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꿈이 있었다구요, 정말로?>_전경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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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7-06 조회수 1,385

엄마도 꿈이 있었다구요, 정말로?


2016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체기획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경자씨와 재봉틀Ⅲ

 


통신원 전경화

  요즘 재미지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연기의 신들이 모인 그 드라마의 중년 배우들은 나이에 밀려 늘 결혼을 반대하거나 시월드의 진상을 보여주는 시어머니 그런 류의 배역만 주어졌다. 하지만! 가슴 먹먹해져서 주룩 눈물 훔치다 어느 순간 팍 웃음 터지는 이야기 안에는 중년의 삶과 우정, 그녀들의 삶이 주체가 되어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의 모습이 담긴 드라마 속에서 우리들의 부모님을 바라볼 수 있다. 경자씨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온 인생이력이 다른 수많은 경자씨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경자씨, 우리들의 엄마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 묘한 기시감의 근원은 무엇일까?

  경자씨라고 불러지는 중년의 여성들이 짧고도 긴 여행, 그냥 동남아 몇 박, 그냥 하와이 몇 박, 것도 아님 제주도 몇 박이 아닌 “그냥 진짜 재미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 여행담을 듣기 위해 졸업식 날에 찾아가보았다.

 

 

  경자씨와 재봉틀 Ⅲ은 올해로 세 번째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씨! 라고 불러질 기회가 사라지고 누구 엄마, 누구 아내, 할머니로 불러지는 중년 여성들의 대명사를 ‘경자씨’로 지칭하며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주강사 추말숙 선생이 기획을 담당하고 강동호(나답게치유성장연구소장), 신희흥(태이움직임교육연구소장), 정현수(문화예술강사) 등 7명이 문화예술교육전문가들이 특강강사로 참여해 엄마들의 꿈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렸다. 졸업식에서는 참가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엮은 연극 공연과 댄스, 양림동 추억 소풍 에서 직접 기획한 1박 2일 통영 여행의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보였다. 졸업식에서는 서영진 대표의 졸업장 수여식도 진행되었다. 졸업장을 받는 참가자들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설렌 모습이었다. 한 참가자는 박사 학위 받는 기분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갈채 받고 주목 받고 사랑 받을 수 있게 해주니, 우리 경자씨들이 얼마나 신이 났을까? 욕심도 더 생기고 이 기회에 내 인생 플랜 다시 짜보겠다는 의욕도 생겼을 것이다. 아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의 변화를 통해 한층 더 밝아진 얼굴 표정으로 인해 주변에서는 “어머, 경자야. 어디서 보톡스 맞았니? 그 피부과 어디야? 너 피부가 탱탱하니 주름이 줄어들었네. 화장품 뭐 써?” 등등의 주변의 수다들도 떠오른다. 그럴 땐, 우리 경자씨들은 으쓱으쓱 “여행 좀 다녀왔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수다는 계속 이어져서 어떤 여행이냐? 어디 갔다 왔냐? 등등의 난상토론(?)이 이뤄지면서 실의에 빠진 ‘아직 경자씨가 되지 못한’ 엄마들은 질투도 나고 시무룩해질 수도 있다.

 


“오매, 이 좋은 걸 인자 알았다냐! 오매, 짜증나부러~!” 

그럴 때, 우리 경자씨들은 그녀들에게 말할 것이다.

“아야, 니도 경자씨여. 나가 비밀을 알려줬잖아.

광주 공원에 있는 광주문화재단. 알제? 예전 구동체육관 자리. 그려, 거기.

그기서 나가 36시간을 놀다왔어. 뭘 배웠냐믄 커뮤니티 댄스, 창의적 드라마,

역할극, 심리극, 소풍, 카메라인터뷰, 미술퍼포먼스, 1박 2일로 통영 여행도 갔다 왔제.

여기서 핵심 포인트를 잡아야해. 바로 여행이여! 우리들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랑게. 이 여행을 니도 갈 수 있제.

자, 이 경자씨의 손을 잡고 여행 가볼랑가? 나가 니 꿈을 찾아줄랑게.“


“꿈? 그람 니 손 잡고 가믄 내 꿈도 찾을 수 있다고?

오매, 좋을씨고. 그 여행 갔다오믄 나도 경자 니처럼 주름살 펴지고 얼굴도 빛나겠지?”


“암만!”


  그렇게 이제 막 여행을 갔다 온 경자씨들은 주변의 그녀들에게 “경자씨!”로 살아가는 비법을 전파할 것이다. 이러한 유쾌한 상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정말로 이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거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의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된 나의 삶, 그 변화를 주변에서 알아채고 궁금해 하는 것. 거기서 진짜 드라마는 시작된다. 또 다른 누군가를 변화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다. 더 나은 삶, 변화되는 삶, 소통할 수 있는 삶을 꿈꾸는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은 주입식의 교육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이라는 말 때문에 경직되는 문화예술교육은 대상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없고, 공감도 살 수 없다. 하지만, 경자씨들은 변했다. 변했을 것이다. 비록 졸업식 날만 경자씨를 만나러 왔지만,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경자씨들의 삶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닐까? 하는 이유는 그녀들의 졸업식 날 보여준 공연과 춤에서 느꼈던 게 아니었다. 한 명씩 긴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말하는 그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경자씨들의 눈물이었다. 아! 경자씨들의 눈물에서 앞서 말한 이 묘한 기시감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먹먹해지고 가슴 한 쪽이 아파오는 감동이었다.

  김영순 팀장은 여성들의 존재, 즉 경자씨들을 소금으로 비유했다. 소금이 없으면 가정이건, 사회이건 우리란 존재가 없으며 맛도 없다. 삶의 가치도 없다. 적적한 소금 간에서 존재의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물, 상처, 아픔으로 만들어진 이 소금은 가슴 썩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켜켜이 쌓아지며 남는다. 이 세상에서 맛을 내는 존재로 승화된 50-60대 엄마들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맛을 내는 존재로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아마 그 말에 우리 경자씨들의 가슴의 앙금들이 소금이 되었구나, 싶은 재확인에 더욱 먹먹해질 것이다.

  이렇듯 경자씨들은 우리들의 옆에 계신, 혹은 멀리 긴 소풍을 떠나신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자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언젠가 나도 경자씨가 될 나이가 되면 정말 경자씨가 될 수 있을까? 그 이름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정말 삶에 치이더라고 꿈이란 걸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울 엄마도 경자씨처럼 꿈이 있었을까? 늙어버린 엄마는 이젠 여기저기 몸에서 골골골 소리가 난다고 하던데...

엄마도 꿈이 있었다구요, 정말로?

  곁에 없다면, 휴대폰을 통해, 먼 소풍 길 가신 엄마에게는 텔레파시를 보내서라도 한 번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싱거운 소리한다’ 쳐도 자식이 물어봐준 그 질문에 엄마들은 잠시나마 떠올릴 것이다. 내 꿈이 뭐였더라.…… 운을 떼면서 아마 조금씩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진짜 경자씨들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저 편안하게 경자씨들의 드라마에 빠져 웃고 울고 공감해줄 시간이다.

<요즘 대세 드라마 –경자씨를 불러줘->
# 경자씨의 집- 거실 안

경자씨 : 그러니까, 내 꿈이 뭐였드라. 니 아부지 만나기 전에 겁나 잘 나갔제.

             근디 하필이면 나 좋다고 을매나 따라댕기든지 ~~~
딸 : 아이고, 엄니! 아부질 안 만났어야지. 
경자씨 : 그람 닌 이 시상에 읎는디
딸 : 더 좋은 집에서 태어났겄제.
경자씨 : 오매 가시나 봐야. 나가 꿈도 버리고 ~~~~
딸 : 우리 경자씨, 지금이라도 꿈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가볼까?

      엄마 인생 아직 안 늦었어! 이제 시작이야.
경자씨 :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경자씨와 딸, 추임새 넣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백세인생’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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