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호] 가족 오케스트라 _ 김한경 모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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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10-10 조회수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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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음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잃어버린 시간과 가치를 되찾다

-가족 오케스트라, (사)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

 

김한경_8기 모담지기

 

 


 토요일 오전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평일의 오전과는 다른 한적한 기운의 길거리가 떠오른다. 사실 토요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주5일제가 시행된 이후, 우리는 안심하고 ‘불금’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토요일 오전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항상 늦잠을 자고, 오후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토요일 오전을 잃어버린 셈이다.

 

<가족 오케스트라>를 취재하기 위해 나선 시간은 토요일 오전 9시 무렵이었다. 앞서 말한 토요일 오전의 이미지처럼 길거리는 한적한 기운이 맴돌았다. <가족오케스트라>는 (사)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가족들이 와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트럼펫 등 원하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으며, 악기 연주 외에도 합창, 뮤지컬, 안무 등 선택할 수 있어 분야의 폭이 넓다. 각 분야에는 전문 예술강사 선생님들이 18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심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가족 오케스트라>는 5년째 지속성을 갖고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00여 명이 넘는 가족이 매주 참여하고 있다.

  

<가족 오케스트>에서는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1965>에 나오는 ‘The Sound of Music’과 ‘도레미 송’으로 연습이 한창이다. 11월 4일 광산구문화센터에서 연례 공연이 있다고 한다. <가족 오케스트라>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연소 6살부터 최고령 70세 할아버지까지. 정말 이름 그대로 ‘대가족’을 형성하고 있어 보였다. 대가족의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가족 오케스트라>에서는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요? 

A. 저희는 문화예술교육진흥원(arte)에서 5년 연속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는 서구문화센터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성악가도 초청하기도 하면서 <가족 오케스트라>를 꾸려왔습니다. 그러다가 여기 ‘소촌아트팩토리’로 옮기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오케스트라만 하다가 합창하고, 뮤지컬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전문 인력을 투입해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음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이 다른 장르와 다르게 어떤 특성, 장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옛날에는 악기하면 양손을 쓰니까 뇌가 발달한다 이런 것들을 말했는데, 이런 것들을 넘어서는 음악 자체에 힘이 있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거든요. 연주는 합창이든 상대방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관객들이 느끼더라고요. 사실 저도 잘 몰랐거든요. 단원 중에 최고령 할아버님이 계세요. 원래는 관객이셨는데, 클래식 마니아세요. 올 때마다 “여기 오케스트라만큼 좋은 음악 없다”라고 항상 말씀 하셔서 예의상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 의미가 우리만 할 수 있는 소리가 있다는 의미였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음악과 가족이 갖고 있는 힘이 아닐까요? 그런 것들이 만나면서 시너지를 발생하는 것 같아요.  

 

Q. <가족 오케스트라>가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A. 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이 깨지고 있는데, 토요문화학교를 통해서 또 ‘음악’을 매개체로 ‘가족’을 다시 결속시키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원래 이름은 <더 드림 패밀리 오케스트라>인데, 가제로 <대가족 오케스트라>라고 불러요. 옛날에는 4대가 모여 살았잖아요. 여기도 여섯 살 아이부터 아흔 살 할아버지까지 계시는데, 항상 대가족 개념 강조해요. 옛날의 대가족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고 싶고, 그 매개체가 음악이라는 것이죠. 처음에는 아버님들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버님들도 많이 오세요. 가족끼리 아빠와 함께하는 것이 시너지를 갖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도 강사 선생님들도, 단원들도, 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장려하고 싶어요. 

 

외국은 80년, 70년 지속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해요. 할아버지가 활동했던 오케스트라에 손자, 손녀가 활동하면서, 그 마을이나 도시에 대표가 되는 음악단체들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연속성을 갖는 음악활동들이 꾸준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태림이네 가족 인터뷰 

 

“음악은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걸 채워주기도 하고 이끌어주기도 해요. 

힘든 감정을 억지로 이겨내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기도 해요.”  

 

▲ 왼쪽부터 태림(12), 엄마 한수희씨, 서정(10), 서형(5) Ⓒ김한경

Q. 가족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12살 김태림, 10살 김서정, 5살 김서형 이렇게 세 딸을 둔 엄마 한수희라고 합니다.

 

Q. <가족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A.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문제로 일을 쉴 때가 있었어요. 쉬면서 평상시에 하고 싶었던 음악을 배워보고 싶어서, 레슨을 받다가 지금 지휘자 선생님께 가족 오케스트라에 대해 들었어요. 그때는 저만 음악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방과 후에 바이올린을 배우게 한 후에 같이 들어오게 되었어요. 

 

Q. <가족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각 파트 별로 연습을 하다가 합주 할 때 가장 좋죠. 2014년도 처음에 단원에 들어와서 <사랑의 기쁨> 대표곡 합주를 했는데 가슴이 울컥했어요. 그런 기분을 처음 느껴봤거든요. 여러 가지 악기가 모여서, 하나의 음악을 연주 할 때, 음악을 하지 않았을 때는 여러 감정에 휩싸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그런 감정들을 다 잊게 되고,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정화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짜릿하고, 재미있고요. 그런데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Q. 힘들었던 적은 없으세요? 

A. 제일 막내인 서형이가 3살 때부터 <가족 오케스트라>를 시작했어요. 아빠가 막내를 돌봐줘야 올 수 있는데, 의견차이가 있었죠. 그래서 집에 도우미 아주머님을 불러놓고 온다던가, 유치원에 개인적인 부탁을 했어요. 지금은 커서 이렇게 같이 와요. 빠지지 않고 오고 싶은데, 한동안 육아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또 ‘가족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남편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남편이 없으니 미완성된 느낌이 들어요.

 

Q. <가족 오케스트라> 이후 우리가족에게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A. 처음 <가족 오케스트라>를 시작할 땐 가족의 화합,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면 연습하라고 혼내게 되고, 여기 와서도 혼내게 되고, 마음같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변한 게 있다면 부모라는 역할이 ‘지시, 안내’하는 역할이었다면, 여기 오면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 있고, 아이들도 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공통된 대화가 많아진 것도 달라진 점에 하나죠. 같이 음악,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련 동영상도 같이 찾아보게 되고,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틀어줬더니 셋 다 2시간 동안 꼬박 앉아서 보더라고요. 음악은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같이 채워주기도 하고 이끌어주기도 해요. 우리가 힘든 감정을 억지로 이겨내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음악을 하면서 배웠어요. 생활의 질이 음악과 가까워졌고, 웃음이 많아졌어요.

 

지환이네 가족 인터뷰

 

 “<가족>을 하기 전에는 토요일 오전이란 게 없었어요. 

그냥 잤는데, 그런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을 우리 스스로 찾은 거죠“  

 

▲지환이네는 4년 째 <가족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고 있다 Ⓒ김한경

 

Q. 안녕하세요. 가족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지환이네입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 아내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한 가족입니다.

 

Q. <가족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A. (엄마)아는 언니 소개로 왔어요. 지환이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클래식 악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못 시켜줬거든요. 한 번 왔는데 너무 좋아서 셋이 다 같이 오게 되었어요. 아빠도 직장이 밴드를 해서 음악을 좋아하는데, 클래식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어서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Q. <가족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지환): 합주할 때요. 각자 다른 파트에서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집에서는 엄마, 아빠도 일 나가시고 같이 있다는 느낌은 없는데, 합주할 때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엄마​): 저는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클래식을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은 지환이가 알아서 찾아서 들어보고 그러더라고요. 또 같이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좋아요. 

(아빠): 개인적으로는 처음 트럼펫 소리가 났을 때 기분이 제일 좋더라고요. 소리를 내기까지 1년 걸렸어요. 가족 면에서는 지환이가 이제 집에서 심심하면 플롯을 잡아요. 예전에는 핸드폰만 했는데, 대신 플롯하고 있는 거보면 좋죠. 또 플롯 소리가 듣기 되게 좋아요. 퇴근하고 와서 듣고 있으면, 문 닫고 안 보여주는데 그래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좋아요. 

 

Q. 4년 동안 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A. (아빠): 트럼펫이란 악기 특성상 집에서 연습하기가 힘들어요.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런 게 힘들죠. 뭐 다른 건 딱히 없네요. 토요일 근무 있는 날은 못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아쉽고, 서운해요.

(엄마): 저희는 일 년 계획을 세울 때, 가족오케스트라를 1순위로 두고 계획을 세워요. 무조건 지켜야 할 약속이죠.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얻는 것이 많아서,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곧 지환이가 고등학교를 가기 때문에 빠지게 될까봐 걱정이 돼요. 다만 있다면, 잘하고 싶은데, 연주가 마음대로 안 될 때 정도.

 

Q. <가족 오케스트라>를 시작한 이후 우리 가족에게 변화된 점이 있다면?

A. (아빠): 많이 달라졌죠. <가족>을 하기 전, 금요일에는 회식하고 술을 많이 먹고, 토요일에는 늦잠 자는 날, 각자의 날의 개념이었어요. 처음 <가족>을 시작할 때는 아침 일찍 나오는 게 힘들었죠. 지금은 토요일 아침이면 일어나서 같이 하는 시간이 생긴 것. 토요일 오전은 무조건 가족이 셋이 같이 하는 시간의 개념으로 잡혔어요. 그래서 더 하나가 된 기분이고, 화목해졌어요. 가족에겐 그런 게 되게 커요. 

(엄마):<가족>을 하기 전에는, 토요일 오전이 없었어요. 늦잠 자고 오후에 일어났는데, 그런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을 우리가 스스로 찾은 거죠. <가족> 끝나면 같이 외식하고, 커피 마시고, 우리만의 시간이 생긴 게 가장 좋아요.

(지환): 집에서 할거리가 생겼다는 게 좋아요. 핸드폰도 덜 하게 되고, 혼자 집에서 심심하면 플롯 연습을 해요. 4년 정도 하니까 학교 행사에서 독주회도 하고 그랬어요. 

 

<가족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으로 잃어버린 ‘토요일 오전’이라는 시간과 ‘가족’의 가치들을 살려내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하나의 명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명백히 다른 성질을 갖은 세 단어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이 도대체 무엇이며,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럴 때 마다 <가족 오케스트라>에서 만났던 가족들의 목소리를 떠올려보기로 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하는 것보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예를 들면, 토요일 오전, 가족들 간의 소통―들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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