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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동네예술배움터 광주 Re
나 그리고 우리만의 색을 찾아가는 깨달음, 그 오색 빛
- 수많은 갈래 길 속의 조그마한 이정표가 되길 바라며
오색빛협동조합 <프레임으로 노는 세상>
김수빈 통신원
여느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하고 북적북적한 열기가 느껴지는 저녁이다. 뜨거운 열기의 장소는 각종 모임을 할 수 있는 술집도,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핫 플레이스도 아닌 방림동의 작은 협동조합문화센터였다. ‘프레임으로 노는 세상’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저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주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부랴부랴 일을 마친 뒤 지옥 같은 퇴근길을 거쳐 센터에 도착한 나는 알 수 없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금방 사로잡히고 말았다.
▲ 초등부 아이들의 참여활동 모습
"선생님, 저 찍어주세요."
"저도 같이 찍어주세요 저도 !"
시끌벅적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들어간 곳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수업이라고 생각하기엔 거리가 조금 먼 듯한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꼭 잡지에서 본 것 같은 포즈를 연신 취해대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질 줄 모르는 듯 해 보였고, 그런 아이들의 앞에서 꽤나 진지하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 강사진에게 사진촬영을 배우고 있는 참여 학생
“사람이 한 명일 때는 세로로 찍는 게 좋지만, 지금처럼 사람이 많을 때는 가로로 찍는 게 좋아.”
사진기를 붙잡고 있는 앳된 학생에게 진중하게 조언을 하는 강사였다. 사진 촬영 기법을 배우고 있구나 생각하던 찰나, 오색 빛 협동조합의 기획 담당인 김희경 선생님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지금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학생은 사진촬영에 관심이 있어서 저희 사진촬영 강사께 배우고 있는 학생이에요.”카메라를 잡고 있는 앳된 여학생의 표정이 조금은 상기된 듯 진지해 보였고, 나는 그러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더 궁금해져 김희경 선생님에게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 ‘다섯 가지 색의 빛’이라고들 알고 있는데, 저희 협동조합 이름의 본래 뜻은 깨달을 오(悟) 그리고 찾을 색(索)자를 사용해서 ‘나의 깨달음을 찾는 빛’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이에요, 쉽게 말씀드리면 청소년의 시기에서 아이들이 본인들에게 빛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찾을 수 있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주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죠.
본래는 전통 공예를 다루는 특성을 가진 단체였어요.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러다보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 소통하고 아이들이 보다 더 나은 자신들의 참 모습을 찾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고자 초점을 바꿨죠. 그게 바로 요즘 핫한 미디어였고, 청소년들의 직접적인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추진한 프로그램 소재였어요.”
두 개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그들의 교육 콘텐츠는 1인 미디어의 제작이었다. 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측의 직접적인 수요조사로 진행하게 된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1인 스트리머의 시대가 대세를 넘어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겠구나.’라고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두 개의 공간에서 분리되어 진행되는 교육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의 아이들이 참여를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1인 미디어의 소재를 가지고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이 친구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해서 두 개의 반으로 나누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정원을 절반정도로 나누어서 조금 더 교육의 질적인 측면을 올리자는 의도도 있었죠. 그렇게 나누어보니 자연스럽게 초등학생반과 중고등부의 반으로 나누어졌어요. 초등부 아이들은 지금 보는 것처럼 조금 더 즐겁게 자신을 표현하고 정말 노는 듯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중고등부 친구들은 강사님의 커리큘럼에 맞춰서 직접 미디어를 다루는 내용의 수업을 듣고 있죠.”
▲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결과물을 ▲ 초등부의 학생이 프로그램 내에서 그린 그림
만들고 있는 중고등부 학생
김희경 선생님의 말처럼 초등부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마음껏 뿜어내며 자신을 표현하는 듯 했고, 중고등부 아이들은 강사님의 목소리와 손짓을 소중하게 경청하며 자신들의 결과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두 공간의 모습은 사뭇 달랐지만 그들 나름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또한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은 김희경 선생님은 수업의 진행방식에 있어 강사 선생님들의 전개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광주 지역 내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자는 의의를 가지고 있는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광주Re’의 교육목표를 기본 토대로 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 1인 미디어 만들기를 주제로 한 중고등부의 강의실 모습
그 교육목표에 걸맞게 중고등부의 1인 미디어 수업은 우리 동네에 관련한 미디어 제작 수업에 한창이었다. 미디어의 제작과 광주 문화자원 활용의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수업의 내용인 것이다. 아이들은 2인 1조로 짝을 지어 각자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소재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좀 더 멋질 것 같아.’아이들의 수업을 취재하며 가까이서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동안 나는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진지했고, 프로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친구를 따라 별 생각 없이 와서도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그런 아이들이 자신들의 진로를 찾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이 미디어라는 하나의 소재로서 파생되는 또 다른 세상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해보고 배우면서 여러 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죠.”
프로그램의 기획파트 김희경 선생님이 말하는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였다. 다행이도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진중함과 적극적인 배움 속에서 그들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듯 했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아이들은 직접 관심분야를 느껴보고 소통하고 또 다듬는 과정을 통해 그들 나름의 경각심과 깨달은 바가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직종인 1인 미디어(스트리머)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미디어를 보는 관점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내가 이 영상을 만들었을 때 어떠한 파장이 있나 생각을 해보고, 무분별한 콘텐츠의 창작이 아닌 본인의 생각과 뜻이 담긴 미디어를 제작하는 데 의의가 있어요. 아이들의 관점에서 직접적으로 만들어 봤을 때 미칠 수 있는 부분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고 가치판단의 기준을 심어주고자 했죠.”
대(大)1인 미디어의 시대는 이미 진행된 지 오래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과연 어떤 이가 제작한 콘텐츠를 받아들임에 있어 꽤 많이 너그러운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아마 무뎌진 것은 아닐까. 자극적인 것은 꼭 조미료 같다. 원래도 맛있는 신선한 재료를 더 맛있게 부풀리려 하는. 사실 그런 것들은 맵거나 아주 단 맛에 계속해서 손이 가지만 다 먹고 나면 속이 느글느글해지기 마련이다. 사실 나도 이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린 10대의 시절, 나는 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을 훨씬 더 좋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재료를 천천히 음미하고 그 신선한 과정을 생각하며 먹다보니 보다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음식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미디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미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1인 미디어의 세상에서 우리는 보다 더 큰 경각심과 주의력을 가져야한다. 자극적인 것에 휘둘리고 중독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를 보는 바른 눈을 갖기 위해서는 자아가 생성되는 청소년기에 안목이 바로 잡혀있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가 깨우쳐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어른들의 모범적인 모습을 답습하도록 먼저 선행하여야하고, 또한 그들이 직접 겪어볼 수 있는 장을 더 많이 마련해주어야 한다.
“수동적인 태도로 진행되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직접적인 수요를 조사하고 예측하고 또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주체성을 띄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을 조금 더 넓히는 차원의 프로그램들이요. 예를 들면 아이들의 시선에서 만든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든지, 혹은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만든 문화예술 프로그램 같이 전 세대가 함께 어우를 수 있고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요.”
오색빛협동조합의 ‘프레임으로 노는 세상’은 광주 지역 내의 문화자원을 토대로 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광주Re’의 사업 중 하나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청소년들의 선호도가 크게 반영된 1인 미디어를 소재로 작게는 그들에게 창의성과 선도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크게는 자아실현의 장을 제공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를 이끌 1인 미디어 주역들의 건강한 안목을 꿈꾸는 거시적 측면을 보고 있다.
잡초가 무성한 길도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으로 반듯한 길이 생기듯, 작은 한 명의 올바른 시선과 창의성이 모여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것이다. 앞으로도 광주 청소년들을 위한 틀에 박힌 교육의 장이 아닌 창의적인 배움의 장이 더욱 확대되길 바라며 오색 빛 협동조합의 다양한 시도를 그리고 그 곳에 모인 청소년들의 오색찬란한 빛을 기대해본다.
| 김수빈 (11기 통신원) 초시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데서 파생된 단어 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엔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숨 가삐 뛰어만 가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쉬어감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쉬어감의 다른 말을 곧‘문화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