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작가들이 그리는 대촌마을 속으로!>
남구주민회의 ‘청소년 작가들이 소개하는 큰 마을 대촌여행’
통신원 김다령
햇볕이 본격적으로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하는 6월 말, 이 시기가 되면 항상 분주하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성과물을 다듬고 또 그 결과를 돌이켜 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남구 효천중앙교회 4층, 아담하게 자리한 북 카페 작은 도서관에서도 이러한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이들이 ‘우리 지역, 우리 마을’을 알아보고 소개하는 프로그램, ‘청소년 작가들이 소개하는 큰 마을 대촌여행’의 후반부 작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총 두 시간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 30분은 이론수업, 남은 시간에는 직접 현장으로 이동하여 스스로 체험을 해 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대촌 마을 탐방’의 마지막 시간. 이제 다음 주부터는 체험한 내용들을 직접 스토리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탐방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아이들 모두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
강의로 듣는 물고기 체험!
오늘의 주제는 ‘물고기 관찰하기’. 물고기라는 말에 아이들 모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사님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화면에 물고기 사진이 등장했고, 강사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물고기는 눈꺼풀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강사님의 질문에 아이들 각자 생각하는 답을 자신 있게 외친다. 대부분의 답은 ‘있다’는 것이었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눈꺼풀이 있어요!”
아이들의 확신에 찬 대답과는 다르게, 답은 ‘눈꺼풀 없음’이었다. 아이들 모두 놀란 표정이다. 강사님은 이어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잉어는 알을 한 번에 몇 개를 낳을까요?”
이 질문은 조금 어려웠는지, 이번에는 아무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강사님이 잉어 사진을 보여주며 30만 개라고 말하자 놀랍다는 듯 아이들의 감탄사가 쏟아진다.
“잉어는 알을 한번에 30만 개 정도를 낳는데, 그 알들은 접착력이 있어서
수풀에 딱 붙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많은 알들이 떠내려가지 않는 거예요”
강사님의 설명에 아이들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물고기 사진을 쳐다본다.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또한 각자의 물고기가 품고 있는 이야기도 무척 생소하다. 그럴 수밖에. 학교나 집, 학원에서는 물고기를 직접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 30여 분간의 이론 수업을 끝내고 이제 직접 도랑에서 물고기를 보기 위해 아이들 모두 차에 올라탔다. 마치 소풍을 가는 듯 차 안에서도 아이들은 시끌벅적, 다들 물고기를 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연의 보고, 도랑 생태 보호장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북 카페 작은 도서관에서 5분가량 떨어진 ‘덕남마을’.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골 특유의 정겨운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들과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성한 모습이 자연 그대로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한 데 모은 뒤, 강사님은 간략하게 ‘도랑 생태 보호장’의 소개를 시작하셨다. 점점 훼손되어 자취를 감춰버린 식물과 어류, 양서류들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보호장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하셨다. 아까 도서관에서 화면으로 보았던 물고기와 양서류들을 만날 수 있으니 자세히 살펴보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은 신이 난 듯 뛰기 시작했다.
“무당개구리다!”
이 외침이 들리자 아이들은 우르르 도랑으로 몰려갔고, 알록달록한 무늬의 무당개구리가 물속에서 힘차게 발길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착한지 5분 만에 직접 화면 속 개구리를 보게 되니 아이들 모두 신기한 표정이었다. 또 머지않아 ‘메추리 장개아비’를 발견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속속 들리는 발견 소식에 아이들 모두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내리쬐는 햇볕의 뜨거움도 잊은 듯, 시원한 도랑물에 발을 담근 아이들은 이번에는 거머리를 찾고 말겠노라 의지를 불태우며 물속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또 머지않아 거머리를 발견했다는 목소리가 들렸고, 정말로 물속에서 거머리 한 마리가 몸을 움츠렸다가 늘어뜨리며 힘차게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무서워서 만지지는 못하고 아이들 모두 물 밖에서 바라만 볼 뿐이었지만 난생 처음 거머리를 눈앞에서 보았으니, 큰 수확이다!
전남도랑 어류 체험장에서 만난 친구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조금 더 떨어진 곳의 어류 체험장이었다. 넓고 파란 하늘과 녹색의 논밭이 산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이곳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듯 했다. 논밭과 그 옆의 도로 사이, 작은 도랑이 바로 어류 체험장! 물 밑으로 지나다니는 물고기의 모습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그 외에도 달팽이, 사마귀 등 어렵지 않게 곤충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 속의 그림, 설명에서 벗어나 직접 보고, 느끼고, 만져보는 활동은 생각보다 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물고기가 어떤 먹이를 먹고 사는지, 언제 자는지,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 까지, 단순히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 외에도 아이들이 배우고 가는 것은 참 많다.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물고기와 곤충을 관찰하느라 도무지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더 놀고 가면 안 되냐고 강사님을 조르기까지 할 정도니, 이번 마지막 대촌 마을 탐방 활동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던 셈이다.
<참여 학생(오흥준 군) 인터뷰>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형인 17살 오흥준 군을 만나보았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신 임승호 강사님과 꽤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다. 활동 시간 내내 어린 친구들을 놀아주고 보살피는 등 큰 형 노릇을 톡톡히 하는 듯 보였다.
Q. ‘청소년 작가들이 소개하는 큰 마을 대촌여행’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보통 발달되고 잘 알려진 곳만 알기 쉬운데 우리 지역의 깊숙한 곳들까지 알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랑 여러 가지 체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게 쉽지 않은데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Q. 이렇게 마을을 알리는 서포터즈로서 마을을 보는 것과 그냥 주민으로서 마을을 보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아무래도 서포터즈로 활동하면 직접 마을을 알려야 된다는 사명감이 있다 보니까 좀 더 자세히 알려고 하고, 더 노력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Q.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진 촬영, 기사 작성, UCC 제작을 직접 했다고 들었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A. 사진 찍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사진을 찍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거였는데 안 해봤던 활동이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기획자 선생님(임승호) 인터뷰>
Q. 오늘 활동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오늘의 큰 주제는 ‘대촌 마을’입니다. 그리고 마을의 근원은 대촌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대촌천의 최상류에 있는 ‘덕남마을’을 ‘물고기 관찰하기’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전문강사님 대동 하에 체험을 한 거죠.
Q.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마을의 근원은 물입니다. 그 물에 사는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은 그 마을 환경의 지표를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따라서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인가 아닌가를 아이들이 생물을 직접 관찰하게 함으로서 확인시켜 주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Q. 오늘 수업을 끝으로 이제 2시간 정도의 수업이 남았는데요, 후반부에 접어드시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매번 다른 전문 분야의 강사님을 초빙하다 보니까 전체 주제와 흐름을 파악하시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2기 때에는 전체적 줄기에 맞춰서 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Q. 이 프로그램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홍보 차원에서 소개해주신다면!
A.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데요, 사실 홍보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4월 달에 모집을 하다보니까, 이미 학기가 시작한 후라서 학생들이 이미 주말에 스케줄이 맞춰져 있어 모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2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Q.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으셨거나 보람을 느끼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아이들이 사진작가 분이랑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글쓰기도 약하고, 평소 행실도 좋지 못해서 별로 기대를 안했던 아이가 글을 정말 꼼꼼하게 잘 쓴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그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흥준 군과 임승호 기획자님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작가가 소개하는 큰 마을 대촌 여행’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강사님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지 알 수 있었다. 몇 년 동안 내가 머물던 마을이라 할지라도 실상 그 내부를 샅샅이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집 앞의 꽃 한 송이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사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전달하는 우리 지역, 우리 마을의 소식은 참 색다르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아이들은, 지금까지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새로운 남구, 새로운 대촌마을의 이야기가 꽃 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