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호] 고싸움놀이로 通하다! - 서지유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10-12 조회수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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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싸움놀이로 通하다 

-고싸움놀이전수관 고싸움놀이 체험

 

통신원 서지유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놀이에는 공동체 문화가 녹아내려 있다. 외부인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하나가 되기도 하고, 일의 효율을 위해 혼자보다는 여럿이 되어야 했으며, 마을의 평화와 풍요를 위해 한마음으로 끈끈하게 서로를 결속시켜야 했다. 그것들이 지역(마을)만의 특색 있는 공동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 지금에까지 이른다. 용을 연상시키는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로 풍년을 기원하는 영산 줄다리기, 보름달이 뜬 밤, 풍작과 풍요를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노래하는 전남의 강강술래, 모든 사회계층의 참여로 사회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강릉 단오제 등 여전히 그 발자취가 남겨져 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광주 칠석 고싸움 놀이전수관에서도 역시, 풍년 농사와 단합을 기원하고, 마을의 터를 밟아주기 위해 볏짚으로 고를 만들어 겨루는 ‘고싸움놀이’의 발자국을 찾을 수 있었다. 

 

                                ▲ 고싸움놀이 전수관 전경                                               할머니당산인 은행나무 아래 소원권 묶기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고싸움놀이로 通하다’는 고싸움놀이 체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싸움놀이 VR 가상 체험과 간단한 영상들로 고싸움놀이에 대한 흥미를 이끌고, 주변 관광지인 칠석동 은행나무, 부용정을 둘러보며 옛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에 신빙성과 입체감을 주었다. “풍수적으로 황소가 누워있는 형국에, 황소가 일어나 논밭을 어지르지 않도록 할머니 당산으로 불리던 칠석동 은행나무에 고삐를 묶어놓았다.”는 고싸움놀이의 유래는 수강생들의 소원을 쓴 종이를 나무 아래 묶어두고 소원을 빌어, 정월 대보름날 함께  태워 보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칠석동만의 이야기와 함께했다. 광주 지역 향약의 시행 장소인 부용정에서도 “함께하고, 예의 바르며, 착하게 살라”는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장소기에, 광주와 칠석동만의 짙게 어린 지역성을 느낄 수 있었다.

 

                          ▲ 고싸움 놀이 설명을 듣는 수강생들                        ▲ 체험할 수강생들을 위해 작게 만든 동부고와 서부고

 

고를 만드는 것부터 고싸움을 하기까지는 끈질긴 싸움이 지속된다. 협동과 단결을 요하고, 고싸움을 할 때의 하나가 된 함성은 마을의 안녕과 땅의 평화를 염원하게 했다. 그렇게 마을이 공동체로 하나가 되어 단합할 수 있었다. “고를 45도로 올려 서로 겨루는데, 앞사람은 180cm 이상이 되어야 해요. 더 높은 위치에서 상대의 고를 아래로 무너뜨려야 하니까요.” 고의 모든 부분에서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필요 없는 역할이 없다. “고싸움은 동부고와 서부고로 나뉘는데, 남자를 뜻하는 동부고가 이기면 평안을, 여자를 뜻하는 서부고가 이기면 풍년이 온다고 하니, 풍년이 중요했던 옛날에는 치열한 접전 끝에 서부고가 이길 확률이 아주 높았겠죠?” 

 

▲ 빨간색 줄패장의복을 입고 서부고에 오른 수강생


▲ 파란색 줄패장 옷의 동부고


▲ 동부고와 서부고의 고싸움놀이

문화예술교육을 오페라보다는 ‘누구나 언제든 즐길 수 있는 판소리’에 가깝게 실현하고자 하고, 고싸움놀이를 우리의 전통문화이자 놀이이며, 한마음을 기원하고 인간의 간절함과 사회의 안녕, 풍년 기원까지 바라는 진정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광주 칠석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의 김서연 문화유산지도사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Q. 고싸움놀이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아이러니하면서 소름 돋게 멋진 놀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눈으로 보면 너무나 역동적이고 활발해요. 동시에, 죽일 듯이 싸운 관계라도 고싸움 할 때는 딱 하나가 되게 해요. ‘너 여기 들어, 키 크니까 앞으로 와!’, ‘밀어! 빠져!’ 소리치면서요. 싸우던 친구 두 명이 고싸움 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배우게 돼요.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을요. 줄패장부터 꼬리까지, 다른 위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적정하게 잘해줘야 하는 고싸움놀이에서, 모두 하나 되어야 이긴다는 걸 알려주고 알게 되는 기회를 주는 게 고싸움놀이의 매력이에요.

 

Q. 마을공동체에 고싸움놀이가 가지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A. 칠석동이 제 고향이라, 고싸움놀이는 제겐 곧 생활이고 삶이에요. 아주 어려서부터 본. 고싸움놀이로 싸우면서도, 또 다음 축제 때는 옆에 서서 ‘잡아라, 같이하자.’ 하는 상황도 많이 보고, 겪었고요. 공동체로 느끼게 하고, 회복할 수 있게 한 놀이인 거에요.

 고싸움을 이겨야만, 먼저 논에 물을 댈 수 있었기에 완전 삶과 밀접하고 직결된 것이었어요.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은 고싸움놀이를 무형문화재라기보다는 그냥 당연한 놀이라고 생각하실 정도에요. 고가 상해있으면, 그냥 나오셔서 고를 손질하시기도 하세요. 돈을 받지 않는데도, 본인들이 해야만 하는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시곤 하셔서 참 감사해요.

 

Q. 순수한 애정으로, 어떻게 그렇게 뭉칠 수 있을까요?

A. 그게 생활인 것 같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녹아든. 누가 나쁘게 말하면 화가 나고, 더럽히면 성질나고, 칠석마을 분들 대부분이 그러세요. 어려서부터 나고 자라며 본 놀이와 터니까요. 이번 명절에 연을 만들 때는, 지나가시다가도 오셔서 연을 못 날리는 아이들을 도와주시기도 하셨어요.

 

Q. 농촌 인구가 점점 감소해 마을공동체가 약화되기도 할 텐데, 고싸움놀이가 지역성을 회복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 같아요.

A. 매년 정월대보름에 고싸움놀이축제를 해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등으로 관심도도 제고시키고 드러낼 수 있는 거죠. 마을의 어른들이 이곳에 오는 아이들을 향한 문화예술적인 부분을 확장시킬 수 있어요. 교직에 계시고 은퇴하신 분들이 많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다져가면서 외부인을 위한 프로그램들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고싸움놀이가 그 시작이 된다고 생각해요.

 회복뿐 아니라 발전도 꾀하고 있어요. 이번 년도는 고싸움놀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새롭게 건물도 세워지고, 인력풀도 구축이 되었으니 도약하는 단계인 거죠. 탈지역화를 위해 키트 개발을 했고, 비대면 교육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나중에는 수학여행이나 남도 투어를 할 때, 고싸움놀이테마파크를 방문할 수도 있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고싸움놀이로 통하다’에 참여한 아이들이 무엇을 가져갔으면 하시나요?

A. 아이들은 우리의 것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싫어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고싸움 안 해요? 오늘은 새끼꼬기 안 해요?” 물어보면서 너무 재밌어해 뿌듯해요. 다만 이것이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이게 우리 역사고, 조상들의 모습’이라는 걸 느끼고 문화에 대한 존중과 보존의 마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요.

 

 

 

 

서지유 (12기 통신원)

 

내가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하는 삶이 있고,

개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타인에 대한 존중과 나눔을 갖고열정과 다름 사이의 같지 않은 미묘한 변주를 즐기고자 한다.

내가 문화 향유(취재)와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할 수’ 있고,

머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생각을 되뇌고 깊게 들이킬 때

비로소 좁은 생각에 갇혀 사는 나를 반성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다

통신원으로써 그 항해의 매력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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