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놀이터와 함께 하는 우리동네 엄마들의 행복찾기
-엄마 꽃이 되다. 엄마 함께 걷다-
7기 통신원 전경화
작년에 이어 올해 버전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지난겨울, 결과발표회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놀라움과 반가움. 미술을 배우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자신의 오감은 물론 육감도 쏟아 붓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말이다. 격한 터치, 강렬한 색채가 아니어도 그 잔잔함 속에서도 무언가 느껴지는 기억들, 엄마들의 기억들과 세월이 버무려져 너무 절여지지 않게, 그렇다고 몸 사리며 싱거워지지도 않게 "아주 간이 잘 베인" 그런 아삭함 속에서 느껴지는 맛. 친정 엄마의 손맛이 담긴 생김치, 그 맛은 친정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의 손맛이 전수해준 맛. 그렇게 엄마 속에는 많은 엄마들이 함께 존재한다. 마치 모계사회의 족보처럼 대를 이어가는 우리 엄마들과 그 딸의 이야기. 엄마가 되지 못한 딸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함께 하는 시간. |
마음놀이터가 운영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엄마 함께 걷다."라는 문장이다. 그것은 엄마들의 꽃이 된다, 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모색할 거리가 주어졌다는 의지의 문장이다. 작년에 이어 월요일은 작년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건 비슷하다. 내 안의 다른 사람들,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거친다. 미술과 무용을 통해 추상적, 구체적,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전시회를 통해 함께 나눈다. 이 두 가지 장르를 통해, 나를 탐색하고 내 주변의 인연들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공동체를 함께 살아온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항상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김옥진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꽃의 상징은 무엇인지. 중년 여성의 자신감이다. 아이들, 부모님 보필하느라 손이 많이 가는 힘든 시기. 같은 연령대의 엄마들이 공감대를 갖고 모여 서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치유하는 시간. 이것이 첫 번째 [엄마 꽃이 되다]이다. 월요일 프로그램에는 인연을 통해 소개 받고 알게 된 새로운 엄마들로 이뤄졌다.
김옥진 강사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도 사람을 위한 것이란 생각에 올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작년의 꽃이 된 엄마들에게 주변 인연을 소개해달라고 한다. 이는 서로 이미 신뢰하고 왔기 때문에, 수업 초반에 서로 소통하기 위해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걸 단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인터뷰 할 때, 어떻게 프로그램을 알고 오게 됐냐는 질문에 모든 분들이 소개로 오셨다. 성당 언니, 동네 언니, 친구 등등 다양했다. 엄마들은 그 동안 살아온 삶이 풍성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그림으로 춤으로 풀어내는 것이 다양하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몸짓에서 자기만의, 엄마들의 몸짓을 통해 행복을 찾는다. 일방적인 수다가 아니라, 이 수업을 통해 자기 생각과 상황을 다른 매체를 통해 표현할 줄 알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을 꼬리를 물게 된다. 오늘의 프로그램도 신희홍 강사의 진행으로 춤으로 함께 말하고 이야기하였다. 오늘은 취재를 떠나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앞서 김옥진 강사의 경험처럼 참가하면서 느껴지는 느낌이 남다르게 와 닿았다. 상대방의 몸을 등뒤로 느끼며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 우리는 잘 몰라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인연이 되어 손을 잡아요~하는 움직이던 그 순간.
미술 시간에는 인연으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실을 끊고 싶은 길이만큼 끊어 그것 또한 캠퍼스 위에 활용해서 표현하라고 하였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물감을 덧칠하고 섞다보니, 그 찰나의 순간 집중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느낌이구나. 그림을 배우지 않아도, 그저 표현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엄마들의 그림에서 내가 느낀 그 아우라와 친정 엄마의 소금에 딱 맞게 절인 배추의 아삭한 맛을 느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엄마들의 집중하고 골몰하는 모습, 그 모습에서 자꾸만 겹쳐지는 엄마와 그 엄마와 그 엄마의.... 그 엄마의 딸과 그 딸의 딸과 딸이.... 이렇게 모녀들의 이야기, 엄마라는 타이틀을, 엄마가 되지 못한 딸에게 다 늙어서도 엄마의 노릇을 해주는 엄마들, 그저 딸과 엄마 두 관계가 큰 이유다.
두 번째 [엄마 함께 걷다]는 화요일에 진행된다. 작년에 함께 했던 엄마들이 참여한다. 일종의 품앗이 문화센터이다. 자신들이 직접 기획을 하고 나눈다. 남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을 찾고 그걸 나누면서 마을 행사를 만들고 오픈 수업도 한다. 함께 사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방법 찾는 시간이라고 한다. 다른 마을 구경도 가면서 탐색도 하고 책을 나누기도 한다. 마을 관련 이야기 사례를 함께 찾고, 음식으로 수업도 한다. 김옥진 강사는 수놓기는 생애 처음 해보았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고 한다. 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의 나이에 하게 되니 다르게 와 닿는 걸 느꼈다고 한다. 자신처럼 엄마들도 생소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것들을 통해 의외의 재미와 만족감을 찾아가는 걸 바라보는 게, 그렇게 엄마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가장 보람된다고 한다. 이처럼 자체 기획으로 진행되는 화요일의 모임은 참여자로 움직인다는 건, 엄마들에게 뭔가 "동기부여와 소속감"을 주게 만든다. 그렇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역과 공동체를 위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소소하게 마을마다 이뤄진다면, 굉장히 좋을 듯싶다. 물론 **맘까페라는 식으로 온라인상 지역 모임들은 이뤄져 있다. 그 안에서 공동구매도, 벼룩장터나 기타 실거래, 혹은 사랑방처럼 기능을 한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진정한 연대나 공동체 의식은 어렵다는 점이다. 기억나는 한 카페는 있다. 모 브랜드 지역 카페였다, 집값 상승을 위해 미관이나 근처 들어서는 건물에 촉각을 세우며 그 안에서 자기들만의 왕국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임대 아파트가 옆에 있어 집값이 떨어진다, 울타리 설치 강화 회의 등등 재미없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우리에게 진정한 연대는 어떤 의미일까?
김옥진 강사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였다. 수놓는 데 빠져 엄마가 요새 잔소리를 안 한다고 자제분이 전한 이야기. 여가라고는 딱히 뭐랄 것도 없고, TV 리모콘을 쥐고 뒤치락거리며 보거나 책을 좀 읽다 자는 게 일인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달라진다는 것.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아본다는 것.
이러한 과정을 혼자가 아닌 함께 찾고 모색하는 과정이 아마도 진정한 연대가 아닐까 싶다. 시작을 거창하게 가는 게 아니다. 우리 지역은요, 우리 마을은요, 잘 살기 위해서는요~~~~정중한 물음들은 이권에 따라 격하게, 살벌해지게 변해버리는 게 지역이기주의, 님비현상(NIMBY : Not IN My Backyard의 약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험, 혐오 시설 등이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지역공동체나 마을에서 뭔가의 모임이나 조직, 사랑방을 만들 때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적 측면에서의 접근과 함께 한 진행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사람에 대한 것,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비상식을 깨고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동참할 수 있다, 그것도 기꺼이!
그렇기에 마음놀이터의 2016년 버전업으로 더해진 문장 "엄마 함께 걷다"에 대해 앞으로의 시간들을 상상할 거리들이 많아진다.
에필로그
어머님, 어떤 꽃이 되고 싶어요?
국선숙 엄마는 복숭아꽃이 되고 싶대요. 나이드니 분홍빛이 너무 이쁘다고. 좋아한대요.
김현진 엄마는 수국이래요. 작은꽃들이 모여 덩어리 되는 게 너무 예쁘대요.
농옥이 엄마는 별로 꽃을 안 좋아했대요.
그래도 어딜 가나 볼 수 있고 가까운데 찾을 수 있는 장미꽃이 되고 싶대요.
어떤 엄마는 아직은 꽃봉오리일수도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 가면 활짝 핀 자신의 꽃을 찾을 수 있어요. 사람도 하나의 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