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호] 고요한 밤의 앙상블 - 허희영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10-12
조회수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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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앙상블
거점예술배움터 '금요일 밤의 앙상블'
통신원 허희영
10월,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바닥에 자욱하게 깔려있다. 6시 이후 어둑한 하늘과 함께 바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남은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도로에 분주했다. 그렇게 북적북적한 도심 속, 모든 일과를 마치고 함께 모여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금요일 밤의 앙상블’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시소센터’라는 곳에 모여 있었다.

▲ 예술강사가 악기 강습을 하는 모습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그들을 응원하는 마을 놀이터이다. 그들은 왜 시소라는 이름을 사용할까? 모두 알다시피 ‘시소’라는 놀이기구는 혼자서는 탈 수 없다. 환대와 배려로 사랑의 비율을 만들어 내는 놀이기구인 시소. 이곳은 청소년이 자연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이웃을 만나고, 동물을 만나는 삶과 삶 사이의 기분 좋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금요일 밤의 앙상블’이라는 프로그램은 서구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에서 진행된다. 횟수로는 벌써 15회 차를 맞았다. 서구의 주민들은 서투르지만 그들만의 자유로운 소리를 내며 음악이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문화 예술을 향유한다. 또한 실내악단 마하나임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1:1 악기 교습을 진행하고, 후에 주민들과 예술가가 합주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상의 권역에서 서구 주민들은 예술과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바이올린, 오보에, 첼로, 플롯 등 살아오면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악기들이다.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너무나도 익숙한 악기들이지만 실제로 배워보고, 사용하고 합주를 한 경험은 미미할 것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악기들을 실제로 배우고 연주하는 과정,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상호작용하며 어우러지는 이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은 고된 삶에서 한 발자국 멀어져 자신만의 예술을 그려본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예술에 관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는다. 아무리 각별한 친구 또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본인의 고유한 취미 및 가치관이 존재한다. 무수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딱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이 공간은 활기가 넘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아이부터 40대 이상의 성인까지, 직업군도 물론 다양하다. 반주자의 지도 아래 합주를 진행했다. 이들은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의 실수로 인해 합주의 흐름이 무너져도 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서로의 얼굴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띤다. 각자의 업무를 하고 늦은 시간 합주를 하는 것이지만 지친 기색이 아닌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다.

▲ 합주에 들어서기 전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
첫 번째 합주곡은 <고요한 밤>이었다. 익숙한 선율이 합주실 안을 채웠다. 각 각의 악기들은 악기 자체만의 고유한 소리를 내며 서로 어우러졌다. 누군가는 삐끗하기도 누군가는 중간에 악기를 내려놓기도 한다. 머쓱한지 머리를 긁으며 어렵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들. 두 번째 곡은 <라르고>였다. <고요한 밤>보다 악보 보는 것이 까다로웠는지 연주 시작부터 여기저기 삐끗거리는 음들이 들려왔다. 반주자는 손으로 박자를 맞춰주며 연주자들을 격려했다. 힘들었는지 악기를 내려놓는 연주자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타박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그들. 어설픈 실력으로 연주를 끝낸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실수하는 순간마저도 즐거웠던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이곳. 금요일 밤의 앙상블은 어둑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평안하고 고요한 선율을 퍼트린다.

▲ 반주자의 반주에 맞춰 연주하는 모습
‘금요일 밤의 앙상블’을 기획한 김유리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안녕하세요. ‘금요일 밤의 앙상블’은 어떤 의도로 기획하시게 된 건가요?
A. 안녕하세요. 기획자 김유리라고 합니다. 사실 이곳 서구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지역 주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어른과 청소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고, 함께 배울 수 있으면 해서...필요성을 인식하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어요. 마하나임이라는 극단과 음악을 매개로 협약을 하였습니다. 어른들은 음악이라는 장르 하나로 이 공간에서 만남을 갖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돼요.
Q.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건가요?
A.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연구모임 ‘옥헤는 밤’이 있습니다. 이 연구 모임이 진행된 후 ‘금요일밤의 앙상블’을 진행하는 거예요. 이 연구모임에서 우리는 어떻게 음악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로서 이야기를 공유하고, 기획자나 운영진으로서의 역할을 함께 고민 합니다. 두 번째, ‘금요일 밤의 앙상블’입니다. 이곳에서는 운영진과 전문 연주자들, 음악을 좋아하는 일반 주민들이 함께 합니다. 전문 연주자들은 일반 주민들에게 강습을 합니다. 강습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합주를 하기도 하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나눠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일상을 공유하게 됩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성인의 비율이 높습니다. 연령대는 다양하지만요. 나중에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Q.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얻어 갔으면 하는 가치가 있나요?
A. 사실 음악적 지식, 또는 악기 학습 등 그런 것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요. 그냥 음악을 배운다는 것 음악을 접하는 마중의 역할을 이 프로그램이 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매개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합주라는 것을 통해 경험을 하면서 교류하고 심적으로 힐링 하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치입니다.
Q. 예술을 매개로 누군가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시소센터는 앞으로 지역 주민들과 예술로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풀리지 않는 과제가 있을 것 같아요.
A. 네. 맞아요. 그래서 저는 마을 오케스트라를 해보고 싶어요. 전문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편안하고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모든 세대들이 음악으로 소통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우리의 생각에 작은 휴식을 주는 그런 거요. 저의 과제는 그것입니다.
| 허희영 (12기 통신원)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미학에 중점을 두고 배움을 지속하는 중이다. 전시 기획자로 또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며, 이곳 ‘울림’에서는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을 알리는 통신원으로서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