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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경자씨와 재봉틀
암전, 그리고 새로운 막의 시작
2020경자씨와 재봉틀
문화집단 열혈지구 '인생리폼(다시쓰는 인생 에세이)'
심솔아 통신원
연극에서 새로운 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더 멋지고 화려한 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암전 시간도 더욱더 길기 마련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암전’이 필요하다.
우리의 인생의 막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꺼졌던 조명은 곧 다시 들어올 것이다.
자신의 대신에 한 평생을 누군가의 딸, 어머니,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인생의 1막을 지나, 그동안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시작해보려 하지만 막상 뭔가 하려니 힘들다. 인생의 2막은 1막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인생의 1막보다 더 길고 지루한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급해지곤 한다. 새로운 막의 시작을 위해 잠시 암전의 시기를 맞은 경자씨의 인생 2막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1,2 ‘경자씨와 재봉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자씨들과 강사
‘다시 시작하는 시기’에 서 있는 50~60대 여성들이 예술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경자씨와 재봉틀’. ‘경자씨와 재봉틀’은 올해로 벌써 7년 차에 접어든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대표 브랜드 사
업이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문화집단 열혈지구의 운영으로 ‘인생리폼, 다시 쓰는 인생 에세이’라는 주제로 신중년 여성들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참여자(경자씨)들은 문학, 미술, 사진,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한 퍼포먼스 공연을 통해 인생의 2막을 설계하고 완성해가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3,4 특강 강사 김채원 배우
벌써 프로그램의 중반부에 다다른 시점에서 오늘은 현직 배우로 활동 중인 김채원 강사를 통해 연극과 무대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경자씨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미로센터를 찾은 경자씨들. 강사님을 바라보는 경자씨들의 눈빛에는 설렘이 드러났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풀고 싶은 욕망이 있어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채원 배우. 그가 말하는 ‘연기’란 무엇일까? 그는 배우가 되어 누군가를 연기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고, 포용하며 자신 내면의 진짜 욕망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남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사진5,6 서로를 그리는 경자씨들
오늘 경자씨들은 나 자신을 온전히 알기 전에 먼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빈 종이에 서로의 얼굴을 한 부분씩 그려나가며 서로를 관찰했다. 서툰 솜씨로 그린 그림이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니 신기하게 서로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까지 적으며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새로운 종이를 꺼내 들어 자신이 지금 생각나는 것을 아무거나 그린 후 짝을 지어 상대에게 자신의 그림과 자신의 현재 생각을 설명했다. 이후 참여자들은 앞으로 나와 자기 짝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7,8 짝꿍의 그림을 통해 서로를 소개하는 경자씨들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던 무언가를 상대에게 세세하게 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잠깐의 대화를 통해서도 서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에 대해서 발표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상황과 마음을 발표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오늘 특강을 맡은 김채원 배우는 이야기한다.
“이렇게 앞에 나와서 발표한 것도 하나의 연기입니다. 연기가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에서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연기입니다. 우리는 연기를 하면서 남을 알 수 있고, 또 나를 알 수 있어요.”
▲사진9,10 누군가의 꿈을 연기하는 경자씨들
이후에는 조금 더 직접적인 연기를 실습해보았다. 종이에 나의 꿈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적어 종이를 접어 무작위로 뽑은 후,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만들어 직접 연기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평온하게 웃고 있던 경자씨들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자 순식간에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 혼자 여행을 떠나 악기를 연주하는 경자씨, 좋은 동시를 많이 남겨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경자씨, 대의원에 출마 해 연설하는 경자씨.. 등 각자의 꿈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서로를 느끼고, 나를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다양한 감정이 적힌 종이를 뽑아 그 감정을 연기해보기도 하였다. 순간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이는 경자씨들을 보며 내 마음도 함께 울림을 느꼈다.
▲사진11 경자씨의 작품을 소개하는 정경화 강사
오늘 경자씨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를 연기하며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내면의 자신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경자씨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했던 오늘 프로그램이 모두 진행된 후, 이번 ‘경자씨와 재봉틀’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집단 열혈지구의 전경화 강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올해 경자씨와 재봉틀을 운영하시는 문화집단 열혈지구와 주강사님 본인에 대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문화집단 열혈지구는 ‘뜨거운 가슴으로 지치지 말고 끝까지 버틴다’라는 모토 아래 모인 단체로 모든 사람과 연대하는 열린 단체입니다. 문학, 영상, 영화, 연극, 사진,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인 단체로써 다양한 콜라보 작업,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일상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장르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끊임없이 매일을 버티며,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이 시대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단체입니다.
Q. 올해의 ‘경자씨와 재봉틀’을 ‘인생리폼, 다시 쓰는 인생 에세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기획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생애전환’이라는 말은 가볍지만은 않은 하나의 관문 같은 상징성이 있는 시기입니다. 특히 올해의 경자씨들은 ‘낀 세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낀 세대’란 아래로는 자녀 양육 부담을, 위로는 부모 부양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세대로, 베이버부머 세대를 말합니다. 노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우리의 경자씨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할 때 어떤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 나를 이렇게 기억해주게. 뭔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라고… ”
아직 경자씨의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소재이고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에세이 쓰기를 일반적인 과정으로 기획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자씨들의 니즈는 복잡하고, 때로는 위로와 칭찬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시작하려는’ 경자씨들을 위해 프로그램의 이름을 ‘인생리폼, 다시 쓰는 인생 에세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텍스트의 에세이를 입체적 텍스트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찾게 되는 특별한 삶의 마술을 함께 만들어 내며 자신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Q. 그동안 ‘경자씨와 재봉틀’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옷이나 가방, 신발, 인형 등을 만들며 경자씨들의 인생을 알아가는 매개체로 삼곤 했는데요. 올해는 어떤 매개체를 통해 경자씨들의 새로운 꿈을 찾게 될까요?
A. 실제 보여지는 매개체에서 벗어나 역발상으로 재봉틀의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깊이 있게 내 삶을 들여다보며 구성해보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른 2막을 준비하고 계획할 때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까요. 아마도 매개체는 ‘나의 인생, 나 자신’이 될 것입니다. 나를 객관화시키고 타자화시켜 바라보아야 합니다. 대다수의 경자씨들은 나 이외의 사람들, 가족관계에 의해 여자의 삶을 보내왔습니다. 어느정도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50, 60대 여성들은 낯설지만 새로운, 두렵지만 기다려지는, 쑥스럽지만 보여주고 싶은 그런 상반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들에 더 자신감을 불어넣어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꿈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Q. 벌써 프로그램의 중반에 접어들었는데요. 운영해오시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A. 경자씨들은 때로는 소녀처럼 꿈을 꾸기도 했고, 때로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내면의 이야기와 모습들이 있기에 모든 대상자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다시 쓰는 인생 에세이가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도록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눈빛이 빛나거나 때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때의 울림들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Q. 더불어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어렵게 하는 시대적 재난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장마철이 한 달이 넘었고 많은 폭우로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의 방역지침에 따라 프로그램이 잠시 연기되기도 하고 공공기관 장소를 이용하지 못하기도 하면서 잠시 당혹스럽기도 하였지만, 정해진 차시 이외에도 비대면으로나 대면으로 대상자들과 피드백을 공유하며 어려움을 뛰어넘고자 고군분투 중입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일까요? 특히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을 맡고 계시면서 느끼는 바가 어떠한지 더욱 궁금합니다.
A. 문화예술교육은 내가 보는 시야를 뛰어넘는, 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데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에서 내가 무언가를 하는 그 행위 자체에서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죠. 다른 식의 성취감일 것입니다. 이렇게 감수성이 발달하고 오감이 자극되면 내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도 넓게 확장하여 그 사회까지 내다볼 수 있습니다. 그러할 때, 생애전환교육은 더욱 힘을 내게 해줍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에 청춘은 이미 지났기에 이제 와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다 큰 어른들이 울먹이며 자신을 드러낼 때 마음이 많이 아프곤 합니다. 아마 그 맥락에서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은 성장했지만, 성장이 아직 멈추지 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재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경자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 그것 봐요. 다 하시면서. 이제 우리 빼는 거 하지 말기로 해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봤을 뿐이에요. 이렇게 하니까 할 수 있잖아요.
누구나 흥 유전자가 있어요.
아무도 날 응원해주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처질 필요도 없어요.
지금 두 손을 쫙 펴서 박수를 세 번 ‘짝짝짝’치고,
양 손바닥을 마찰시켜 따뜻해진 그 손으로 내 얼굴을 매만져주고,
내 머리도 꼭꼭 눌러주면서
‘나는 예쁘다, 잘한다, 잘했다, 괜찮다, 사랑한다!’ 라고 말해주세요.
아자아자 경자씨들 파이팅! ”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자신의 진정한 꿈과 욕망을 찾기 위해 인생의 새로운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경자씨들. 그들은 실제로 프로그램의 마지막 차시에 자신들의 이야기로 무대에서 ‘인생리폼’ 공연을 할 예정이다. 경자씨들의 새롭게 꾸며질 인생의 2막을 기대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심솔아 (11기 통신원) 마음속 품고 있었던 진정한 꿈을 위해 남들보다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그 꿈은 나의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쫓아 사는 나는 사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사실 글솜씨도 없다. 내 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11기 통신원’이 되었다.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배우고 싶다. 어쩌면 사람의 내면 깊숙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현장이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