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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마음
<경자씨와 재봉틀> 정윤정 담당 인터뷰
김수빈 통신원
나이가 주는 설움에 대하여, 누구든 한 번쯤은 겪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상대적인 것에서 오는 나이의 특성을 떠나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오는 중압감과 책임감, 그리고 그로부터 생긴 괴리감에 대한 무게가 클 것이다. 특히나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순간, 그리고 20대에서 30대로, 또 그렇게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변곡점’의 시기를 어떻게 해야 우리는‘잘’넘길 수 있는 것 일까? 사실 정해져있는 방법이란 없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노하우 또한 누구도 알려줄 수 있는 비법이 아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신경 써주는 것, 그리고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것. 우리는 우리 인생의 변곡점의 기로에 있어 나를 알아가는 힘으로 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자신보다도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살아온 여성들의 인생 후반기에서 그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나’를 위한 프로젝트인 <경자씨와 재봉틀> 정윤정 담당의 인터뷰이다.
▲ 2019 경자씨와 재봉틀 VI
Q.간단한 프로젝트 소개와 진행방식, 그리고 취지가 어떻게 되나요?
A.“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좋은 프로그램인지, 참여한 이들은 많아도 그 중 한 사람이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에서 파생되어 양적인 것보다도 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에요.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타이틀에 대하여 설명 드리자면, 센터에서 근무하셨던 임아영 선생님이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하면서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어머니인‘경자씨’의 삶에 대하여 다시금 돌아보는 것이 시작이었어요.
기성복이 양에 차지 않아 직접 디자인을 해 양장점에 옷을 맡겼던 멋쟁이 경자씨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셨다고 해요. 제목의‘경자씨’는 지금의 50-60대를 대신하는 이름이고,‘재봉틀’은 그녀들의 잊혀진 꿈을 상징합니다. 14년도에 시작해서 19년도까지 6년간 진행되었고, 센터에서 직접 기획・운영했던 것을 올해 처음으로 공모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Q.‘생애 전환 문화예술교육’ 이라고 앞에 수식이 붙었는데, 이 생애전환 프로그램이라는 게 생소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A.“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등 생애전환기에 어려움과 격노를 겪는 시기가 있잖아요,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은 생애 중 변곡점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다음에 올 연령대를 보다 탄탄하게 마련해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되요.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변화가 급속해지는 시점에서 사회적으로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워크숍, 포럼을 통해 이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근대사회 이후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노년기 이렇게 생애를 분절시키는데 우리의 삶이 이렇게 분절적이고 간명하지 않죠. 각 시기와 시기에 생기는 갭이어(Gap year)를 어떻게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2019 경자씨와 재봉틀 IV 현장사진
Q. 그렇다면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어떠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나요?
A. “그분들의 만족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누군가를 챙겨주기만 했던 이들이 누군가 나를 위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챙김을 받고. 그리고 즐겁게 예술적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끔 어머님들이‘어딜 가도 이렇게는 안 해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로하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거나한 거 말고 만나서 편하고 즐겁게 놀자는 느낌도 가미가 되어있는 것 같아요.”
Q.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프로젝트로 참여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을 하나의 키워드로 말씀해주시고, 부가 설명도 덧붙여주세요.
A. “‘꿈’그리고‘주인공’.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작은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 이는 물결처럼 잔잔하지만,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프로그램이길 바랍니다.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인생에 어떠한 큰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고요, 그들의 일상에 잔잔한 위로가 되길,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2020 경자씨와 재봉틀 선정단체 역량 워크숍
Q.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떠한 사람들이 지원을 했으면 좋겠나요?
A. “대상으로서는 연령대만 정해져 있을 뿐, 딱히 정해진 대상은 없어요.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발랄하고 활발하시고 적극적이신 분들이 많이 오세요. <경자씨와 재봉틀>은 특정한 참여자를 바라는 건 아니고,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그마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가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일상권역에서 좀 더 많은 경자씨들이 편하게 프로그램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공모사업으로 포맷을 전환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단체 두 곳이(문화집단 열혈지구, 여정공방) 선정되었고요, 두 단체의 경자씨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커요.”
Q. 본 프로젝트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완경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생애전환기, 신중년이라는 말도 없었는데, 그 포문을 연 것이 <경자씨와 재봉틀>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자씨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인데요, 이들이 겪는 생의 무게가 있잖아요. 경제성장의 역군들이었고, 현재는 본인들의 자녀, 자녀의 자녀까지 돌봐야하죠. 그뿐인가요, 늙은 부모세대도 돌봐야 해요. 경자씨는 그들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거창한 것보다도 일상적인 것에서 파생된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Q. 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A. 본 프로그램을 하며 느낀 것은 연대, 공동체에 관한 것이었어요.
여성들의 연대, 세대 간의 연대 등.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지지하고 응원해야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경자씨는 제 미래이고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이기도 해요.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보며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이죠. 생애전환 프로그램은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 과정 중에 저 자신을 보게 되고 인간의 생애 전체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죠.
<경자씨와 재봉틀> 프로젝트는 올 해인 2020년도부터 광주문화재단의 공간을 떠나 동구, 북구에서의 진행으로 시민들의 곁으로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간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조금 더 일상권역에서 경자씨들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그에 따른 환경조성 발전을 목표로 두고 형태가 작년과는 조금 다르게 바뀐 것이다. 하지만 경자씨‘한 사람을 위한’프로젝트임은 변함이 없기에, 광주에 있는 경자씨들이 또 다른 경자를 만나며 함께 떠들고, 웃고, 울기도 하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 김수빈 (11기 통신원) 초시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데서 파생된 단어 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엔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