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호] 나로부터 시작하는 문화예술교육 - 심솔아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10-04 조회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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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문화예술교육사인턴십지원사업

나로부터 시작하는 문화예술교육

2020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 역량강화 교육 


심솔아 통신원


 비행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와! 비행기다!”라며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아이. 그 아이에게 어른들은 질문한다. “넌 꿈이 무엇이니?” 아이는 말한다. “전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될 거예요!” 어른은 대답한다. “아, 너는 비행기 기장이 되고 싶구나!” 그 아이는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맞춰 꿈을 이뤄 실제로 기장이 되었다. 하지만 기장은 그저 배정된 경로를 왔다 갔다 하고 늘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직업이었다. 어릴 적 상상했던 느낌이 아니라 회의감과 허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꿈을 이뤘지만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이 맞나?’라는 생각으로 허무한 감정을 느끼는 모순된 상황을 겪는다.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데 왜 허무할까? 아이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닌, ‘되고 싶은’ 것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우린 ‘하다’와 ‘되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우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지원사업 역량강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북구문화의집을 찾았다.

 


▲사진1, 2 교육을 진행 중인 심은혜 학예사와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참여자들

 

 문화예술교육사는 일상 속 문화예술교육의 확대와 문화예술교육 인력 수요의 확대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인력 양성 경로를 더욱 다양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자격제도이다. 예술가로서의 전문성과 교육가로서의 역량 및 자질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을 위해 재단에서는 매년 지역의 청년 문화예술사를 인턴십으로 채용하여 각 문화시설에 배치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각 문화시설에 흩어져 있던 청년 문화예술교육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월례회의를 진행하고,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는 날이다. 오늘 교육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학예사로 활동하는 심은혜 강사를 통해 교육프로그램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이해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사는 각 문화시설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문화예술교육사는 지역의 시민들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재단의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사업에 참여한 청년 문화예술교육사는 자격증 취득 후 3년 이하인 자들로 대부분 처음 실제 현장에 나와 일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서를 작성하고 홍보하며, 참여자들을 모집해 수업을 운영해 나가는 일이 아직은 서툴고 어려운 부분이 많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떤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해야 할지를 가장 어렵게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교육인 ‘문화예술교육 기획’에 대한 교육.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사람들이 받는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사진3,4 열심히 강의 중인 심은혜 학예사

 

 오늘 교육을 맡은 심은혜 강사는 현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학예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학예연구사 등을 역임하며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이 같은 길을 먼저 가고 있는 선배이기에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심정에 많은 이야기와 더불어 다양한 실습을 준비한 모습이었다.

 


▲사진5,6 천 원을 받고 고민 중인 지혜인 문화예술교육사

 

 먼저 진행된 실습은 강사님이 본인의 지갑을 꺼내면서 시작되었다. 미리 준비해온 지갑에 있는 천 원짜리 여러 장을 꺼내며 강사님은 말했다. “이 천원을 가지고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해주세요! 시간은 딱 10분 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스러워하는 청년 문화예술교육사 선생님들. 마치 흰 도화지를 주고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받은 듯 어려워하며 머리를 긁적이다 미션을 수행하러 밖으로 나섰다. 이윽고 10분이 지나고 하나, 둘 자리로 돌아오는 선생님들. 과연 그들은 어떤 ‘하고 싶은 일’을 소개했을까?

 



▲사진7,8,9 실습한 결과를 발표하는 이 철, 이다영, 홍현아 문화예술교육사

 

“저는 천원으로 선생님께 ‘여유 있는 시간’을 사겠습니다.”
“저는 제가 투자하는 주식에 넣어 그 지분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오늘 운세가 가장 좋다고 나와서, 복권을 사봤어요! 지금 같이 긁어봐요!”
“천원에 그려진 퇴계 이황 선생님의 모습을 활용해 재밌는 사진을 찍어봤어요!”

 

 각자의 개성대로 지금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해온 선생님들의 모습에는 각자의 성격과 삶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수업을 할 때도 바로 적용한다는 강사님. 그래서 기획자로서의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프로그램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품에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담기듯이 기획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나의 스타일이 그대로 담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이 재미가 없다면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어서’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며 먼저 객관적으로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실습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우리가 기획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먼저 ‘Content’와 ‘Contents’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보통 우리는 두 단어의 차이를 모르고 ‘콘텐츠’라는 단어만을 사용한다. ‘Content’는 담아내는 그릇 자체를 의미하고, ‘Contents’는 말 그대로 어떠한 내용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획하는 어떠한 것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기에 ‘conten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물론 한글 표기로는 ‘콘텐츠’라고 통용하여 사용하지만 내가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전문가라면, 내 기획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기에 그 의미의 차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기획’이라는 것은 어떤 정보와 아이디어(콘텐츠)를 바탕으로 목표를 정해서 도달하기까지 행하는 구상 및 제안, 실천의 모든 작업을 의미한다. 곧 목표를 향한 방법을 정하고 실현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사진10,11 교육을 진행 중인 심은혜 학예사와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참여자들

 

 또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며 ‘원하다’와 ‘좋아하다’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일을 원해서 하는 것일까? 좋아해서 하는 것일까? ‘원해서 하는 일’들은 보통 남들과 나의 다른 내 모습에 불안한 마음에 하는 타의적 행동이 대부분이라면, ‘좋아하다’라는 것은 자의적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지 않아도 그 사람이 떠오르고 보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기획이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절대 어렵지 않다. 우리가 늘 느끼고 있고, 체험하고 있는 것을 이론화 시켜 글로 쓰는 것이 바로 기획이다. 기획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획을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의 기획과 목적을 정확히 받아들이고 따라올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또한 그 기획과 목적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전달한 것이 맞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 보자마자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바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보통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그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타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확신하고 알아가듯이, 타인도 나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먼저 나를 알아야 상대(곧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 음식, 영화 등 자신의 취향조차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늘 바쁘게 사니까. 내가 먼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 대해서 모른다면 당연히 재밌는 기획이 나올 수 없다. 내가 재밌는 것들을 스스로 모르고 지나친다면 좋은 기획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말했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되고 싶은 일’을 했던 기장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사로서 시작하는 시기에 있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조언하는 강사님의 모습을 보며 강의 현장을 취재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진심으로 현재 이 일을 ‘좋아해서’ 하고 있는 지, 혹은 ‘원해서’ 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분명 좋아해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현재의 모습은 후자에 가까웠다. 내 스스로도 재밌고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먼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두 번째로는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관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기관과 사업마다 원하는 내용, 대상, 기획 의도가 있다. 우리는 각 기관에 대한 철학과 기준을 이해하고 대상을 선별해서 그 안에 자기의 ‘재미’를 끌어다가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예술 기관들은 융, 복합적으로 변화하였다. 예를 들어 콘서트장이면서 전시도 하고, 도서관도 있고,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등 시설물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기관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관의 주변 환경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결국 그 주변에 사람이 있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13 붕붕! 미술관 탐험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기관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통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사례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붕붕! 미술관 탐험대>. 미술관이 100만 평 가까이 되는 크기의 야외조각공원과 함께 있다는 특성을 살려 미술관의 주변을 돌아보며 아이디어를 얻게 되며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미술관 옆 동물원과 서울랜드로 들어가는 사이에 있어서 그 근처를 찾은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의 관심 밖에 있었다.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 강사님은 먼저 미술관 내 조각공원을 탐방했다. ‘조각공원안에 있는 연못에 있는 잉어는 도대체 누가 가져다 놨을까?’, ‘저기 지나가는 동물은 청설모인가? 다람쥐인가?’, 또 ‘나무 주변에 잔디는 왜 띄엄띄엄 심었을까?’ 등 주변을 돌아보며 생긴 호기심을 직접 시설팀 직원들을 인터뷰하며 하나씩 답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도 즐겁고 재미를 느끼면서 답을 찾고 보니 하나의 재밌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붕붕! 미술관 탐험대>로 운영되었다. 미술관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카트를 타고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미술관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동물 이야기와 함께 작품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즐겁게 들으며 미션을 수행했다. 뜨거운 여름날 운영된 프로그램이기에 몸은 지쳐도 그 반응이 정말 뜨거웠기에 준비하는 사람들도 즐거웠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의 접근 방식이 ‘나’에 대한 이해와 ‘기관’에 대한 이해, 그리고 ‘대상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획하니 성공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사진14, 15 실습에 참여하는 정한주 문화예술교육사

 

 이렇게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방법과 사례에 대해 배운 후 두 번째 실습에 들어갔다. 두 번째 실습은 내가 매일 바라보는 내 얼굴에 대한 미션으로, 자기가 자신의 얼굴을 정확한 수치와 모양을 설명하며 글로 표현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쌍꺼풀이 2겹이며 눈은 약 2cm 정도 된다.’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거울을 보지 않고 내 얼굴을 설명하려 하니 매일 보던 얼굴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참여하는 청년 문화예술사 선생님들은 눈, 코, 입, 얼굴형, 머리스타일까지 하나씩 되새기며 최대한 자세히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각자 그림을 그린 후 강사님께 제출했고, 강사님은 2명의 선생님이 쓴 글을 무작위로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종이를 꺼내 읽어주는 글을 들으며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눈, 코, 입, 헤어스타일 등 하나씩 그림을 그리니 왠지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여기까지 끝이 난다. 하지만 강사님께서는 프로그램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 알려주셨다.

 


▲사진16,17 실습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인턴십 참여자들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모인 후, 작은 크기의 사포를 나눈 후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작업이었다. 실습 중에는 숫자가 적다 보니 간단한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 진행한다면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실습을 통해 스스로의 표현능력과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 추후에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 돌아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우리가 기획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꼭 새로울 필요가 없다. 무조건 새로운 것을 찾으려 헤매지 말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바꾸고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더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좋은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기 위해서 일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의 일상 속에서 흥미로움을 찾아 일상적인 예술을 실천한다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나를 알고, 우리 주변의 이웃인 참여자들을 알아가며 많이 고민한다면, 오늘 하는 고민이 밑바탕이 되어 훗날에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문화예술교육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심솔아 (11기 통신원)

마음속 품고 있었던 진정한 꿈을 위해 남들보다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그 꿈은 나의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쫓아 사는 나는 사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사실 글솜씨도 없다. 내 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11기 통신원이 되었다.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배우고 싶다. 어쩌면 사람의 내면 깊숙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현장이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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