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호] 어른들의 미술수업 - 최혜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9-02 조회수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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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창의예술교육연구소 교사대상 예술경험 워크숍

 어른들의 미술수업

 2020창의예술교육연구소 교사대상 예술경험 워크숍

최혜림 통신원


 어릴 적 미술 시간은 어땠더라?
 “우리 집을 그려보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왼쪽의 가장자리에는 빨간 해를 그리고 그 밑에는 초록색 산을 그렸다. 집은 주황색 세모 지붕에 굴뚝을 그렸고 큰 창문 하나에 문 하나를 그렸다. 그리고 주로 오른쪽 면에 갈색 나이테가 있는 나무와 연두색 잎을 그렸다. 여기서 조금 더 추가하자면, 구름이나 울타리를 그리거나 시간이 남으면 꽃을 그렸다.
 그런데 이렇게 그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짝꿍도 그렇게 그렸고, 친구도 그렇게 그렸다. 가끔 그림 좀 그린다는 친구는 다르게 그리긴 했다. 왜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그림을 그렸던 걸까? 분명, 친구마다 자라 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의 이야기도 달랐을 텐데 선생님이 숙제를 시키면 다들 비슷비슷했다.

 

 다시 돌아와, ‘예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예술가가 인정받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예술로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예술을 쉽게 다가갈 수 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평범한 내가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저 사람이 내 작품을 보고 뭐라 평가할까?’
라는 생각은 예술을 어렵게 만든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해도 예술과 미술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예술이 가진 힘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8월 5일(수)부터 8월 7일(금)까지 전일빌딩245 4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창의예술교육연구소 ‘교사대상 예술경험 워크숍’은 2박 3일간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 멘토와 함께 다양한 창작 과정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은 교육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학습 과정을 생산하게 되도록 목표하고 있다.
 


<1교시>


 김월식 작가는 이런 화두를 던지며 수업을 시작하였다.
 
예술은 무엇인가?
문화란 무엇인가?

 

 

 

▲ 김월식 작가의 즐거운 개념 정리 시간

 

 이 두루뭉술한 주제는 ‘관찰’과 ‘탐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이것은 그냥 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사물과 현상에 대해 ‘궁금함’을 느낀다. 이 궁금함은 예술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다.

 이 관찰과 탐색의 시간은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어떤 이는 빠르게 관찰하고, 다른 이는 느리게 관찰할 수 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하는 그 행동 자체가 예술에 다가가는 첫걸음이다.

 다음 단계는 ‘나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다. 예술에서 개인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개인의 삶이 모두 다르듯 예술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예술이다. 삶이 예술임을 믿어보자.

 

<2교시>

 

 사람들이 예술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해진 정답을 찾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빨간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뭐야?”라는 질문에 피, 정열, 내복, 뱀파이어, 사과, 떡볶이 등 여러 답변이 나온다. 이것은 사람마다 경험한 것이 달라서 각자 다른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하듯, 예술에서 정답이 없다.

 둘째,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부자연스러워지고 자신 생각을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그저, 생각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자.

 이제 이론은 끝났으니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하였다. 김월식 작가는 ‘궁금함’ 캐리어에서 재활용 비닐봉지, 천사 점토, 공예용 철사, 포장끈, 구둣솔, 건전지, 치약, 빗, 빨랫비누, 면봉, 풍선껌, 뻥튀기, 쿠킹포일, 박스테이프, 케이블타이 등등 원래의 기능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 재료들을 예술적으로 재조립하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기 시간에 돌입하였다.

 

 

▲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작품을 만들지 생각하는 시간

 

 

 파란색 김장 비닐이 내는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테이프를 길게 뜯어 재료를 붙였다가 아니다 싶으면 찢어버리고, 포장끈을 뜨개질하며 학교 이야기, 자식 이야기, 미술 이야기 등등 수다 떠는 모습을 보면 작품을 만드는 중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처럼 노는 것 같았다. 각 조의 작가와 대화를 하며 나오는 주제와 아이디어는 선생님들이 오브제(Objet)를 만들 자극이 되었다.

 

 주어진 재료는 같았으나, 20명의 교사 모두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다르듯이 자신만의 예술작품도 각자의 개성을 담고 있었다.

 

 


 ▲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의 손

 

 

<3교시>

 

 드디어, 이번 수업의 발표시간이 되었다. 각자 만든 작품을 보며 관찰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관심을 보이며 지난 2박 3일간의 워크숍을 마무리하였다.

 


▲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는 모습

 





▲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

 

 

▲ 수업 끝!

 

 

 같은 시간, 같은 재료가 줬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의 작품을 다 달랐고 오브제에 담긴 이야기 또한 다양했다. 예쁘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여 자신의 삶을 녹여냈기 때문에 개성이 뚜렷한 여러 작품이 나온 것이다.

  

 어릴 적 미술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직 대학만 가라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모두 그것이 정답인 줄 알고 그렇게 행동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이 문장에 모두 동감한다. 예술도 그렇다.
 앞으로의 교육과 예술이 뚝딱뚝딱 공장에서 찍어내는 완성품을 만들어내기보다는 한 명의 인간이 그 자체로 빛나도록 도와주는 그런 교육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최혜림 (11기 통신원)

오늘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내디는 발자국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그 찰나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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