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간, 우리 가족의 집, 그리고 동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문화체험프로그램 ‘밤! 밤! 무슨 밤?’
통신원 이 옥
매달 넷째 주 금요일 밤에 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 문화원에서 만나는 우리 가족을 위한 특별한 체험 밤! 밤! 무슨 밤! 6월의 프로그램은 건축가 지정우와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보는 “나의 공간, 우리 집, 그리고 동네” 이다. 공간을 채우려면 설계가 먼저 필요하고 그 속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빈집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집이 함께 하는 우리 동네는 어떤 빛깔일까? 현대인들에게는 살고 있는 집과 동네가 바로 고향인 셈이다. 오늘 프로그램은 공간과 집과 우리 동네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우리 동네에는 어떤 자랑꺼리가 있을까? 꿈과 이야기가 넘치는 우리 집을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보자!
일주일중 가장 설레는 금요일 밤의
우리가족 일탈 체험 프로그램인 밤! 밤! 무슨 밤!
아시아문화전당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별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번잡한 도심 속에 숨어있는 비밀의 성 아시아문화전당에 들어선 순간 13만평 부지의 넓은 공간에 반하고 블링블링한 건축물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면 여기저기 보이는 풍경은 이국적이다. 자연사 박물관 같기도 한 이 곳은 안과 밖이 너무 달라 처음 오는 사람들은 먼저 방향 감각이 없어진다. 지킬엔 하이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세계는 이곳이 지하공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마천루의 도시의 밤은 바벨의 신화처럼 우리들을 유혹하지만 실상 우리가 원하는 공간은 따로 있다. 오늘밤 노을은 유난히 붉다. 발을 떼는 순간 바다 속 여행처럼 혹은 어머니 자궁처럼 편안해진다. 아시아의 감성과 창의가 넘치는 어린이문화 발전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1시간 먼저 도착한 어린이 문화원에는 건축가 지정우 성생님과 ACC직원 10여명이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드디어 여섯 가족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한여름의 밤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두근두근 금요일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신발을 벗고 들어간 공간은 넓은 대청마루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바람 냄새와 아련한 땅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사방을 둘러보니 한쪽에는 각종 공구와 스티로폼, 우드락, 알록달록한 종이와 마분지들이 가지런하게 서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일정한 공간속에서 집과 동네를 만들어 보는 작업은 땅따먹기 놀이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인터넷에 지정우라는 검색어를 치니 대한민국의 몇몇 안 되는 기획능력을 갖춘 젊은 건축가로 뉴욕과 중국 상해의 워터프론트 등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되어 있다. 실력과 상업성을 겸비한 재원은 건축의 경계를 허물어 건축의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나는 새로운 것이 좋다. 학습의 첫걸음은 호기심이다. 외유내강이라 할까? 안경을 낀 부드러운 인상의 지정우 선생님이 반갑다.
여섯 가족이 모두 도착하자 지정우 선생님이 공간과 집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미션에 들어간다. 2시간에 동안에 수행해야 할 미션은 책 한권을 써도 좋을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단순히 가상의 집과 동네를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공간의 스토리텔링까지 요구한다. 손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엮어내는 작업은 실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가족들의 확실한 역할 분담이 첫 번째이다. 밑그림은 아이가 그리고 연결 작업은 아빠의 몫, 자르고 붙이는 것은 엄마가 담당한다. 마치 경험자들처럼 능숙하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경쟁심을 유도하는 선생님이다. 질투는 힘이다. 파워포인트 속 가족의 미소가 싱그럽다. 쓰레기 바구니를 이용하여 만든 집 아래 활짝 미소 짓는 가족들은 상상속의 나라로 함께 공간 이동한다. 그렇다. 창의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보다는 경험이 먼저인 창의력은 아주 사소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되기도 한다. 자원과 공간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오직 창의력에 달려있다.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새로움의 싹이 트고 땀과 노력이라는 물을 주어야 창의력이라는 나무는 자랄 수 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 無에서 有로! 그래야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 탄생한다.
수업 중 질문 내용 (질문자 : 지정우, 답변자 : 참여가족)
Q: 공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A; 공간은 점 선 면에서 출발하며 세모, 네모, 원등으로 확장되죠.
Q: 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보였으면 좋을까?
A: 작아도 나만의 공간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가족들과 함께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Q; 내 공간은 어떤 느낌이었으면 좋을까?
A: 물속을 떠다니는 해초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곳이요.
Q; 언제 집이 제일 좋을까?
A; 퇴근 후 지친 몸을 재충전할 수 있는 집은 엄마 품처럼 따뜻하고 자유로운 생각만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Q: 집은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까?
A; 공간속에서 설계도에 의해 살아있는 사람들(건축주)이 만들죠.
Q; 우리 동네에는 무엇이 있나?
A; 무등산과 아시아 문화 전당 등이 있어요.
Q: 우리 동네에는 어떻게 하면 같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A: 산과 마을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우리 동네는 많은 미술관이 있어 등산을 마치고 난 후도 그림도 관람하고 춘설차를 마실 수 있어서 삶의 활력소가 되요.
Q; 우리 집과 동네는 어떻게 만나지?
A;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이 집들이 모여 우리 동네가 되죠. 곧 동네가 고향이 되기도 해요. 마음의 안식처는 집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되기도 하지요.공간과 집이 동네로 연결된다. 슬그머니 인문학을 끄집어낸다.
<미션 임파서블>
개인공간 만들기 |
① 입체 공간 만들기 - 다양한 모양의 폼 보드를 붙여 자신이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꾸민다. ② 개인 공간 경험하기 - 자신이 만든 입체공간을 머리에 써본다. |
집 만들기 |
① 설계도 그리기 - 완성된 구조물을 보고 집의 설계도를 그려본다. - 각자의 방을 어떤 방식으로 부착하여 집의 형태를 가질지 구상해본다. ② 집 만들기 - 각자가 만든 입체공간을 이어 붙여 집으로 만든다. ③ 집 만들어 매달기 - 가족들이 만든 집을 체험관 내 조형물에 매달아 본다. ④ 길 만들기 - 집집마다 사이사이에 펠트지를 바닥에 붙여 길을 만들다. |
동네 만들기 |
① 집 만들어 매달기 - 가족들이 만든 집을 체험관 내 조형물에 준비된 와이어로 매달아 본다. ② 길 만들기 - 집집마다 사이사이에 펠트지를 바닥에 붙여 길을 만든다. ③ 이웃집 둘러보기 - 길을 따라 다니면서 이웃집을 둘러보고, 그 집에 들어가 보거나 사진을 찍는다. |
먼저 여섯 가족들에게 보조 선생님들 한분씩이 배정되어 함께 설계를 시작한다. 엄마, 아빠, 언니, 동생 온 가족은 모두 열심이다. 힘들지만 함께 하는 작업이여서인지 마냥 즐겁다. 다른 가족들은 무엇을 할까 살짝 엿 보기도 하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엄마가 알록달록한 셀로판지를 오리고 아빠는 본드로 지붕을 붙이면 아이는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처음 해 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능숙하다. 내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만든 공간을 우리 집으로 연결해 머리에 써 보고 와이어로 매달아야 하는 미션이다. 하트모양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동네는 어떤 빛깔일까?
열심히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지정우 선생님! 초록 태양의 문과 쓰리콤보 하트 창문, 개인 공간을 연결하니 집이 된다. 집게처럼 개인 공간을 머리에 써보고 아이처럼 미소 짖는 엄마, 지붕을 쓰고 즐거워하는 지현과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 드디어 와이어로 집을 매달기 시작한다. 놀기에 바쁜 막내도 선생님과 화이트 도화지로 동네 길을 만들고 각자의 공간을 엮어 만든 집을 매달기 시작한다, 지민이는 집이 너무 무거워 떨어지면 어쩌지나 걱정이 태산이다. 채윤이 나무를 그리니 집이 저절로 숲이 된다. 고대 마야시대처럼 태양의 집을 만든 지민이네 식구들! 세모 네모 마름모꼴의 핑크 우주선의 집을 지은 지원이네 가족들! 왕관이 되어버린 집, 각자 만든 집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여름밤을 만끽한다, 지정우 선생님과 기념사진도 찰칵 한 장 찍고 짧은 만남 속에서 만든 우리 동네 참 멋지죠?
<가족소개>
1.지민이네(그린)는 태양의 후예처럼 마야 안데스가 생각나는 집을 만들었다.
2.지원이네(핑크)는 두 동생과 누나와 엄마 ,아빠 5명으로 구성된 지원이네는 2시간동안 가장 열심히 집을 만든 가족이다, 뻰치를 사용하여 와이어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핑크와 회색의 집의 창문으로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것 같다.
3.현지네(옐로우)- 엄마와 함께 한 현지의 마음은 노란 풍선을 타고 두둥실 날아간다,
4.민제네(블루)- 엄마와 커플룩을 입은 소윤은 민제의 동생이다. 가족 함께라면 어디든지 상관없다. 민제는 너무 열심히 하다가 코피를 쏟았다. 옆에 있는 아빠가 손으로 지혈을 하신다.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5.채윤이네(화이트)- 흰 원피스를 입은 채윤은 와이어로 매달린 집에 나무와 나이테를 그리기 시작한다.
6.지현이네(레드)- 초등학교 1학년인 지현은 우리들 중 가장 어리다. 시립미술관 맛있는 쿠키 취재에서도 만났던 친구이다. 쓰리콤보 하트의 창문은 3가족을 의미한단다.
아주 사소한 공간이 모여 집이 되고 그런 집들이 모여 우리 동네가 되고 우리 마을이 되고 더 크게는 우리나라가 된다. 아파트 평수가 인격이 되어버린 요즈음! 집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분법이 아닌 사랑으로 만든 집에서 함께 하는 순간들은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우리 집이 있는 동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할 가치를 가진다. 오늘 밤! 밤! 무슨 밤! 은 知와 관련되는 이름이 참 많다. 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식이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너와 나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 말이라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소통의 역할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친절은 역지사지이다. 친절과 배려는 결국 자신감의 표시이며 아집은 소인배의 전유물이다. 젊음은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타인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며 학습은 결국 실천이다. 나는 무등산 증심사 아래 운림동에서 산다. 그래서 무등산은 나의 놀이터인 셈이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 동네를 사랑했을까? 우리 동네는 맑은 공기와 즐거운 미술관이 즐비하게 있는 것이 자랑이다.
지정우 선생님께 드린 마지막 질문은 건축의 실용성과 아름다움 중 어떤 것을 선택 할 것 인가 이다. 둘 다 포기 할 수 없다고 선생님은 대답했다. 건축은 실용성과 미를 아우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밤바람을 타고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하루의 피곤이 싹 가신다. 지원이네 가족들이다.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피아노를 치고 아빠는 사랑의 집을 머리에 이고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엄마는 막내와 노래를 부른다.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