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호] 따로 또 같이, 시골도시락예술학교 - 탁유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05-20 조회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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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시골도시락예술학교

2021창의예술학교 운영사업 생활문화일상

 

 

탁유림 통신원

 

 

봄기운이 가득했던 지난 424, 2021년도 창의예술학교의 공동 입학식이 열렸다

창의예술학교는 공교육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개념의 학교이다.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토대로 독자적인 자체 교육과정을 지닌 자유학교를 추구하며, 마을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 2012년부터 창의예술학교 운영사업을 통해 매년 다양한 창의예술학교가 운영되었고, 올해는 다섯 곳의 개성 있는 학교들이 9개월간 시민들과 함께한다.

 

그중 작년에도 함께했지만 올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학교가 눈에 띈다. 바로 생활문화 일상에서 운영하는 시골도시락예술학교. 광주 외곽의 농촌 마을인 삼도동을 중심으로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활동했던 시골도시락(村圖示樂)예술학교가 광주 도심의 월산동 달할매를 만나 시골-도시-(村都市樂)예술학교로 확장되었다. 달할매는 재개발 예정 지역인 월산동에서 생활문화 일상의 김현미 대표가 할머님들과 3년간 이어온 문화 활동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골도시락학교는 삼도동과 월산동 각각의 장소에서 개별 트랙으로 운영되지만, 중심이 되는 가치와 결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로 또 같이 꾸려나갈 시골도시락학교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현미 대표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삼도동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미입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마을 문화활동가가 적절할 것 같아요.

 

 

Q. 운영하시는 단체 생활문화 일상은 어떤 곳인가요?

말 그대로 생활-문화-일상이에요. 생활 속에 있는 문화적인 가치를 일깨우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 속에 행하는 것들이 다 의미가 있는 건데 어르신들은 그런 것들이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시거든요.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런데 그것들이 아이들에게, 또는 저희 같은 중년층에게 갔을 때 무척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사라져가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또 중년층의 문화가 어르신에게 가면 그것대로 새롭고, 아이들의 문화가 어르신들에게 갔을 때도 굉장히 새롭게 느껴져요.

그래서 이 3세대 문화가 모두 잘 섞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꾸려가는 단체입니다.

 

 

Q. ‘시골도시락(村圖示樂)예술학교에서 시골도시락(村都市樂)예술학교로라는 방향을 설정하셨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월산동 달할매가 함께 하게 되면서, ‘시골(삼도동)과 도시(월산동)의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작년 창의예술학교는 삼도동에서만 운영하면서 그림 도() 볼 시()를 써서 시골도시락(村圖示樂)이라는 표현을 썼었어요. 삼도동 아이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볼 기회가 많이 없어요. 시골 아이들인데도 시골길을 걸어 다닐 일이 없죠. 그래서 친구네 마을을 놀러 가는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면 그 친구가 자기 마을을 소개해주고 아이들은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하는 거예요. 걷다 보니 주변이 보이고, 내가 사는 마을과 친구가 사는 마을의 차이가 보이고. 그래서 본다라는 의미를 담았죠.

 

 

Q. 도심 내 재개발 지역과 농촌 지역이 많은데, 월산동과 삼도동을 거점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그 전에 몸담았던 단체가 월산동에 있었어요. 원래는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주변 할머님들이 무료함을 느끼시는 게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단체 1층 공간을 내어드리며 쉬어가시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가만 보니 한 이야기 또 하시고 또 하시고, 할머님들의 무료함은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뭔가 새로운 걸 할머님들께 제안해보기로 했죠. 그러자 반응이 왔어요. 그렇게 시작된 게 3년 동안 이어졌죠.

삼도동으로 이사한 건 8년쯤 됐어요. 인구가 이천 명 정도인데, 7~80%가 어르신들이에요. 나머지는 중년들, 그리고 한마을에 한 명 정도 아이들이 있어요. 지역은 넓은데 비율이 이렇다 보니 서로 섞일 일이 거의 없었고, 문화적으로 굉장히 소외된 지역이었어요. 행정구역상으로 광주에 소속되어 있지만, 도심과 상당한 거리 때문에 외부에서 찾아와서 진행하는 문화적인 지원도 적었어요. 주민인 우리가 자체적으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지속적으로 관리도 되고, 주민들도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죠.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없애고 싶었어요.

 

 

Q. 시골도시락학교에 참여하는 어르신, 아이들의 인원수와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월산동에서는 올해 코로나 때문에 12명으로 한정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조를 짜서 활동하거나 해도 무리가 없게요. 삼도동도 월산동과 마찬가지로 총 12명인데, 할머님이 4~5분 정도, 나머지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에요. 이곳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요.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려면 차량을 이용해야만 하거든요. 학교 밖에서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모여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들이 마을 강사가 되고, 아이들은 같이 뛰놀고, 할머님들과도 소통하고. 이렇게 연결이 되죠.

 

 

 Q. 월산동 달할매는 벌써 4년 차가 되었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나요?

3년 차까지 마을에서 활동하는 공예 강사를 모셔서 수업을 진행했어요. 전문 예술가는 아니지만 할머님들께 익숙한 얼굴이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 할머님들께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요리 활동을 한다던가 갖고 계신 애장품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을 꺼내 볼 수 있는 활동을 했어요. 할머님 한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는 경로당에 다니는 할머니하고는 달라. 선생님 만나서 미술관도 가고 공연도 보고 그래서 나는 좀 달라.”라고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나는 그래도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재미를 붙이신 거죠.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진행을 못 했을 때도 할머님들께 언제 시작하냐고 연락이 여러 번 왔어요. 뿌듯했죠.

 

 

 

 달할매 현수막을 손수 꾸미고 계신 할머님들

 

 

 

Q. 작년에 한 해 쉬고, 시골도시락예술학교로 묶여 새롭게 출발하는데 올해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올해부터는 월산동의 오버랩이라는 전문 예술가 그룹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이곳에 계속 재개발 소식이 들려오니까, 마을 아카이빙을 한다는 개념을 좀 넣고요. 그동안 할머님들이 스스로 집에서 달력에 그림을 그려오시는 등 예술 활동의 욕구를 계속 보여주고 계셨어요. 그런 것들도 전문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디테일하게 다른 방식으로 알려드릴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드리고 싶어서 전문가들을 모시게 됐어요. 3년은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적인 동아리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욕심을 부려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할머님들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

 

 

 

 Q. 삼도동에서는 어떤 형태로 시골도시락예술학교를 운영해오셨나요?

삼도동 같은 경우에는 어린잎과 할미꽃이라고 해서 어르신 대상인데, 아이들과 연결지어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월산동은 아카이빙에 조금 집중할 예정이라면, 삼도동은 놀이가 주예요. 왜냐면 월산동은 70대 어르신들이 중심인데, 삼도동은 8~9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역사 하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케이스죠. 그래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걸 아이들에게 전수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분들께 전수라는 건 너무 낯선 개념이에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꺼낼 방법으로 놀이를 택한 거예요. 예를 들어 먼저 아이들이 할머님들께 고구마 그림책을 읽어드려요. 고구마 종이접기도 하고, 같이 먹기도 하죠. 그럼 할머님들께 고구마 이야기가 나와요. “고구마 순은 언제 심는지 아냐~? 이렇게 심는 거여야.” 이렇게요. 그러면 이 어르신 이야기대로 아이들이 또 직접 체험을 해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순환이 되게끔 하고 있어요.

 

 

 Q. 삼도동에 올해 새롭게 기획된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올해 같은 경우는 놀이는 놀인데 책을 가지고 놀려고 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다 보니 집에 책이 한두 권씩은 다 있어요. 이번 입학식 기념으로 아이들이 안 읽는 책을 가져오게 한 다음 찢어서 만국기처럼 거는 활동을 했어요. 앞으로는 책의 나머지 부분들을 붙이고 오리고 가지고 놀게 할 거예요. 이게 쭉 이어지면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하면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건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달려있죠. 며칠 전에는 마을에 비닐하우스 하시는 분께서 딸기 재배를 그만두신다고 아이들에게 딸기 수확 체험 기회를 주셨어요. 시골도시락학교에서 같이 활동하는 한 아이의 엄마가 소식을 듣고 그분께 부탁드린 거죠. 제가 마을의 모든 사람을 알지는 못하니까, 이렇게 엄마들이 참여해주시면 활동 폭이 넓어져요. 마을 자원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죠.

 

 

 

  

  

 제 손으로 딴 딸기를 들고 뿌듯함을 느끼는 아이들

 

 

 

Q. 올해 시골도시락예술학교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먼저 월산동 할머님들께는 이 시간이 마을 아카이빙과 동시에 할머님들 자신을 돌아보는, 스스로를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삼도동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건강하시기만을 바랍니다. 코로나로 인해 왕래하기가 어려워져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고립이 더 심해졌어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신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즐겁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탁유림 (12기 통신원)

 

문화콘텐츠를 공부했고 글을 좋아합니다.

고이고 싶지 않아 매일 자잘한 물결을 만들어요.

문화예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그 선상에 있습니다.

작지만 빛날 그 물결이, 여러분께 가닿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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