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사진2.jpg [size : 675.8 KB] [다운로드 : 31]
2020 비대면 예술놀이 프로젝트, 키득키트(kid-kit)
랜선TV 마이 키득 하우스
2020 비대면 예술놀이 프로젝트, 키득키트(kid-kit)
송진주 통신원
▲ 아이들과 소통하는 임남진 작가, 문희영 총괄기획자
“안녕하세요! 친구들~ 반가워요!”
오전 10시가 되기 바로 직전까지 다소 긴장된 모습이 역력한 어른들은 스크린에 비치는 귀여운 얼굴의 아이들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가득해진다. 정글 속 요새처럼 보이는 집들 사이에 빼꼼히 보이는 그들은 노트북 스크린을 뚫어지게 주시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 출석 체크를 하고 있었다.
마치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는 유튜버들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상한 그들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비대면 교육을 담당하는 ‘키득 키트(kid-kit)’ 작가 및 운영 선생님들이다! (뚜둥!) 그 가운데 온라인 시스템 담당 선생님은 혹여 한 명이라도 원활히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냉철한 눈빛으로 노트북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랜선으로 송출하는 TV 방송국의 라이브 방송처럼, 이를 준비하는 기획 및 운영 선생님들은 차질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에 온 심혈을 기울였다.
▲ 아이들에게 전달된 키득키트 중 카트
이처럼 그들이 따스한 눈빛이 느껴지는 동그란 얼굴이 아닌 차갑고도 네모난 스크린으로 아이들을 마주한 이유는 바로 코로나19(COVID19)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서로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게 되자, 매년 진행해 온 ‘어린이목수축제’를 대신해서 그 대안으로 ‘키득 키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키득 키트’는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비대면 예술놀이 프로젝트로, 온라인 랜선으로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감해보고, 우리 집 안에 ‘나만의 아지트’를 구현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키득키트 선생님들은 총 3회 만남을 통해 키득키트 꾸러미를 준비하고,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를 통해 저학년 및 고학년에 해당하는 아이들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전달하였다.
▲ 드라이브 쓰루로 키득키트를 받아가는 참여가족일행
그리고 드디어 아이들을 ‘비대면’으로 만나는 그날!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대강당에는 어느새 구역별로 작가 선생님들이 손수 만든 집이 마련되어 마치 방송국 스튜디오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집을 꾸미는 데 쓰이는 다양한 종류의 재료와 도구들이 테이블 위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선생님들은 한층 높은 톤의 목소리로 열정적인 에너지를 온 힘을 다해 스크린 화면에 쏟아내고 있었다. 취재 당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저학년의 귀여운 친구들이었다. 이날 저학년을 담당한 임남진 작가 & 문희영 총괄기획자와 정승원 작가 & 위명화 운영관리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기 위해 집 구조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집 꾸미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랜선으로 만나는 키득키트 참여 친구들
▲ 키득키트에 쓰이는 재료 및 도구들
▲ 원활한 진행을 위해 힘써주시는 작가님들과 김세령 사업담당
▲ 하나하나 꼼꼼히 가르쳐주는 정승원 작가와 위명화 선생님
▲ 키득키트로 지은 집 내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작가님과 김세령 사업담당
“여러분, 선생님이 만든 집 예쁜가요? 좋으면 ‘오케이’ 해주세요!”
“(작고 꼬물거리는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만들며) 네! 집이 너무 예뻐요~”
처음 화상으로 하는 비대면 교육에 낯설었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선생님과 자연스러운 소통방법을 깨우치는 듯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들은 서서히 긴장이 풀렸는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졌다. 지금껏 비대면 교육을 해 본적 없었던 저학년 담당의 임남진, 정승원 작가. 그들이 겪은 인생일대(!)의 비대면 수업 교육은 어땠을까?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인 유튜버처럼 흥미진진하게(!) 라이브 수업을 진행한 그들에게 소감을 인터뷰해보았다.
▲ 임남진 작가 (임),
▲ 정승원 작가 (정)
Q.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키득키트’ 교육을 진행해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임남진 작가(이하 '임'): (찬찬히 수업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며) 정말 떨렸고, 설렜어요. 아무래도 앞으로 비대면이 일상화가 될 거 같아 익숙해져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골목에서 소꿉놀이했던 어린 시절 기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이번 기회에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어릴 적 기억 하나 만들어지겠구나 싶었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이지, 사실 이전에도 아빠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잖아요.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니 오히려 가족과 추억 만들기에는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승원 작가(이하 '정'): 처음 있는 일이라 기대도 하고 걱정도 하고 긴장도 했는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니깐 애들 역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더라구요.^^ 애들이 정말 좋아하니깐 저도 진짜 좋았어요. 집 제작을 하면서 제가 제작한 모빌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도 역시 자기 집이 생긴다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렇게 가족들과 집을 함께 만들어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이런 만남의 시작은 코로나 때문이어서 좋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서 아이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Q.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지 못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임 : 어려운 점은.... (곰곰이 생각하며) 일단은 사람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거예요^^;;ㅎㅎ 직접 대면하면 바로 눈빛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빠를 텐데, 그러지 못했단 점이 있었죠. 요즘 세대 아이들은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 익숙해서 줌으로 화상 교육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도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더라구요. 소통하는 것에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소극적인 친구들을 직접 대면하면 바로 피드백할 수 있는데, 비대면으로 만나니 더 신경 써주지 못해 아쉬워요.
정: 직접 만나면 바로 피드백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게 안 돼서 답답했어요. 5명의 소수 아이라지만, 쑥스러워서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한 친구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무래도 그런 답답함이 있었는데 자주 하다보면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어떠한 일이 닥칠지 모르니, 이러한 체계는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이번 키득키트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떤 집을 만들었음 좋겠나요?
임: 다양하게 형용할 수 있는 그런 추상적인 집을 지으면 좋겠어요. 시중에서 보는 집 말고, 다락방이나, 또는 우스갯소리로 예를 들어 ‘하품하는 집’을 만드는 거죠. 아이들이 쉬는 공간으로 그것도 재밌잖아요. 비록 표현은 어설퍼도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개념이 있는 집이 나오면 좋겠어요^^
정: 처음에 기획할 때 완성도라던지 어떤 방법으로 하라는 가이드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거든요. 수업을 하면서 제일 재밌는 건 아이들 각자가 서로 다른 집이 나온다는 거예요. 틀에 박힌 집이면 그냥 순서에 맞게 뚝딱뚝딱 만들어지는데 그게 아니니까, 더욱 자유롭고 즐거운 그런 재밌는 집들이 다양하게 나오면 좋겠습니다.
▲ 집을 꾸미기 위해 얼굴모양을 고르는 아이들
▲ 키득키트를 만들고 있는 추하랑, 추이랑 남매
한편, 처음 비대면 수업으로 ‘키득 키트’를 참여한 아이들은 어땠을까?
이번 프로그램을 참여한 추하랑(9), 추이랑(7) 남매는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 집안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자연의 집’을 완성하였다. 추남매의 학부모인 오주현 어머님은 ‘비대면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웠다. 집 구조를 만들 때 잡아주라 할 때만 도와주고 거의 도와주지 않았는데, 비대면으로 하니 오히려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수업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선생님들이 정말 세심하게 챙겨주고 격려해주셔서 아이들이 더 재밌게 자발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비대면 수업은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대면으로 하면 선생님 도움에 의존하는 게 컸을 텐데, 비대면으로 하니 아이들이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었으며, 그룹별 소수 진행으로 서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SNS를 통해 쉽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전화위복으로 아이들이 유튜브TV처럼 소통하며 무언가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채널이 생긴 것 같다. 이처럼 ‘키득키트’ 비대면 교육으로 완성된 집을 통해서, 키득키트를 위해 힘써주신 담당 선생님들의 바람처럼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집 안에 ‘키득키득’ 웃음이 가득하길 바란다.
| 송진주 (11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