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호] 한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마음 - 김수빈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6-03 조회수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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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마음

<경자씨와 재봉틀> 정윤정 담당 인터뷰

김수빈 통신원

 

 나이가 주는 설움에 대하여, 누구든 한 번쯤은 겪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상대적인 것에서 오는 나이의 특성을 떠나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중압감과 책임감, 그리고 그로부터 생긴 괴리감에 대한 무게가 클 것이다. 특히나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순간, 그리고 20대에서 30대로, 또 그렇게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변곡점의 시기를 어떻게 해야 우리는넘길 수 있는 것 일까? 사실 정해져있는 방법이란 없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노하우 또한 누구도 알려줄 수 있는 비법이 아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신경 써주는 것, 그리고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것. 우리는 우리 인생의 변곡점의 기로에 있어 나를 알아가는 힘으로 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자신보다도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살아온 여성들의 인생 후반기에서 그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를 위한 프로젝트인 <경자씨와 재봉틀> 정윤정 담당의 인터뷰이다.

 

 

 

▲ 2019 경자씨와  재봉틀 VI

 

 


Q.간단한 프로젝트 소개와 진행방식, 그리고 취지가 어떻게 되나요?

A.“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좋은 프로그램인지, 참여한 이들은 많아도 그 중 한 사람이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에서 파생되어 양적인 것보다도 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에요.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타이틀에 대하여 설명 드리자면, 센터에서 근무하셨던 임아영 선생님이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하면서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어머니인경자씨의 삶에 대하여 다시금 돌아보는 것이 시작이었어요.

기성복이 양에 차지 않아 직접 디자인을 해 양장점에 옷을 맡겼던 멋쟁이 경자씨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셨다고 해요. 제목의경자씨는 지금의 50-60대를 대신하는 이름이고,‘재봉틀은 그녀들의 잊혀진 꿈을 상징합니다. 14년도에 시작해서 19년도까지 6년간 진행되었고, 센터에서 직접 기획운영했던 것을 올해 처음으로 공모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Q.‘생애 전환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앞에 수식이 붙었는데, 이 생애전환 프로그램이라는 게 생소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A.“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등 생애전환기에 어려움과 격노를 겪는 시기가 있잖아요,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은 생애 중 변곡점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다음에 올 연령대를 보다 탄탄하게 마련해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되요.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변화가 급속해지는 시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워크숍, 포럼을 통해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근대사회 이후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노년기 이렇게 생애를 분절시키는데 우리의 삶이 이렇게 분절적이고 간명하지 않죠. 각 시기와 시기에 생기는 갭이어(Gap year)를 어떻게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2019 경자씨와 재봉틀 IV 현장사진

 


Q. 그렇다면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어떠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나요?

  A.그분들의 만족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누군가를 챙겨주기만 했던 이들이 누군가 나를 위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챙김을 받고. 그리고 즐겁게 예술적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끔 어머님들이어딜 가도 이렇게는 안 해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로하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거나한 거 말고 만나서 편하고 즐겁게 놀자는 느낌도 가미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Q.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프로젝트로 참여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을 하나의 키워드로 말씀해주시고, 부가 설명도 덧붙여주세요.

 A. “‘그리고주인공’.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작은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 이는 물결처럼 잔잔하지만,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프로그램이길 바랍니다.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인생에 어떠한 큰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고요, 그들의 일상에 잔잔한 위로가 되길,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2020 경자씨와 재봉틀 선정단체 역량 워크숍



Q.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떠한 사람들이 지원을 했으면 좋겠나요?

 A. “대상으로서는 연령대만 정해져 있을 뿐, 딱히 정해진 대상은 없어요.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발랄하고 활발하시고 적극적이신 분들이 많이 오세요. <경자씨와 재봉틀>은 특정한 참여자를 바라는 건 아니고,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그마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가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일상권역에서 좀 더 많은 경자씨들이 편하게 프로그램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공모사업으로 포맷을 전환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단체 두 곳이(문화집단 열혈지구, 여정공방) 선정되었고요, 두 단체의 경자씨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커요.”

 

Q. 본 프로젝트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완경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생애전환기, 신중년이라는 말도 없었는데, 그 포문을 연 것이 <경자씨와 재봉틀>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자씨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인데요, 이들이 겪는 생의 무게가 있잖아요. 경제성장의 역군들이었고, 현재는 본인들의 자녀, 자녀의 자녀까지 돌봐야하죠. 그뿐인가요, 늙은 부모세대도 돌봐야 해요. 경자씨는 그들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거창한 것보다도 일상적인 것에서 파생된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Q. 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본 프로그램을 하며 느낀 것은 연대, 공동체에 관한 것이었어요.

여성들의 연대, 세대 간의 연대 등.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지지하고 응원해야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경자씨는 제 미래이고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이기도 해요.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보며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이죠. 생애전환 프로그램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 과정 중에 저 자신을 보게 되고 인간의 생애 전체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죠.

 

 

<경자씨와 재봉틀> 프로젝트는 올 해인 2020년도부터 광주문화재단의 공간을 떠나 동구, 북구에서의 진행으로 시민들의 곁으로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간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조금 더 일상권역에서 경자씨들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그에 따른 환경조성 발전을 목표로 두고 형태가 작년과는 조금 다르게 바뀐 것이다. 하지만 경자씨한 사람을 위한프로젝트임은 변함이 없기에, 광주에 있는 경자씨들이 또 다른 경자를 만나며 함께 떠들고, 웃고, 울기도 하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김수빈 (11기 통신원)

초시대. 1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데서 파생된 단어 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엔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숨 가삐 뛰어만 가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 아마도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쉬어감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쉬어감의 다른 말을 곧 문화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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