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전래놀이! 와글와글 놀이터'>_박영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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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6-05 조회수 1,706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전래놀이! 와글와글 놀이터’

7기 통신원 박영수

 비록 크리스마스 때 아빠가 산타클로스라는 사실을 알고 나의 동심이 무너졌지만, 이번시간을 통해 어렸을 적 동심을 지켜주려던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사랑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기는 각화동에 위치한 각화문화의집. ‘전래놀이! 와글와글 놀이터’라는 플랜카드의 위상에 걸맞게 시작도 전에 와글와글 시끌시끌, 분위기 한번 신명난다. 여덟 분의 엄마와 함께 온 어린이 친구들, 아 저기 아랫배에 풍부한 인덕을 지니고 계신 아빠도 한 분 보인다. 벌써부터 들떠있는 이 여덟 식구들과 오늘 무엇을 할까, 앞쪽을 슥 둘러보니 책상다리만치 길다란 대나무통이 네 개씩 두쌍이, 양쪽에 끈이 달린 작은 원통 대나무가 여러 개 놓여있다. 코난에 빙의해 온갖 추리를 해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윽고 멋진 무선마이크를 장착하신 오늘의 놀이강사가 납시었다. 전통놀이다문화교육연구소, 신바람광주놀자학교, 놀자학교협동조합 등으로 활동 중이신 전영숙 대표님은 전국 각지에서 놀이강사를 양성하고 계신, 그야말로 놀이강사계의 1인자시다. 과연 소문에 걸맞게 시작 인사부터 툭툭 던지는 장난스런 멘트 하나하나까지 아이들 반응이 장난 아니다. 기대하시라, 이제부터 소개하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놀이들을 읽어 내려간다면, 나도 모르게 추억으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테니.    
 


머리 좀 쓴다는 친구들이 하는 놀이, ‘이색 묵찌빠’

빠찌 짝짝!” - “찌묵 짝짝!”
“찌 짝 묵 짝!” - “묵 짝 빠 짝!” 

  평범한 묵찌빠 놀이에서 “짝짝” 소리가 난다. 별안간 무슨 소리인가? 알고보았더니, 박수를 치며 놀이하는 색다른 묵찌빠놀이였다. 박수와 함께하는 이색 묵찌빠는 단순한 순서 정하기에서 기억하기 놀이로 진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게임이다. 한 아이가 앞에 나와 묵찌빠 중 원하는 것들을 외치고 그 사이사이 아무 곳에나 “짝”하고 박수를 친다. 그러면 관중들은 선창했던 묵찌빠를 이길 수 있는 묵찌빠를 순서대로 말하고, 박수 쳤던 곳에서 똑같이 박수를 쳐야한다. 잘하면 선물로 주는 실뜨기용 실뭉치는 덤! 와, 이거 따라 해봤는데 생각보다 무지 어렵다. 박자가 빨라져도 술술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요즘 아이들이 내가 어렸을 때보다 똑똑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문제가 있는 건지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묵찌빠찌묵빠찌짜무찌.,.ㅃ.,,헿,,.히히”

  한 친구는 심술궂게 끝도 없이 라임을 늘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혀가 엉켰다. 그 모습이 웃겨 장내에 웃음바다가 일었다. 민망한 건 아는지 자기도 베시시 웃는다.

추억의 노래들 소환! ‘문지기 놀이’와 ‘둥글게 둥글게’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 없어 못 열겠네~”

  우리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자주 하던 노래이다. 이 추억의 노래를 기어코 선생님들은 소환하셨다. 엄마아빠들도 옛날의 노래에 흥얼거리신다. 이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건 시간문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서로 손을 잡고 둥그렇게 원을 만든다. 문으로 지정된 특정 두 명이 마주잡은 팔을 올리면, 문지기 송을 부르며 반대편에서부터 그 문을 통과해 지나가는데, 이 때 손을 놓치면 탈락이다. 그렇게 모두 빠져나와 원을 만들면 성공! 관건은 문으로 지정된 두 사람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턴을 하느냐이다. 유일한 청일점 아빠는 턴을 하는지 발레를 하는지, 문이 되자마자 큰 웃음을 몸소 선보였다. 

 

  둥글게 둥글게는 더 간단하다. 원을 만들고 둥글게 송을 부르며 돌다가, 선생님이 “몇 명!”이라고 외치면 그 수에 맞춰 무리를 지으면 된다. 수를 맞추지 못하면 자동 탈락! 아이들은 탈락을 해도 놀이하는 게 즐거운지 그저 신나게 웃기만 한다.

흉내만 잘 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소외양간 게임

“음머~ 음머~”

  일단 술래가 되면, 아이들은 약 7년에서 10년 남짓 되는 인생의 기억을 총동원해 온 몸으로 소를 표현해야 한다. 아이들의 서툴고 익살스러운 모습에 절로 여기저기 폭소가 나온다. 일단 두 명이 손을 마주잡고 외양간을 만들어 소가 들어갈 수 있는 채비를 한다. 소 울음소리 흉내를 합격한 술래는 “소”, “외양간”, “폭탄”을 외칠 수 있는데, 소를 외치면 소가 다른 외양간으로, 외양간을 외치면 외양간이 다른 소에게로, 폭탄은 전원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번 게임에서 선생님이 마음을 독하게 잡수셨는지, 코끼리 코, 노래 등 가벼운 벌칙에서 엉덩이로 이름쓰기, 섹시댄스 등으로 벌칙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들께서 잠재된 운동신경을 한껏 끌어올려 최선을 다하는 장관이 연출되곤 했다.



대나무 통의 정체가 드러나다! 대나무 통 말놀이와 대나무 고무줄놀이

 

  언제쯤에나 등장하려나, 내내 기다렸던 대나무 통 게임이 드디어 당당한 풍채를 드러냈다. 첫 번째 게임은 대나무 통 말놀이로, 작은 원통 대나무 두 개를 각각 발로 딛고 올라서서, 대나무 통 양쪽을 길게 연결한 줄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원래는 줄 없이 대나무 통만 딛고 이동하는 게임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운동량이 적어서 운동신경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해 줄을 매달았다고 한다. 


  이윽고 어느 정도 대나무 통 위의 발걸음이 익숙해지자, 아이들 대 엄마들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어떻게든 이기려고 급하게 가는 바람에 대나무 통에서 자꾸 떨어지는 발이 야속한 아이들, 그에 반해 어떻게든 아이들과 페이스를 맞추려 눈치 보면서 엉금엉금 이동하는 엄마들. 벌칙을 없앤 강사님의 판단은 신의 한 수로 추정된다. 벌칙이 섹시댄스였다면 어머니들은 우사인 볼트를 이길 기세로 뛰어가셨을 듯하다.


  마지막 놀이는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추억의 고무줄놀이이다. 왕년에 고무줄놀이 좀 해본 엄마들인지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적인 고무줄놀이가 아니다. 고무줄 대신 기다란 대나무 통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엄마들이 대나무를 왼쪽, 오른쪽으로 차례에 맞춰 이리저리 옮기면 아이들은 그 위를 폴짝폴짝 뛴다. 초등학교 시절, 놀이터에서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 할 때 줄 끊고 도망가다 얻어맞으면 뭐가 그리 좋다고 실실댔는지, 추억 아닌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일었다.

  옛날에 했던 놀이들에 대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또 설명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은 이런가 보다. 소통이 힘들다는 요즘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며 함께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또한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놀면서 건강한 정신으로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과 예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만나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보는 내내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아무런 통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궁금한 마음에 직접 물어보았다.

Q. 스마트폰 게임하고 오늘 놀이수업 중에 뭐가 더 재밌는 것 같아? 삼촌한테만 솔직하게 얘기해봐~
A. 오늘 한 거는 친구들하고 같이 할 수 있잖아요. 재미도 있고 뭔가 보람도 있어서 좋았어요.
Q. 어떤 게임이 제일 재밌었어?
A. 음... 묵찌빠? (Q. 묵찌빠가 왜?) 그냥, 앞에 나와서 하는데 다 따라 해주니까 좋았어요! 

  그래, 이 친구들 말이 정답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함께’ 보다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더 익숙하겠지. 자발적으로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더더욱 어색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함께’의 즐거움으로 다가와, 놀고 대화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람 있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으리라.   

  오늘 놀이수업을 멋지게 지도해주신 전영숙 대표님 말에 따르면, 어렸을 때 놀지 못한 아이들은 학습결핍, 주의집중력 저하, 크고 작은 정신적 질환 등의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면 놀이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민첩성, 순발력, 배려심, 협동심, 경청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최근 광주시에서도 학교에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놀이현장교육 비중을 높이고 있단다. 실로 바람직한 교육 방향 개선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문화예술교육은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닌, 함께 어울려 노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스가 낳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십대의 나이에 걸맞은 역할이 놀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부모님과 학교들만이 아이러니하게도 놀이가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양 취급하고 있다. 전영숙 대표님과 같이 놀이강사 양성에 힘쓰는 분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 그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고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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