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춤으로 소통하다
태이 움직임 연구소와 함께하는 소촌 춤 공장으로의 초대!
7기 통신원 김다령
태양 빛이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하는 5월 중순 어느 날, 소촌동의 공단 안에서 때 아닌 춤바람이 났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소촌 춤 공장으로의 초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댄스 활동으로, 가족끼리 미술품을 만들고, 무용을 배우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촌산업단지 문화재생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1기부터 3기까지 모집하여 진행하고 있다. 삭막한 건물이 늘어선 공단 사이, 하얗게 빛나는 ‘소촌 아트 팩토리 벙커극장’에서 이번 ‘소촌 춤 공장’의 담당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의 주인공,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수줍게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
내 몸을 닮은 인형 만들기!
오늘의 첫 번째 수업은 ‘움직이는 신체 조각상’을 만드는 활동이다. 종이와 가위, 매직을 이용하여 마음껏 조각상을 만들고 꾸민 후, 핀셋을 조각상의 관절 부분에 꽂는다. 그러면 조각상의 목과 팔 다리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색의 종이를 고른 후 자신의 몸에 맞게 가위로 오리기 시작했다. 모양과 표정도 제각각이었지만 집중해서 조각상을 만드는 가족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진지했다. 그래서 나도 호기심에 만들어 보았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도 학교, 학원을 오가며 바쁘게 보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나 외동이 많은 요즘, 아이들이 가족끼리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가족과 같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순히 휴식과 여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생활도 하나의 교육으로 자리매김하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배우고 얻어가길 바라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촌 춤 공장’의 강사님들은 이러한 생각을 깨고, 바쁜 일상 속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진정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한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조각상이 모두 완성되었다. 고사리같은 아이들의 손과, 엄마들이 함께 만든 조각상은 하나같이 모두 웃는 얼굴이다. 이제는 접착제를 이용하여 벽에 붙이는 일만 남았다. 관절이 움직이는 조각상인 만큼 포즈도 가지각색이다. 벽에 일자로 나열된 조각상들은 서로 다른 모양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몸이 열리면 마음도 열린다.
잠깐의 간식타임을 가진 후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시간이 미술활동이었다면, 이번에는 무용시간이다! 신희흥 강사님의 지도 아래 엄마와 아이들, 강사님들이 원을 만들어 둥그렇게 모였다. 강사님은 이어서 ‘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몸을 이용해 원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손가락, 발꿈치, 발 등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서 원을 만들어 볼거예요~
원은 다양한 크기로 같은 몸과 다른 몸이 만나서 만들 수 있어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사님은 한 가운데로 나오셔서 마치 발레를 하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앉아서 몸을 웅크려 원을 만들고, 팔을 둥글게 모아서 원을 만들기도 했다. 또 스트레칭을 하듯 발을 움직여 원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강사님의 몸짓을 신기하게 보고 있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주인공이 됐다. 강사님이 초대하는 주인공이 앞으로 나와 몸으로 원을 표현해야 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따라하자 활짝 웃으며 몸을 움직여 본다. 빙글빙글 돌기면서 만들고, 폴짝폴짝 뛰면서 만드는 몸짓이 마치 춤추는 미술관에 온 듯하다. 다 같이 움직이며 서로 만들어내는 춤은 서로 간에 친밀함과 협력을 이끌어낸다. 엄마와 함께 춤을 추는 아이들의 표정은 매우 밝고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엄마들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춤에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으로 수업에 임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아이들이 모두 밝게 참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간식시간에 어머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번 1기 수업에 7번째 참여중이라는 8살 수빈이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빈이는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조금 서투른 면이 있었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과 놀 때도 말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 소통하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부드럽게 다른 친구와 소통할 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밝아졌다고 한다. 수빈이와 동갑인 윤도의 어머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데에 어색함을 많이 느끼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지만 오늘 처음 본 윤도의 모습은, 어머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으면 몰랐을 정도로 굉장히 웃음도 많고 밝아보였다. 1기 수업을 하면서 강사님, 친구들과 많은 교감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머님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참여하길 참 잘했다’라는 것이었다. 어떤 강제나 강요없이 있는 그대로 몸으로 놀고, 그 놀이가 춤이되어 가족간의 소통의 도구가 되어주어 편하게 아이들과 토요일 오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 ‘교육’이 아닌 ‘교감’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강사님들의 노력이 있기에 이루어낸 성과가 아닐까 싶다.
첫 시간에 만들었던 조각상의 포즈를 그대로 따라하여 춤으로 표현해내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친구들이 만든 조각상의 포즈를 따라해 보기도 하고, 그 포즈를 맞춰보기도 한다. 춤과 융합하여 서로 소통하는 일은 쉬워 보이면서도 참 어렵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온갖 포즈를 따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러한 마음의 벽이 스르르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틀려도 괜찮다. 정답은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즐기기만 하면 이 춤 공장에 온 누구나 다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강사님 인터뷰 (신희흥, 김옥진, 이반야, 윤세나 강사님)
Q. 이 수업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시나요?
A.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취지는 가볍게, 토요일에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즐겁게, 재밌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사실 요즘 부모님들은 여가생활 속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그런 것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가족들이 즐겁게 놀았으면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저희는 '몸으로', '춤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놀았으면 하는게 목적이에요. 아이들의 각자 가지고 있는 성격, 특징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가져가는 것은 다 달라요. 대인관계가 부족한 친구는 이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배워가는 거고, 폭력성이 강했던 친구는 그 행동을 제재시키기 보다는 자기표현의 방법과 내적인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춤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이들의 문제점이나 부모님들의 걱정이 조금씩 완화되어 가는 것을 느껴요. 그런 것에 저희는 만족을 느낍니다.
Q.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중 부모님과 떨어져서 활동하는 경우,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소촌 춤 공장’은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저희는 강제로 떨어뜨리려고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저희 목표이기도 해요. 그런데 3,4차시 때 우연찮게 부모님과 아이들이 떨어져서 다른 모둠이 되어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수업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아마 아이들과 저희들이 충분히 교감하고 순차적인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순차적인 과정을 밟으면 아이들이 부모님과 떨어져도 괜찮고, 오히려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1기 활동을 통해 남은 2,3기 활동에서 보완하고 싶으신 점이 있나요?
A. 소촌아트팩토리의 공간은 춤을 전시하고, 감상하고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에요. 1기의 경우 춤공장의 공간적인 특징을 살려서 프로그램을 조금 수정하였는데 더 재미있는 거 같아요. 아쉬운 점은 가족프로그램인데 엄마와 아이들만 대부분 참석하게 되는데, 아빠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2, 3기에는 고민해봐야 될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강사님들의 남은 활동에 대한 다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춤의 도구인 몸은 자기 자신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 생각해요. 어렸을때부터 자기 몸에 대한 존중감이 없으면 어른이 되어서는 더 없을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소촌 춤공장에서는 춤을 춘다! 라는 인식보다는 춤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을 몸으로, 춤으로 함께한다라고 생각하면 좋을거 같아요. 이러한 과정이 가족들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들의 삶에 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선물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춤공장 이야기를 청소년미디어작업장 찰나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주고 계시는데, 가족들과 함께했던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여 가족 행복꽃이 활짝피는 가족을 위한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하고 싶어요. 그리고 소촌아트팩토리에서는 춤공장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십니다. 늘 감사한 마음 가득하고요. 소촌아트팩토리가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의 공간이 될 수 있게 춤공장에서 많은 가족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강사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강사님들의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뿌듯함과 기쁨을 느낀다는 강사님들의 표정에서는 진심으로 행복함이 느껴졌다. 춤을 잘 추고, 못 추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통하려는 서로의 모습이다. 주말 아침, 졸음을 깨고 아이들, 혹은 엄마의 손을 맞잡고 아트 팩토리로 향하는 모습, 그 속에서 진정한 문화예술의 싹이 틔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