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흘리는 아름다운 땀방울
학교문화예술교육 무용분야(손희수 예술강사)
7기 통신원 박고운
반가운 봄비소식에 신록의 싱그러움이 손에 닿을 듯한 5월의 어느 날, 문산중학교 1학년 1반 친구들의 무용 수업을 엿보기로 했다. 일단 수업이 이루어지는 ‘무용실’을 찾아가야 했다. 한 남학생에게 장소를 물어보니, 자기가 직접 알려주겠다며 길을 따라나선다. 귀중한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한사코 말려보아도, 끝까지 동행해주는 학생이 너무나 고마웠다. 첫인상 덕분일까, 이번 무용 수업 역시 바라보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유쾌한 수업이었다. |
수업 종이 치기 전, 학생들은 재잘재잘.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대며 수다 삼매경이다. 꽃분홍 예쁜 발레리나 스커트를 두르신 손희수 강사께서 들어오시고, 학생들의 수다는 멈췄다. 일단 수업의 시작은 스트레칭이었다. 다들 간격에 맞춰 앉아서, 딱딱하게 굳은 근육을 ‘아~‘ 소리와 함께 풀기 시작했다. 사실 남자 학생들이 무용 수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었는데 웬걸 다양한 발레 동작에 집중하며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앙바, 앙오‘ 등의 발레 동작 이름도 따라 외치며 스트레칭에 열중이었다. 손희수 강사께선 거의 앉아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스트레칭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 스스로도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고, 허리와 다리를 곧게 펴는 것을 연습하면 평소에도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무용시간인데, 어쩌다 한번 빠지기라도 하면 다음시간에 아이들이 와서 스트레칭 못해서 온몸이 쑤시다며 너스레를 떤단다.
그 다음, 이번 시간 수업목표 설명이 이어졌다. 몬테고베 동작을 바탕으로 조별로 소품을 사용해 춤을 추는 창작 수업이었다. 몬테고베는 라인댄스의 기본동작중 하나로 외국 민속무용을 좀 더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수업에 접목해보셨다고 한다. 라인댄스란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으로, 특별한 파트너 없이 앞줄과 옆줄의 라인을 맞추어 추는 ‘선무‘라고 할 수 있다. 동작이 쉽고 따라 하기 쉬워 학생들도 좋아한다고. 오늘 수업 이전에는 무용의 기본스텝인 기본 걷기, 투스텝, 스키핑, 갤러핑 스텝을 다 같이 해보았단다. 그 다음 무대 공간 활용법을 알아보는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다함께 움직이다가 갑자기 정지한 뒤,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보는 것이다. 무용 수업은 보통 한국무용, 외국 민속무용, 창작, 감상 분야로 나누어지는데 오늘은 16박 사이에 들어갈 춤을 직접 만드는 창작수업이다. 좀 더 구체적인 학습활동을 위해 강사께서는 조별 미션을 주셨다. 아이들은 무용 작품을 만들 때 각 조별로 □, △, ○, \ 모양의 대형이 들어가게 짜야한다. 이윽고 조별로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동작, 저런 동작 함께 맞춰보며 진지하게 협의하는 모둠도 있고,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모둠도 있었다. 잘 안 되는 모둠에는 강사께서 팁을 주시며 함께 만들어보도록 격려하셨다.
문산중 체육교과 담당이신 박연경 선생님도 참여하셔서 모둠에서 창작을 할 때 지도해주셨다. 이렇게 예술강사와 학교 선생님과의 협력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박연경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을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소장하신다며 뿌듯해하셨다. 또한 무용분야의 예술수업에 매우 만족하신다며, 학교 예술강사 사업에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무용 한 분야를 몇 년동안 쭉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예술 향유의 경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더불어 자유학기제를 실시할 때 손희수 강사를 한 번 더 섭외하였다며 무용 수업이 진로교육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셨다. 손희수 강사 역시 학교 선생님을 칭찬하기 바쁘셨다. 예로, 수업 때 쓰는 카세트 소리가 작다고 하니 박연경 선생님께서 큰 앰프를 바로 구해주셨다며 웃어 보이셨다. 학교선생님과 예술강사와의 소통, 서로에 대한 믿음은 분명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 정도 조별로 연습이 마무리되자, 강사님께서는 다양한 소품을 꺼내기 시작하셨다. 아이들은 재빨리 달려 나가 소품을 골랐다. 카우보이 모자, 스커트, 조끼, 색색의 천, 선글라스 등 화려한 모양의 소품이 나오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아이들은 서로 모자를 씌워주며 어울리는 것을 골라주거나, 소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협의하였다. 남자아이들은 일부러 발레리나 치마를 골라서 입고선 장난을 치는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소품 덕에 신이 난 아이들은 동작을 더 크게 연습하고,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활기찬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하나, 둘, 셋, 넷 박자를 큰 소리로 세가며 연습에 몰두했고,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작품을 완성하였다.
뒤이어 조별 발표시간이 되었다. 중앙의 사각형 선을 기준으로 무대가 꾸며졌다. 강사께서는 무용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무대를 진지하게 감상할 것을 강조하셨다. 또한 무대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 또한 관람객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작품이 기대되었다. 첫 번째 발표 모둠의 미션은 ‘○’모양이었다. 처음 시작은 작은 동그라미로 아이들이 뭉쳐있더니, 음악과 함께 큰 원을 만들었다. 그런 뒤, 몬테고베 동작을 활용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발표 모둠의 미션은 ‘△‘ 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꼭짓점 댄스 대형으로 아이들이 서서 춤을 추었다. 삼각형 모양의 중앙인 꼭짓점 학생에게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세 번째 모둠은 ’□’ 인데, 대형을 바꿔가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모둠 중에 끼가 넘치는 남학생 한 명이 재미있게 춤을 추어 더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마지막으로 ‘\’ 대형을 만들었던 모둠의 발표가 이어졌고, 박수로 발표는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작품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함께 작품을 만들 때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대화’ 와 서로 몸을 부대끼며 높아지는 ‘친밀감’, 또 내가 움직일 때 혹은 친구가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보고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바랄뿐이다. 결코 국어, 수학을 혼자 공부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네 모둠의 발표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이번 수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소품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소품에 대한 소감이 많아 나왔다. “의상을 안 입었을 때보다 의상을 입고 나니 더 새롭고 재미있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소품을 접해보니 신기했다.” “ 남자가 치마를 입으면 웃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멋있어 보였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니, 그냥 까불고 생각 없이 춤을 추는 것 같았던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창의력의 씨앗이 움트고 있진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수업 종이 치고, 아이들이 빠져나간 체육관에서 손희수 강사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오늘 수업의 의도가 궁금했다. 원래는 외국민속무용을 배워야 하는 시간인데 그냥 추자고 하면 재미없다고 느낀단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활용했다. 또한 어려운 동작보다는 함께 줄을 맞춰 출 수 있는 라인댄스의 쉬운 동작부터 가르쳐주어 아이들이 춤을 추고 싶게 만들고자 노력하셨다.
손희수 강사는 평소에도 단순한 동작만 가르치는 무용수업보다는 풍선이나 공깃돌 등의 소품을 활용한 수업을 즐겨하신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움직이는 것이나 무용을 창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고. 예를 들어 풍선을 활용한 수업에서는 먼저 풍선을 혼자 또는 둘이서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형성할 수 있다. 나중에는 풍선에 자신의 꿈이나 바라는 것을 투영하여 춤으로 표현해보는 수업을 하면 아이들에게 진로교육까지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공깃돌을 활용한 수업은 공깃돌로 숫자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하면서 움직이는 활동에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손희수 강사가 지향하는 무용교육은 배려심과 자신감, 꿈을 키우는 수업이다. 요즘 아이들이 혼자 노는 경우가 많으니 무용 수업을 통해서라도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배려심을 기르고, 다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협동심을 키우며 더 나아가서는 표현력과 자신감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으시단다. 덧붙여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서 안타까운데, 무용 수업에서 무대연출에 대해서 좀 더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 음향, 소품, 기획 등 꿈을 발견하고 찾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싶다고 하셨다.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무용시간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닐까? 그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무용 수업을 위해 애쓰시는 손희수 강사님과 아이들의 땀방울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