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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문화가 탄생한다
삶의 기술 워크숍 ‘삶을 위한 음식’ - 야호센터
마민주_9기 모담지기
요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문화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 한마디와 함께한다. "먼저, 건배!” 「맛보다 이야기 p.78」
음식은 예술이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려고 만든 음식이 아닌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목적’으로 만든 음식은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은 한 마디로 어지럽다. 불균형한 영양소는 물론이요,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것도 힘들다. 그저 꼬르륵 소리를 없애려 아무거나 허겁지겁 먹어 없애기 바쁘다. 그러나 음식을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아선 안 된다.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만들고 즐기는 과정이 지친 삶 속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음식과 예술의 조화는 그야말로 삶에 신선한 자극과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2018년 3월 11일, 삶의 기술 워크숍의 첫걸음인 ‘삶을 위한 음식’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야호 센터로 향했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청소년문화의집 야호센터는 토요일 오전부터 분주했다. 이곳 조리실에서는 ‘삶을 위한 음식’ 프로그램 준비가 한창이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앞치마를 입자 수업이 시작하였다. 처음은 ‘음식으로 관계 맺기’ 강의로 시작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짧은 강의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요리 실습에 들어갔다. 오늘 만들 요리는 ‘지중해식 비스트로 샐러드’였다.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인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다.
▲(주)제이콥의 대표 제이콥 강사님의 자기소개가 이뤄졌다.
지중해식 비스트로 샐러드 조리 방법
먼저 주재료인 채소를 씻는다. 상추, 양파, 가지, 느타리버섯, 부추, 브로콜리, 치커리, 토마토 등 재료는 다양하다. 잎채소는 깨끗이 씻고 가지, 청경채, 느타리버섯과 양파는 씻은 후 약한 불에 함께 볶아 준다. 이때 샐러드의 핵심은 씻고 난 다음에 있다. 깨끗이 씻겼다면 그만큼 탈탈 털어 채소의 물기를 잘 걷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눅눅한 샐러드를 먹게 될 것이다. 달걀을 풀고 살짝 볶은 부추 위에 올려 부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든다. 토마토 역시 소금과 후추를 이용해 볶는다. 토마토는 단맛, 신맛은 물론 짠맛에 감칠맛까지 갖췄으니, 샐러드엔 필수적이다. 본격적인 준비는 끝났다. 이제 소스를 만들 차례다. 식초, 올리브유, 설탕과 간장을 1:1:1:2 비율로 넣고 오리엔탈 소스와 다진 파인애플, 청양고추를 취향껏 넣는다. 고소함을 배로 하기 위해 깨를 넣는데, 깨를 넣을 땐 손으로 으깨서 넣는다. 올리브유를 넣을 땐 조금씩 휘저으면서 넣어야 한다. (기름이기 때문에 물에 잘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플레이팅 단계이다. 먼저 따뜻한 재료들을 먼저 놓는다. 그리고 소스를 원하는 만큼 올리고 그 위에 차가운 재료를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소스를 올린다. 드레싱의 양이 많아질수록 삼투압 때문에 채소의 숨이 빨리 죽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올려야 한다. 비스트로 샐러드가 완성됐다. 아주 간단하다!
▲요리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
Q. ‘삶을 위한 음식’ 프로그램 기획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음식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에너지 자원으로서 바라보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의식주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식’이라는 것은 뭘까 생각했죠. 요즘에는 음식이 실용주의적으로만 접근되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몸에 좋으니 먹어야 해” 와 같이 말이죠. 저희는 야호센터와 음식의 교집합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러다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자기 생애 열 가지의 조리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삶이 참 풍요로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야호센터에서 진행되는 ‘누구나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을 요청하여 배우면서 ‘삶의 기술 워크숍’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사람들과 협의하에 ‘음식’이라는 주제로 스타트를 끊고, 센터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모집했어요. 그들과 함께 평상시에 접하지 않는 요리를 주제로 하기로 했죠. 그래서 제이콥 대표를 섭외해서 지중해식 비스트로 샐러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모두 힘을 합쳐 완성한 지중해식 비스트로 샐러드
Q. 차린 음식을 바로 맛보는 특별한 시간이 있네요.
A.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음식 기술을 배우거나 배워서 적어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육류가 들어가지 않고 채소만을 이용해서 조리했는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조리가 비교적 간단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실수에 의해 소스의 양이 많아졌어요. 이것으로 국수나 밥을 말아 먹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응용을 경험케 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등 여러 의견과 칭찬이 오갔죠. 이런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식이 완성됐다고 끝이 아니다. ‘야호 레스토랑’의 진가는 함께 즐기는 것이다.
Q. 조리실 옆에 나무가 많이 있던데, 그것은 무슨 용도인가요?
A. 세종시에서 목재와 관련해서 전시회가 있었어요. 대부분 전시회에서는 끝나면 철거하고 버리잖아요. 제 지인이 그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길래 그 전시회가 끝나고 나무를 달라 요청했어요. 목재를 가져와서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작업을 한 뒤 제조과정을 거쳐 3층에 있는 책꽂이를 만들었어요. 버려진 목재들을 가지고 새로운 가구나 액자를 만드는데 활용한 거죠.
▲조리실 옆에 위치한 목재제작실 / 버려진 목재들을 이용하여 만든 책꽂이와 책상
Q.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문화예술이 사회를 바꾼다. 창조력 없이 진보 없다.’ 광산구 교육정책팀에서는 이렇게 세 세션으로 나뉘어 사업지원을 진행해요. 이 세 가지 명제가 우리 야호센터의 철학인 거죠. 문화 예술이 사회를 바꾼다고 믿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예술’을 주목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예술은 사회를 진보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기존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오브제(object) 중심이에요. 그러니까 만들어 내는 것 즉 결과, 가시적인 것 중심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문화예술교육은 스프릿(spirit)이에요. 그렇게 보았을 때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음식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답은 YES다. 모든 인간은 잠재적 예술가이다. 요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화장을 하고, 장신구를 찾고, 좀 더 나은 방으로 꾸미기 위해 인테리어 책을 뒤지는 것 또한 전부 예술이 될 수 있다. 모두 미적 만족과 관련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의 생산자이며 소비자인 것이다. 삶의 기술 워크숍 ’삶을 위한 음식’ 프로그램은 우리는 모두 예술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늘, 나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자. 준비하면서 행복해하자. 당신은 예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간안내
광산구 사암로 340번안길 5 T.(062)960-6980
*관련링크
http://edu.gwangsan.go.kr/y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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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주(9기 모담지기)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고통은 불완전한 형태로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그런 형태 없는 것들에 윤곽선을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가 그 윤곽선을 들고 ‘내 말 좀 들어주오’하며 심각히 나서주는 게 좋고, ‘그럼 그럴까요’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우리가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면 이 역시 하나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가끔 깊고 오래된 상처를 소독해줄 때가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삶과 분리되어선 안 된다. 삶 자체가 예술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