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호] 무등 色을 노래하는 거대한 울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11-06 조회수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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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 色을 노래하는 거대한 울림

- 2018 무등울림축제 개막식

최류빈 모담지기

  

 

 ​울림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무등에 올라 목소리를 내면 메아리가 돌아오듯, 울림은 공진(共振)이다. 그 어떤 진동이라도 홀로 외롭게 떨리는 것은 ‘울림’이라 부르기에 어설프다. 함께 살을 부비며 떨리는 목소리들의 결을 맞추는 일이 울림의 진의일 것이다.

 

 지역 시민과 문화단체, 예술가, 전통상가가 함께 아름다운 진폭을 만드는 ‘2018 무등울림축제’가 개막했다. 올해 무등울림 축제는 ‘배움의 學(학), 경연의 戰(전), 휴식의 休(휴), 화합의 場(장), 전통의 美(미)’ 등 5개 소주제로 구성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특징적인데, 전통문화관 일대가 북적북적하여 구성의 풍성함을 눈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고즈넉한 기와지붕과 배경이 되는 신록들은 멋스러운 곡선으로 방문객들을 맞아 ‘여유로움’과 ‘도심 속의 분주’가 조화된 느낌이 강했다. 

 

 행사의 포문은 ‘무등 色을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전통무용과 젊은 한복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어우러진 이 공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류였지만 그 이상으로 관객들이 직접 옷을 입어보고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소통형 프로그램으로 꾸려져 단순히 관객들이 피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눈동자만 분주하게 굴리던 전통적 공연문화를 탈피하는 듯했다.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은 형형색색 유려한 한복으로 채워졌고 시민들의 눈은 즐거움에 휩싸였다.

 

 관객들과 한복 모델, 무용단체 나빌레라가 하나 된 울림을 만들었다면 다음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접점을 가졌다. 일본 홋카이도문화재단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화심브라더스 with 카즈미’가 출연하여 뱃노래를 소재로 공연을 진행했다. 전통문화관에서, 그것도 개막식 당일 일본 해외가수가 공연을 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울림’의 기치를 내걸고 조화와 융화를 일선 가치로 생각하는 덕에 이 멋진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본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예술이라는 고차원적 가치로 소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들이 연주하는 뱃노래는 일본의 거친 물살과 한국의 파도를 모두 넘어와 이채로웠다. 한일 콜라보라는 명색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공연에 관객들의 이목이 매료되던 순간이다.

  

 무등울림 행사의 가장 큰 장점은 무등산을 배경으로 둔다는 점이다. 행사의 이름에서도 ‘무등’을 차용하듯, 산은 행사의 일부이며 병풍처럼 가만 서서 프로그램의 일환이 되어준다. 묵묵히 어깨를 내어주는 이 다정함이 무등울림의 진폭을 키우는 가장 큰 열쇠라고 생각해 본다. 지역이 확보하고 있는 가장 큰 자원인 산과 그 산에 몸 부비며 살아온 사람들,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이 끊임없는 메아리를 만들 듯 무등울림은 사람과 산의 울림이다.

 

 아름다운 배경에서 무엇을 해도 아름답겠으나 행사는 세밀하게 꾸려졌다. 특히 5개 소주제 學·戰·休·場·美에 주목했는데, 개막식 당일에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각각 표적으로 하거나 날짜마다 달리 ‘무등산 책방소통’이나 VR체험, ‘M-DREAM의 꿈꾸고 나누는 소풍’, ‘무등주막’, ‘남도전통고추장담그기’ 등의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각각의 소행사는 전통의 美를 담기도 하며 전통에서 배워(學)가는 등 독립된 가치들을 얻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개막식은 무등울림 행사의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 어떤 날 찾아와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게 마련했다. 축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여느 화려한 행사들처럼 무등울림은 야밤에 불꽃을 수놓거나 폭죽 굉음을 터뜨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잠깐 타오르고 꺼지는 불꽃보다 더 큰 불꽃을 무등울림은 우리 앞에 기어코 소환해 낸다. 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이에 수반하는 풍성한 프로그램들은 축제 이상의 울림으로 오롯이 남으리라. 성하의 복판을 다 건너와 이제 가을낙엽 바스락거리는, 진녹빛 정원에 발 동동거리며 우리 울림을 만들어 보자! 머지않은 무등울림의 완성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갈무리될 것이다.  

 

 

최류빈 (9기 모담지기)                                                                                                                          내가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면 좋을 텐데, 만약 그런다면 나는 하얗게 밤을 새우면서라도 무슨 말이든 해줄 거다. 단 한 사람과 공진하기 위해서라도 자꾸만 활자들을 내뱉는 지독한 버릇, 나는 단어로 언어적 문신을 그려댄다. 그렇지, 언어라는 건 정말 재밌다 내 앞에 잔뜩 차려진 재료들 같아. 나는 여기선 한철 모담지기라는 이름을 살 예정이고, 분명 또 우린 활자로 언제 어디선가 만날 거다. 이렇게 짧은 소개가 될는지- 모든 건 이름 모를 활자 밖 당신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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