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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박스로 쌓는 나의 모래성
-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
공간을 만드는 놀이터
비가 온 후에 놀이터에는 항상 아이들로 가득했다. 물기로 축축해진 흙을 치덕치덕 뭉쳐서 모래성을 쌓고, 언덕을 조심스럽게 파내어 터널을 뚫고, 물길을 만들어 운하를 연결하면서 아이들은 저마다 거대한 마을들을 만들었다. 아이는 생각한다.
‘여기에는 누가누가 살지?’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나만의 공간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 그것은 재미있는 놀이이며 거대한 세계의 창조이다. 놀이터는 나만의 공간이 탄생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어린 시절 ‘공간’이라는 것은 놀이터의 모래성 쌓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흙 대신 스마트폰과 마우스를 만지는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공간’이란 무엇일까?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어린이 문화원은 어린이들의 문화 감수성과 창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건물 안의 놀이터’이다. 이번에 찾아간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는 일상의 사물들과 미디어 아트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더 재미있게 공간이란 주제를 생각해보자!’는 모토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박스나 풍선들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아이패드와 드로잉 태그툴로 공간을 꾸미면서 나만의 설치미술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대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공간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현해 볼 수 있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본 프로그램은 현재 2회차를 맞이했으며, 초등학생 3학년에서 6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14시부터 16시까지 총 4회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3명이 모였을 때 어떤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진행강사는 12명의 아이들을 3명씩 한 조로 나눈 후에 미션을 줬다. 아이들 뒤에는 골판지 박스와 휴지심, 풍선과 테이프, 발광 다이오드에서부터 곰인형까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로 가득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분주하게 박스를 테이프로 붙이고 나르기 시작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재료를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분주하고 산만한 모습이라기보다 자유롭게 뛰노는 놀이터와 같은 분위기였다. 투닥거리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듯 종이박스와 소품들로 자기들만의 공간을 창조해 나갔다.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면서 재료들은 놀이터의 시소가 되기도, 거대한 성이 되기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되기도 하였다.
“집에서 못하는 것들을 여기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박준화 어린이가 종이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며 말했다. 넓은 마당 대신 좁은 아파트에 살고, 놀이터를 뛰어놀 시간에 학원에 있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세상에서 아이는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발휘하고 있었다. 그가 만든 거대한 성은 발광 다이오드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고 안에는 곰인형 한쌍이 서로 나란히 앉아 구경을 하고 하늘에는 종이로 만든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옆에 있는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맞춰보라며 쑥스럽게 미소지었다.
다음은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시아 문화원 어린이 사업부 김보영 선생님과의 인터뷰이다.
Q. 어린이 문화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어린이 문화원은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의 콘텐츠 밑 공간과 연계, 어린이를 위한 통합적 문화체험 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어린이의 문화 감수성과 창의성을 증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예술창작, 문화콘텐츠 창작, 이야기 창작 등을 주제로 운영되는 정기형 프로그램들과 초등 단계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단체 프로그램, 어린이 도서와 연계한 어린이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원래는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예술실험실’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아이패드와 빔 프로젝터 등 현대기술 장비들을 이용한 체험 활동에 아이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장기간의 프로그램 대신 단기간으로, 고학년뿐만 아니라 더 넓은 나이대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장시켜 달라는 수요가 있어서 새롭게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미디어 실험실 공간으로 놀자!’ 프로그램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A. 총 4회 과정으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첫 시간은 종이박스와 생활 사물들을 이용하여 공간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합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신 김자이 작가님을 초청해서 홀로그램을 통한 미디어 아트 체험과정을 했었구요. 세 번째 시간에는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미디어 드로잉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아이들이 만든 구조물에 미디어 드로잉을 투사시켜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Q. 일반 미술 시간과는 다르게 빔 프로젝터나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들을 많이 사용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아이들에게 아이패드와 드로잉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니 금방 배우고 적용하더라구요.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이런 전자기기와 프로그램 사용에 많이 노출되어있고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익숙하고 친근한 방법으로 ‘공간’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접근하기 위해 이런 장비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Q. 이번 수업이 끝나서 아쉬운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다음 수업 계획이 있으신가요.
A. 5월에 어린이 문화원에서 아시아 스포츠 놀이 축제 ‘How Fun’이 개최됩니다. 그때는 실내에서가 아닌 야외부스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작품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