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산수리만의 이야기
협동조합 산수다락 “산수-리(山水-Re)의 가치를 갖추리”
글_전경화 통신원
광주에서 특히 동구는 도시재생지역에 관한 관심과 사업이 활발한 곳이다. 시민들의 도시재생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이를 반영하기도 하였다. 낙후된 원도심 동구의 도시재생지역 중 산수동은 재개발 확정 지역이기도 하다. 새로운 주거 공간이 형성되기 이전에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조금이라도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 변화를 생태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풀어가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 산수다락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
수업은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수업, 푸른길 공원과 산수동에서 동명동 구간의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촬영한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먼저 선택하였다. 그 사진을 바탕으로 콜라주 형식의 액자를 만드는 게 오늘의 수업 내용이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참가자들의 손을 더욱 조심스럽고도 분주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한 액자는 10년 뒤에 다시 한 번 꺼내보도록 되어 있다. 십 년의 시간이면 이 곳 산수리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것을 간직하면서 변화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게 없겠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기대는 이상향이 되기도 하는 게 대한민국 주거정책의 실상이다. 아파트 브랜드만이 가치 있는 주거지역현상학에서 이 곳 산수리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산수리만의 이야기를 꿈꾸고 있고, 그것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재개발 확정지역이라 조금은 여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떠나 좀더 도시재생지역 마을과 문화예술교육의 연결을 송혜경 기획자를 통해 보다 더 큰 그림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기획자 인터뷰 - 송혜경 선생님>
Q : 흔히들 마을 꾸미기는 벽화가 앞장선다. 그것이 으레 떠올리는 일종의 고착화된 편견일 수 있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조금 다를 듯싶다.
A :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기술적인 걸 떠나 생활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듯싶다. 생활밀착형문화예술교육이면서 생태 예술을 지향한다. 생태 예술의 모태는 푸른길에서 시작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계림오거리부터 목공소들이 많다. 과거 못 살던 시절, 이곳은 연료로 나무를 때고 살았다. 그래서 지금 이 곳은 문짝 집도 많다. 이런 지역 특성을 활용해서 나무 공예로 프로그램에 접목시켰다. 도자기 공예(흙)도 진행된다. 도시 농업에서는 텃밭 정원을 만든다.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소방도로로 인해 철거된 건물의 일부인 자투리땅을 산수-리(山水-Re)의 텃밭 정원으로 계획하였다. 이 텃밭을 가꾸고 키우고 나누고 종착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푸드뱅크는 프로그램, 지역 잉여자원을 조사하고 수집하여 작품을 구상한다. 이러한 산수리의 풍경을 재해석한 작품은 전시를 통해 산수리에 함께 살았던 친구나 이웃들을 초대하여 함께 나누고자 한다.
Q :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채롭다. 이렇게 마을재생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 1998년 사단법인 푸른길에 근무하면서 도시 숲, 에코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푸른길 공원이 광주역-효천역까지 긴 공원으로 선형을 띈다. 특이하게 마을과 가까이 있다. 생활과 밀착된 공원이라 단지 숲이라기보다 우리집 안마당 같은 느낌이다. 우리 마을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광주는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된 곳이 주월동, 백운동 등등 여러 곳이다. 산수동이 마지막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2000년대만 해도 조성이 안 돼서. 기찻길 풍경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푸른길에도 관심이 있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자 해서 산수동을 거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 재생이라는 게,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지만 그래도 시도하고 싶었다. 단순히 재개발이 아니라 마을을 조금씩 고쳐가며 백년 넘게 마을이 유지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또 하나하나 수리하면서 생활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현대화가 급속도로 몰아치니까 그나마 남아있는 한옥이나 집을 고쳐가면서 사는 곳. 또 이곳에 공방이 몰려있고 계속 의뢰도 많다. 한 50개 정도 왔다. 동명동 핫플레이스 따라서 산수동까지 오는 추세다. 아파트가 밀집되고 도시생활권이 되면 지금보다 좀 더 활성화될 것 같다. 마을 공동체 조직을 하고 있다. 푸른 마을 공동체. 주민 모임을 계속 갖고 있다. 주민 뿐만 아니라 기획자도 많고 게스트 하우스, 공방 디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협동조학 산수다락 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가 관심 많이 갖고 있는 곳이다. 6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해서 작업실로 쓰는 분이 있다. 재건축 모습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마을을 상상하는 게 취지였다. 산수리의 가치를 갖추리에서 산수와 리가 같이 재생하는 것. 가치를 갖추려면 어떤 마음, 자세를 갖춰야 하나? 떠나면 어떤 꿈을 그려야 하나? 등등을 고민했다.
Q : 재개발 예정, 혹은 확정? 동네 이름 앞에 ‘재개발’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민감해지는 게 현실이다. 마을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모임을 계속 진행한 지 지난 시간 동안, 혹시 시시비비는 없었는가? 마을 주민들의 참여만 있었는가?
A : 확정된 곳의 사람들의 쾌적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지만, 살아가는 동안만이라도 쾌적함을 누리고 싶다는 것. 이 프로그램 이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다.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에 위안 받는다. 재개발이 다가 아니라는 것. 또 근처 아파트 주민도 참여 하는데, 이걸 서로 융합해서 함께 고민 하는 장이 됐으면 싶어서. 거주지 분류가 아닌 함께 사는 지역으로 보면 좋겠다. 어느 동네에서는 반발도 있었다고 들었다. 사람에 중심을 둔다.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공동 목적,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 주민 서금복씨와 김정애씨의 산수리 이야기>
15년 동안 산수동 주민으로서 살아온 서금복 참가자는 마을의 변화 과정을 몸소 지켜보았다. 푸른길도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주민으로서 마을 관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연세든 분들도 신기해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발전하는 것, 특히 연세 든 분들이 많이 사는 데 이런 분들의 변화가 반갑다. 김정애 참가자는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를 보고 오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문구에 끌려서 오게 됐는지 물어보니, 새로운 걸 찾는 와중에 좋아하는 꽃으로 한다 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으로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소감을 물으니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조용하고 살기 좋고 공기 좋고 교통도 좋은 산수동 자랑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선아 주강사는 원예를 전공하였고 도시 농업과 마스터 가드너, 압화 등등 여러 가지 관련 강사 일을 3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보통 원예 수업을 하게 되면 꽃다발. 수경 재배. 간단한 소품 위주로 수업을 하는데 여기서는 직접 마을 가꾸기와 공간커뮤니케이션을 겸해서 진행하는 까닭에 요즘 각광받고 있는 도시농업의 한 분야 같다고 한다. 상품 개발과 판매까지 기획하는 그런 부분이 다르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발표와 전시까지 연계해서 본인들이 행복해 하고 직접 창작하니 이런 게 다 어울려져서 예술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보람을 내비쳤다.
익숙한 풍경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니, 거기에 바라보는 이의 시선 속에 깊이와 의미를 담아내면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나고 그것은 꿈이 된다.
그 꿈은 아마도 <함께 만들어가는 삶>일 것이다. 지역공동체는 마을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마을들이 늘어날수록 대한민국의 전국구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격차의 수치는 지역경제권, 지가, 매매가 등등의 물질 수치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인식의 변화, 사람의 변화. 그 시작을 지금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