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냄새와 함께 깊어가는 가족의 달콤한 사랑>_이옥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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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6-05 조회수 1,583

 

고소한 쿠키냄새와 깊어가는 가족의 달콤한 사랑

맛있는 명화, 즐거운 아트 앤 쿡-가족 얼굴 쿠키

 

7기 통신원 이옥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 문화 센터의 요리 앤 쿡은 매주 토요일 11시 4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된다. 5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의 이미지를 요리에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조소를 전공한 윤채현 강사가 진행하는 맛있는 명화, 즐거운 요리 앤 쿡이다.

   오늘의 주제는 가족 얼굴 쿠키 만들기이다. 한참 수업 준비 중인 교실에는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눈에 띤다. 사실 명화와 요리를 접목시키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2016년 이번 봄 학기 프로그램의 제목을 살펴보자. 장욱진의 “슝슝 자동차 바게트”, 빈센트 반 고흐의 “봄봄봄 만두꽃 피자” 김홍도의 “귀한 맛 궁중 떡볶이” 샤갈 “나의 마을~ 식빵 케이크” 리히텐슈타인의 “나만의 캐릭터 유부초밥” 등이다. 다소 생소한 주제를 어떻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것을 요리에 접목시킬까? 궁금해졌다.


 

  5월이지만 한낮은 벌써 여름이다. 도심의 힐링 공간인 시립미술관은 미세먼지로 답답해진 일상에 환기가 필요 할 때면 찾아 가는 곳이다. 넉넉하고 스토리가 있는 그곳은 나의 단골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다. 전시장 입구부터 울긋불긋한 매화 그림에서는 매향이 날 것만 같았다. 지난봄은 아쉽기만 하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이미 아열대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매화 벚꽃, 배꽃, 철쭉 등의 봄꽃을 동시에 피워냈다. 꽃들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벌써 여름의 문턱에 와있다. 탁 트인 넓은 야외 공연장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Art Picnic>이 펼쳐지고 있었다.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 속의 아트 피크닉의 현수막아래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늘 막을 치고 누워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엄마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확실히 5월은 계절의 여왕이 맞고 가정의 달이 맞다. 한 낮의 더위쯤은 아랑곳 하지 않는 아이들과 화려한 관악기를 연주하시는 어르신들의 공연이 묘하게 어울리는 토요일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5월은 행사도 많다. 그리고 5월은 소풍가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면 온 집안이 다 들썩인다. 새벽부터 김밥 준비에 정신 줄을 놓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하루 종일 김밥을 먹었던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밥에 참기름을 두르고 각종 야채와 햄, 계란으로 만든 김밥은 엄마가 만들어주신 것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요새는 김밥 집에서 간단하게 사먹지만 20년 전 소풍날에는 김밥만큼은 직접 어머니가 집에 준비하는 것이 관례였다. 소풍날은 어른도 아이처럼 설레던 하루였다.


강사인터뷰 : 윤채현 강사

Q: 사실 명화와 요리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요?
A;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 맞춰 명화속의 이미지나 컬러를 포인트로 주제를 잡아요, 예를 들면 고흐의 해바라기는 노란색을 이용하여 노란 파프리카나 카레와 같은 재료를 정하고 피자나 만두 등의 요리를 생각하지요. 사실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아요.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 있어요.

Q; 아이들이 요리를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나요?
A; 요사이 아이들의 장례 희망을 연예인 다음으로 쉐프를 꼽아요. 그만큼 쉐프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그리고 요리는 오감을 만족시켜 줍니다. 진흙이 대신 요리 재료를 이용하여 보고 만들고 먹어보는 행동이 뇌를 자극시켜 창의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요. 엄마 아빠가 만들어 주던 요리를 반대로 아이가 직접 만들어 엄마에게 선물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Q: 재료 준비도 번거롭고 불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주의를 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A; 요리 재료부터 오븐까지 일일이 준비해야하므로 사실 힘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도와주는 선생님도 계시고 생각보다 아이들도 요리를 좋아해요. 그러나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어요. 주변에 화기가 있기 때문에 안전 교육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시간이 되자 하나 둘씩 아이들이 등장한다. 먼저 손 씻기를 먼저 시키는 선생님! 요리의 첫 걸음은 청결이다. 그동안 엄마는 밖에서 여유를 즐기고 7-8명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윤채현 강사가 화가 박수근과 이중섭의 가족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생각할 수도 없는 지독하게 가난하던 시절! 아빠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배 은박지에 그려 넣는다. 별과 달과 그 속에서 벌거벗은 아이들과 맛있는 과일이 넘치는 곳! 그곳이 바로 지상의 낙원이다. 회백색의 흙을 바르고 그 위에 기다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이야기이다. 반죽으로 엄마 아빠와 가족들의 얼굴들을 만들어 보세요! 엄마 머리색은 무엇입니까? 갈색이요. 아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우리 아빠는 녹색 안경을 쓰셨어요. 누나 얼굴에는 주근깨가 많아요. 노란 바탕의 기름 종이위에 반죽을 가지고 가족들의 얼굴을 만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주저함이 없다. 능숙한 쉐프처럼! 매일 보는 가족의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보는 가족의 모습은 무엇일까? 단순하지만 따뜻하다. 그 사이에 보조강사와 윤채현 강사는 쉴 틈이 없이 교실을 누빈다. 여기저기 질문 공세에 대답을 하고 만든 쿠키를 오븐에 굽기 전에 혹시나 망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가족 얼굴을 다 만들고 오븐에 구워질 동안 야야기를 계속 진행한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다.

 

 

 

 “나의 태현아, 건강하겠지. 너의 친구들도 모두 건강하고? 아빠도 건강히 전람회 준비를 하고 있다. 아빠가 어제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아빠가 앞쪽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 황소 위에는 구름이다. 그럼 건강해야 한다.”

-아빠 중섭.


  이중섭(1916-56)의 길 떠나는 가족은 아들에게 보여 주려고 그린 삽화를 유화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가족과 이별한 아빠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중섭의 소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소달구지에 꽃을 꽂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봄에서 봄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독한 가난과 해방과 6.25등의 격동의 세월이다. 일본인 아내와 함께 할 수 없는 그는 현실대신 그림으로 위안을 받는다.


  박수근은 회백색의 색과 마티에르을 사용하여 가장 한국적인 화가가 되었다. 가난해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고 미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꾸려간 그는 박완서의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수근 작품에는 아기를 보는 소녀가 자주 등장한다. 단발머리의 소녀는 흰색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서 있다. 가냘픈 종아리의 긴 검정치마의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는 걸까? 지그시 감는 눈에는 기다림 속에서 아련한 가족 사랑이 보인다. 화가는 흰색과 무채색의 회백색을 지독히도 사랑했다. 그가 사용하는 색깔은 청자색을 닮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사랑은 포기 할 수 없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버틴다. 요새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가족 간의 왜곡된 사랑을 보면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사랑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리움이며 아련함이며 따뜻한 온기이다.


   가족 얼굴을 그린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질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다이제스티브 쿠키 위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아이싱으로 쿠키를 꾸미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쿠키를 만들거야! 그래서 엄마에게 선물로 줘야지!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어떤 아이들은 오븐에 굽기도 전에 생 쿠키를 떼어 먹어보려한다. 간신히 막는 선생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부모님께 드릴 쿠키를 포장하는 선생님! 박수를 치는 아이들!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달콤한 쿠키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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