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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지원사업
빈틈없이 야무지게 느끼는 즐거움, 모도리 오색공방
은암미술관 - 내 취향 듬뿍, 맞춤형 수제비누 만들기
김수빈 통신원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살려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예전 누군가 나에게 했던 질문에 페니실린이라고 답한 나는 문제의 정답을 듣자마자,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그 명쾌한 답은 바로 비누였다. 엄중한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살린 데에 일조한 일등 공신이 바로 비누라니. 그만큼 비누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당연시되어진 습관이지만, 위생적으로 매우 취약했던 19세기 비누의 상용화는 인류 역사의 큰 이슈가 된 존재이다. 비누의 등장으로 각자의 위생을 깨끗하게 유지하여 유행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피부병 또한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비누는 여러 병균과 질병의 감염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존재가 되어 인구의 수명을 최소 20년은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누에 대한 가벼운 사전 지식만을 가진 채 도착한 곳은 ACC와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은암미술관이었다. 미술관에서 만드는 비누라고 하니 무척 색다르다. 비누를 만드는 장소가 이처럼 미술관이 된 까닭은 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쉽 지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쉽 지원 사업은 일상 속의 문화예술교육이 확대됨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인력 수요의 증가로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에 배치되어진 청년 문화예술 교육사들에게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 이다영 문화예술교육사가 인턴쉽을 하고 있는 은암미술관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이다.
2010년 6월 광주시 동구 대의동에 개관한 은암미술관은 '예향 전통의 맥을 이어 다양한 예술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는 정신으로 설립된 사립 미술관으로, 기획전, 초대전 등 다양한 전시회와 함께 인문학 강좌 및 음악회를 개최하며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 맞춤형 수제비누 만들기은암미술관의 외관 모습. (홈페이지에서 발췌)
취재를 나갔던 날 은암미술관에서는 타고난 직관력의 예술가라고 불리었던 故윤애근 화백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故윤애근 화백의 그림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모도리 오색공방’의 참여자들과 진행자들이 한데 모여 수업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다영 문화예술교육사의 주도 하에 진행된 모도리 오색공방은 주부 및 실버계층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각 공예 분야의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4차 산업시대에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가고자 하는 미술공예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은 비즈, 수제비누, 도자, 캘리그라피, 가죽 공예 등의 내용으로 총 5회 차에 거쳐 진행될 예정이며, 각 분야별 재료에 대한 이해와 공예의 역사에 대한 이론 수업뿐만 아니라 창작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예품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갈 수 있다. 본 프로그램의 진행 장소인 은암미술관과 주최 측인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교육의 취지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중요성 그리고 개인의 취향성에 따른 새로운 취미생활 향상을 기대하며, 시민들에게 문화예술프로그램 및 문화예술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 모도리 오색공방의 입간판 ▲ 수제 비누 만들기에 초빙된 외부 강사 박창숙 강사님
진행을 도와줄 선생님들이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네 개의 긴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천연재료들과 각종 도구들을 만지작거리는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한껏 서려있었다. 이어 다소 부산스러운 재료 준비의 순간이 마무리 되자 수제 비누 만들기에 힘써주실 박창숙 초빙강사님의 인사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금일 진행된 프로그램은 비누의 기원과 그로서 파생된 천연비누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 날 우리를 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비누는 기원전 2800년 경 바빌로니안들 로부터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 비누를 만드는 순서를 설명하는 박창숙 강사님
계속해서 박창숙 강사는 수제 비누를 만드는 방식에는 녹여 붓기 방식인 MP(melt and pour)비누와 저온 가공법의 CP(cold process)비누가 있다고 설명하며 금일 진행 될 녹여 붓기 방식인 MP 비누를 만드는 순서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였다. 비누를 만드는 순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1. 비누 베이스를 잘라서 전자레인지나 핫 플레이트에 녹인다.
2. 녹이기 전에 정제수를 첨가한다.
3. 준비한 몰드(틀)에 알코올로 소독을 한다.(잘 떨어지기도 하고, 기포를 없애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4. 50-60도에 첨가물을 섞는다.(각종 에센셜 오일과 천연 색소를 말한다.)
5. 몰드에 비누를 붓고 무수에탄올을 뿌린 뒤 굳힌다.
6. 굳은 비누를 몰드에서 꺼내어 마무리 한다.
▲ MP비누 만들기 첫 번째 단계를 진행중인 참가자
비누를 만드는 순서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곧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참여자들은 강사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오밀조밀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MP비누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서 비누에 예쁜 문양을 내기 위하여 준비되어진 몰딩케이스에 흰 색깔의 비누를 녹여 몰딩의 무늬에 살짝 부어주었다. 이에 실질적인 비누 만들기 강의를 맡은 박창숙 강사뿐만 아니라 기획을 맡은 이다영 선생님과 보조 강사들이 참여하는 이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 비누베이스에 첨가물을 넣고 있는 참가자 ▲ 첨가물을 넣은 비누 베이스를 몰딩에 넣는 참가자 ▲ 완성된 굳기 전 MP비누의 모습
비누에 아름다움을 더해줄 문양 넣기가 끝났다면 핫 플레이트에 녹인 투명색의 베이스 비누에 시트러스, 레몬, 멘톨, 유칼립투스 등의 천연 향료를 더한다. 그 뒤 취향에 맞는 천연 색소를 넣은 후 고운 색의 비누가 되도록 잘 저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미리 부어준 흰색의 비누와 잘 접착이 되고, 기포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섞인 베이스 비누를 몰딩에 넣기 전과 후에 에탄올을 분무기로 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 프로그램의 첫 번째 스텝이었던 MP비누 만들기가 끝난 후 두 번째로 모기 퇴치 모빌 만들기도 진행되었다. 공예는 결과물이 확실하고 예술성과 실용성 또한 겸비해 있는 분야라고 말하는 기획자의 말을 뒷받침하듯 주 연령대가 주부인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완성한 비누를 보며 뿌듯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계속해서 한여름 밤의 천적인 모기 퇴치 모빌은 만드는 방법이 수제비누와 동일하지만 유칼립투스, 시트러스, 레몬 등의 에센셜 오일을 보다 더 많이 넣음으로서 강한 향을 내게 되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참가자 ▲ 모기 퇴치 전용 몰딩에서 뺀 비누 ▲ 참가자가 직접 만든 모기 퇴치 모빌
또한 모빌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슬 모양을 만드는 몰딩에 비누를 굳혀야 한다. 그 후 구슬처럼 예쁜 모양의 비누가 나오면, 미리 준비해둔 노즐에 구슬 모양 비누를 엮고 아래쪽으로 시나몬바크를 함께 묶어준다. 그럼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모기 퇴
치 모빌이 완성된다. 보는 것과 같이 미관상으로 예쁠 뿐만 아니라 유칼립투스, 레몬 등의 강한 에센셜 향으로 인해 모기를 퇴치 할 수 있는 강력한 모기 퇴치제가 완성 된다. 두 가지의 것을 직접 만드니 이젠 마무리 되려나 했을 찰나, 배스바(bathbar)를 만들 거라는 강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하나의 테마로 3가지를 만든다는 점에 있어 기획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당시 이다영 문화예술교육사는 참여자들의 재미와 결과물이 확실할 것을 더불어 일회성의 수업 스타일로 과정들의 짜임새가 튼튼해야 할 점을 특히나 고려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배스바(batrbar)는 무더운 여름 팔과 다리 쪽을 중심으로 가볍게 롤링하며 세정하면 몸이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는 비누인데, 만드는 방법은 앞서 설명한 비누 만들기와 동일하지만 에센셜 오일과 더불어 멘톨 등의 시원한 쿨링효과가 있는 천연 오일을 함께 넣어주면 완성된다.
▲ 직접 만든 수제 비누를 들어 보이는 참가자 ▲ 참가자들이 만든 결과물들
배스바를 끝으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비누의 결과물들이 하나 둘씩 나오자, 참가자들은 뿌듯한 듯 결과물들을 손으로 올려 보기도 하고 가지런히 진열해 사진을 찍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정말 시간에 비해 알찬 결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공예의 큰 매력
인 듯싶었다. 물론 그를 가능케 했던 장막으로는 기획자의 큰 노고가 담겨 있었다. 참가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에 자신 있게 즐거움과 새로움 이라고 말한 이다영 문화예술교육사는 공예프로그램이 처음일 수도 있고 흔하지 않은 경험일 수 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실버세대에게 새로운 취미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특히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욱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주부들도 간단하게 집에서 이와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로 발돋움하길 기대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근무 중에 있는 은암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와 연계된 공예 프로그램을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비대면 혹은 브이알과 같은 온라인상으로 미술관을 즐길 수 있는 기획을 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프로그램을 취재하는 동안 체험형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집중하느라 사실 별다른 것을 크게 생각할 수 없었다. 다만, 기사를 작성하고 찍은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며 들여다보니 참여자들 한명 한명의 미소와 즐거움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은 가린 채였지만, 서로를 돕고 마주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보이지 않아도 깊은 미소가 드리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과 마음이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 프로그램이었다. 비누 거품에 내 손의 더러운 세균들이 다 죽어나가듯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의 여파가 씻겨 지길.
| 김수빈 (11기 통신원) 초시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데서 파생된 단어 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엔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숨 가삐 뛰어만 가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쉬어감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쉬어감의 다른 말을 곧‘문화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