‧중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 학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한참이나 늦춰졌으나, 80년대 광주를 기리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시간이었습니다.
▲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
▲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
생애 첫 수업을 맡은 김 은주 신진 예술강사님은 프로그램이 시작하기에 앞서, 창의예술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서로를 소개하고 앞으로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에는 ‘오늘 우리는 왜 주먹밥을 만드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주제로 아이들과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5·18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요!’, ‘그때는 주먹밥을 나눠먹었대요. 그래서 그때를 경험해보려고요.’라는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들은 ‘저는 김이 싫어요.’, ‘주먹밥만 먹으면 목이 막힐 텐데…’ 등 다양한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웃음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아이들은 광주의 역사와 오월주먹밥에 깃든 의미에 대해 배우고, 자신이 왜 주먹밥을 만드는지에 대해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주먹밥 재료인 쌀밥과 김, 양념가루뿐만 아니라 단무지나 방울토마토, 꿀떡을 나눠 받은 뒤, 본격적으로 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주먹밥을 만들고 재료를 배분하고 있는 모습
▲ 시식하고 있는 저학년 학생들과 창의예술학교 포스터 사진
무턱대고 만들기보다 자신이 주먹밥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던 덕일까요? 장난기가 가득했던 아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비닐장갑을 낀 작은 손으로 양념가루를 묻힌 흰 쌀밥을 꾹꾹 눌러 김으로 돌돌 말았습니다. 미리 준비된 일회용 도시락에 자신이 만들 결과물을 담고, 그 주변으로 노란빛깔의 단무지나 빨강빛깔의 방울토마토로 장식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먹을 것뿐만 아니라 삼도동의 행복주민센터, 의용대, 경찰서, 소방서 등 여러 기관의 직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여분의 도시락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도시락을 완성한 다음에는 스스로 팀을 짜서 각 기관에 방문하여 도시락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도시락 전달식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맛난 도시락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끝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였고, 마지막으로 활동증서와 활동복을 부여받으며 창의예술학교 입학식을 끝마쳤습니다.
▲ 삼도동 마을 지도
오늘은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과 주먹밥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면서 배도 부를 수 있었던 일석이조의 하루였습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졌던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수줍게 말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뿌듯한 오늘이었다고 말하는 한 아이의 얼굴에는 기쁨의 희열이 가득 찬 미소가 번집니다.
“시골도시락 예술학교”가 진행되었던 2020 창의예술학교 삶과예술배움청 시즌3는 11월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삼도동 경로당, 커뮤니티 공간 반디랑 등 삼도동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나주 시와 경계를 접하고 있는 시골마을에서 이후 졸업식을 맞이할 때까지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길 바랍니다.
마민주 (11기 통신원) 시대착오적인 사람이 될까봐 이곳에 지원해 글을 쓴지 올해로 3년이 됐다. 광주의 문화예술교육현장에 가면 세상에 새롭고 의미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하느라 바쁘다. 열정적이면서 무해한 것들에 대해, 사소해 보이는데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들에 대해 취재하고 그것들을 엮어 글로 풀어내고 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내가 바빴던 경험들이 잘 드러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